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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ttersweet. 범죄와 유머를 요리하는 코엔 형제 파고
pys1718 2007-07-18 오전 12:23:02 1785   [2]
 

코엔 형제를 한 단어로 정의를 내리자면 ‘Bittersweet’이란 단어가 제일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코엔 형제가 만든 영화들은 달콤하면서 씁쓸하다. 분명 웃으면서 봤는데 끝나고 나면 답답하고 찝찝하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코엔 형제는 항상 범죄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영화 자체가 어둡고 씁쓸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코엔 형제는 그러한 범죄 행위를 통해 인간의 나약함과 욕망을 풍자하고 있어서 시종일관 웃을 수밖에 없다. <아리조나 유괴사건>같은 경우를 봐도 분명 아이를 유괴한 것은 엄청난 중죄에 속하지만 우리는 캐릭터들과 동화되어 유괴했다는 사실을 까먹고 어느새 범죄자인 하이(니콜라스 케이지)를 응원하게 된다. 특히 기저귀를 훔쳐 달아날 때 우리는 그를 도둑놈이라고 하지 않고 빨리 도망가라고 소리치고 있다. <파고>를 봐도 우리는 자동차 판매원인 제리(윌리암 H. 마시)가 곤경에 처했을 때 그의 감정에 동화되고 만다. 결국 그가 잘되기를 빌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최근작 <레이디킬러>를 봐도 도어 교수(톰 행크스)가 사기꾼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은근히 애착이 간다. 그 멍청하기 짝이 없는 일행들에게 “좀 더 잘해봐!”라고 소리치고 있다. 왜 우리는 범죄자를 감싸주려고 하는 걸까? 코엔 형제의 영화는 거의 다 주인공이 범죄에 연루 되어있는 걸까? 그것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해 주려는 의도는 무엇일까?


Key point #1. 범죄 (주 소재)

우리가 사회를 살아가면서, 어느 문화를 가진 나라던 간에 법으로 금지되어있는 것들이 있다. 이것을 어기게 되면 소위 ‘범죄를 저질렀다’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위계질서에 유배되는 살인, 불륜, 유괴, 방화, 절도, 사기 등이 그러하다. 나 같이 소심한 사람이라면 그런 것들을 한다는 사실이 엄두가 나질 않는다. 그러나 코엔 형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지 못하는 일, 단지 상상으로만 해결하려는 일을 영상에 표현해낸다.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를 예를 들면 ‘내 아내가 친한 친구와 바람을 피우고 있다. 친구는 백화점의 주인이고 나는 보잘것없는 이발사이다. 그런데 내게 돈이 필요하다.’는 가정 하에 영화가 시작한다. 분명 나를 비롯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내에게 화를 내거나 친구를 찾아가서 때려죽이고 싶다고 말 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별 볼 일 없는 이발사’에다 ‘돈이 없다’면 친한 친구에게 아내를 미끼로 돈을 요구할 수 있을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기 까지는 생각이 안가거나 간다 해도 ‘양심’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갈 것이다. 그러나 코엔 형제는 우리들이 할 수는 없지만 마음 한 구석에 있는 범죄의식을 들춰내버린다. 그리고 일부러 사건은 더 꼬이게 만들어간다. <파고>나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레이디 킬러>같은 영화들을 보면 처음에는 그저 ‘협박’ 혹은 ‘절도’로 끝내려 하다가 결국 ‘살인’까지 하게 되면서 일이 복잡해진다. 그러나 우리는 일이 복잡해질수록 알 수 없는 희열을 느낀다. 내가 코엔 형제를 ‘Bittersweet’이라 정의를 내린 이유도 바로 이러한 점 때문이다. 약 2시간 남짓 범죄현장에 있으면서 오히려 범죄자를 응원하고 일이 꼬일수록 희열을 느낀다. 그러나 영화가 끝나고 나면 희열을 느끼던 내 자신에 대해 씁쓸해지고 소름이 끼치게 된다. 코엔 형제는 그런 식으로 “너도 똑같은 인간이야!”라고 경고하며 인간의 나약한 본성과 욕망을 꼬집어낸다. 억압되어있던 원죄를 깨우쳐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하지 못하는 일, 그러나 우리가 혐오스럽다고 생각하는 ‘범죄’라는 매개체를 이용하는 것이다.


Key point #2. 유머 (양념)

코엔 형제는 이렇듯 무거운 주 소재에다가 유머라는 양념으로 간을 맞추고, 매우 복잡한 요리법으로 음식을 만들어 내놓는다. 그 음식의 맛은 어떨까. 우리는 이게 양고기인지 개고기인지 구분하지 못하고 그저 달콤하면서 짭짤한, 그런 자극적인 양념 맛에 취해 음식을 먹는다. 코엔 형제의 두 번째 키포인트는 앞서 누누이 말한 ‘유머’다. 그 ‘유머’ 때문에 우리는 무거운 소재임에도 가볍게 웃고 넘어가버린다.(물론 영화가 끝나고 나면 더 괴롭다) 코엔 형제의 영화들을 찾아보면 죄다 장르에 코미디가 포함된다. 분명 암울하고 지루했던 영화들도 코미디라는 장르가 섞여있다. <바톤 핑크><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같은 영화들을 코미디라고 쳐줄 수 있을까? 내 대답은 Yes다. 이 영화들도 엄밀히 말하면 코엔식 유머가 섞여있다. <바톤 핑크>에서 나오는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정상적이지 못하다. 사람들의 목을 잘라 죽인 후 쾌감을 느끼는 찰리도 그러하고 내성적인 성격이라 자기가 알지도 못하는 레슬링에 대한 시나리오를 쓰려고 아등바등하는 바톤 핑크도 그러하다. <아리조나 유괴사건>에서 그 킬러는 정상적인 사람인가? 또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도 사업에 관해 한창 열을 올리는 진지한 순간에 남자는 유혹하는 호모 사기꾼도 뭔가 엉성하기 그지없다. <파고>에서는 유괴범이자 살인범인 칼을 보고 다들 웃기게 생겼다는 증언을 한다.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범인의 몽타주를 기억하는데 다들 ‘정말 웃기게 생긴 사람’이라고만 말한다. 코엔식 유머는 일단 뭔가 모자라는 사람들이 나와 정말 별거 아닌 타이밍에서 웃겨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이 마치 국내감독 장진과도 어느 정도 비슷한 스타일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러나 코엔식 유머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더 나아가 그 사람들을 통해 어이없이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들어 내간다. 그럼 우리는 ‘뭐야?’라고 어리둥절해 하면서 더 몰입하게 된다. <레이디킬러>에서 팀 구성원 모두가 차례차례 쓰레기더미 배위로 추락하여 결국 다 죽고 그들이 훔치려고 했던 돈을 집주인 몬순 할머니가 갖게 되는 어이없는 결말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파고>에서도 처음엔 돈을 위해 ‘협박’만 해달라고 부탁했던 제리로 인해 결국 자기의 아내와 장인어른을 비롯해 대여섯 명의 희생자가 나오게 된다. 일이 본의 아니게 너무 커져버리기 때문에 우리는 어이없는 웃음과 한편으로는 씁쓸한 웃음을 동시에 짓게 되면서 영화에 몰입을 한다. 코엔식 유머를 정리하자면 엉뚱한 인물들 때문에 영화가 엉뚱하게 흘러나가서 결국엔 비참하게 끝나는 것을 말한다. 코엔식 유머라기보다는 고약한 장난이라고 불러  주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유머와 범죄라는 다소 아이러니한 만남은 코엔 형제가 가지고 있는 색다른 매력이다. 항상 영화를 재밌게 봐놓고도 곱씹어보면 기분이 더러운, 마치 속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지만 그 절묘한 궁합 때문에 자꾸 코엔 요리사들을 찾아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의 초기작들에 비해 요즘 나오는 작품들은 그 ‘느낌’이 덜해졌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항상 진지한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나가면서도 그 진지함을 마지막에 전달해주어 더 생각하게 만드는 코엔 형제의 스타일이 밉지만은 않다. 대중성을 고려하되, 자신들만의 색깔은 잃지 않는 감독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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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1996, Far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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