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럭저럭 볼만한 오컬트 영화....
캐서린(힐러리 스웽크)은 한 때 신의 부름을 받은 목자였으나 선교활동 중 비가 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남편과 어린 딸이 이교도들에게 잔인하게 살해 당하자 신을 버리고 과학을 택한다. 이후 캐서린은 성경에 기록되어 있거나 현재 나타나는 기적이라 불리는 것의 과학적 근거를 찾고, 이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데 열중한다. 그러던 어느 날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주의 시골마을 헤이븐에서 더그 블랙웰(데이비드 모리세이)이라는 사람이 찾아와 헤이븐에서 벌어지고 있는 초자연적 현상을 조사해 달라는 부탁을 한다.
동료 벤과 함께 헤이븐에 도착한 캐서린은 믿기 힘든 현상과 마주 대한다. 피처럼 붉은 강물,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개구리, 죽어가는 소들. 그러나 케서린은 과학적 근거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믿음 아래 조사를 해 나가지만 독실한 기독교인처럼 보이는 마을 주민들은 12살 소녀 로렌(안나소피아 롭-어디서 봤나 했더니 <비밀의 숲 테라비시아>의 소녀. 어쩜 이리 야물딱지게 연기를 잘 하는지)이 사탄의 지시를 받아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믿는다. 마을에 일어나는 괴이한 일들은 성경의 출애굽기에서 신이 유대인을 억압하는 이집트에 내렸던 10가지 재앙을 그대로 따라간다. 이가 들끓고, 얼굴에 종기가 난 사람들이 쓰러지며, 메뚜기떼가 마을을 공격한다. 서서히 과학적 신념이 흔들리기 시작하는 캐서린은 벤이 죽자, 드디어는 소녀를 죽이기로 결심하고 소녀에게 다가간다.
<리핑 10개의 재앙>에서 리핑(Reaping)의 사전적 의미는 1. <작물을> 베어 내다, 수확하다 2. <보답 등을> 받다, <성과 이익 등을> 올리다, 거두다 3. <성경적 의미> 최후 심판의 날에 낱알과 쭉정이를 구별해 내 수확한다이며, 당연하게도 영화에서는 3번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영화의 미덕을 꼽자면 재앙을 표현하는 유려한 화면이라고 할 수 있다. 핏빛 강물이야 그렇다치지만, 메뚜기떼의 공격 장면 같은 건 꽤나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개인적으로는 이야기 구성도 그다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신비하거나 초자연적 현상 등을 다루는 오컬트 영화는 자칫 종교 영화의 외피를 쓰게 될 우려가 있어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이 영화도 성경에 나온 이야기를 기본으로 하고 있어서 그런 식의 오해를 받을 우려도 높지만 다른 영화, 예를 들자면 기독교 단체와 보건복지부가 공동으로 제작한 듯한 <콘스탄틴>보다는 보기에 부담이 덜했다.
암튼, 영화의 장점은 딱 거기까지다. 과학적 신념으로 똘똘뭉친 캐서린이 마을에서 하는 역할도 좀 애매하고, 마을 주민들의 광기의 표현도 너무 평이하게 제시되어 있다. 더군다나 이 한편으로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힐러리 스웽크를 킴 베이싱어, 할리 베리, 샤를리즈 테론처럼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후 이상해져 버린 여배우 명단에 거론되는 건 어쨌거나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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