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원작과 존 쿠삭의 열연이 돋보이는 심리 공포물..
<1408>은 <샤이닝> <미져리> <쇼생크 탈출> 등 공포만이 아니라 가슴 따뜻한 이야기까지 두루 섭렵하고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스티븐 킹의 탄탄한 원작과 주인공인 존 쿠삭의 열연이 돋보이는 심리적 공포를 위주로 한 영화다.
어린 딸을 잃은 아픔을 간직한 마이크 엔슬린은 귀신, 유령이 출몰한다는 장소를 찾아다니며 책을 써서 인기를 얻고 있지만, 스스로는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다. 어느날, '1408호에 들어가지 마시오'라는 특이한 엽서를 받고 아픈 기억이 있는 뉴욕으로 간 마이크는 95년 동안 투숙객들이 1시간을 넘지 못하고 60명 이상 사망했다는 돌핀 호텔 1408호에 투숙한다. 호텔 매니저인 제럴드 올린(사무엘 L. 잭슨)은 끝까지 만류해보지만 마이크의 호기심을 꺾지는 못한다.
마이크는 이 모든 것이 상술을 고려한 호텔 측의 계산된 홍보 내용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평범한 호텔방에 들어간지 얼마 되지 않아 라디오가 스스로 켜지는 등(감미로운 Carpenters의 노래가 너무 음산하게 들린다. 마치 영화 <사일런트 힐>에서 첫 어둠이 물러간 후 로즈가 깨어날 때 들리던 음악소리처럼)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시계가 60분부터 카운트다운에 들어간다. 한 시간 동안 마이크는 예전에 이 방에서 자살한 유령들을 보기도 하고, 목숨을 잃은 딸을 만나 대화하기도 한다. 그리고 자신을 학대했던 아버지를 만나기도 하는 등 자신의 깊은 내면에 감춰진 아픔과 마주대하며 괴로워한다. 급기야 창문을 열고 옆 방으로 피해보려 하지만, 거대한 호텔 벽에서 유일한 창문은 1408호뿐, 도망갈 곳도 없다.
이처럼 <1408>은 마음 속에서 밀어 내려고, 잊어 버리려고 애쓰는 아픈 기억을 들춰내 심리적으로 압박한다. 따라서 1408호에 들어간 사람에 따라 다른 형태의 공포를 제공하게 되는 셈이다. 호텔방에 들어간 마이크는 한 시간 동안 환각과 환청에 시달리며 살아 남기 위해 고군분투를 하는데, 탄탄한 원작과 혼자서 긴 시간 동안 사실상 일인극을 펼친 존 쿠삭의 열연, 그리고 짜임새 있는 연출력은 잔인한 장면 하나 없이도 긴장감을 유지하며 스산한 공포를 선사한다.
마이크는 의외의 방법으로 1408호에 벗어나는 데 성공한다. 이 부분에서 혹시 마이크가 경험한 환각과 환청이 호텔 측의 치밀한 계획에 의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마이크가 처음 호텔방에 들어와 갑자기 배게 위에 놓인 초콜렛 두 개 중 한 개를 먹으면서부터(마치 <매트릭스>의 알약처럼) 환각과 환청, 공포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그냥 끝나지는 않는다. 영화는 이런 추리를 뒤집어버릴 마지막 반전을 준비해 놓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