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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걸>[블랙 호크 다운] 리들리 스콧이 주는 전쟁에 대한 메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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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호크 다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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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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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1-21 오후 1:09: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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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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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들리 스콧과 제리 브룩하이머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꽤 익숙한 이름의 영화 감독이고 제작자이다. 리들리 스콧하면 아마 <글래디에이터>와 <한니발>을 떠올리게 되겠지만 그가 <에일리언>시리즈의 첫번째 영화를 완성한 사람이고 그 저주 받은 걸작이라 불리는 해리슨 포드 주연의 <블레이드 러너>, <델마와 루이스>, <블랙 레인> 그리고 <지. 아이. 제인> 등의 영화를 연출한 감독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의 작품은 SF, 액션, 패미니즘적 성향을 가진 작품, 시대물, 그리고 최근의 전쟁영화에 이르기까지 그 영역이 다양하다. 그는 대단한 빛과 어둠을 조절할 줄 알고 감각적으로 영상을 만들어 낼 줄 아는 비쥬얼 리스트이고 남성보다는 여성에 강한 집착을 보여, 나약하기 보다는 ‘강한’ 여성을 주로 작품 속에 등장시킨 감독이다. 그리고 내가 10여년동안 일순위로 꼽는 가장 좋아하는 감독이다. 작품의 완성도나 멋진 화면 그리고 영화 속에 녹아든 배우의 호흡 등은 언제나 만족스런 모습을 보였으며 그런 그의 작품을 만난다는 건 언제나 나의 즐거움이었다.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는 내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가 만들어온 일련의 블록버스터급 영화들로 아주 익숙한 제작자이다. 가깝게는 진주만, 아마게돈, 식스티 세컨스, 코요테 어글리, 리멤버 타이탄 좀 멀게는 콘 에어, 더 록, 나쁜 녀석들 등으로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제작자 이다. 심지어 제리 브룩하이머 표 영화는 재미있다라는 공식까지도 신빙성 있게 관객들 사이에 퍼져있다. 그만큼 그는 재능있는 감독을 볼 줄 알고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 줄 아는 제작자로 정평이 나있다. 물론 너무 흥행적인 측면에 역점을 둔 나머지 작품적인 측면에선 그리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는 않지만…..
그리고 이들 둘이 <블랙 호크 다운>이라는 영화로 만났다는 소식을 접했다. 무엇보다도 근 일년만의 리들리 스콧의 작품이라 설레이는 마음으로 영화에 임했다.
저널리스트 마크 바우덴의 실제경험을 담은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블랙 호크 다운>은 1993년 10월3일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 내전의 현장으로 파견된 미국의 특별부대가 모가디슈에 투입되는 과정에서 무적의 헬기인 블랙 호크가 민병대가 쏜 로켓포에 의해 추락하게 되면서 내전의 격전지인 모가디슈 한가운데 고립이 되고 그곳에서 그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소말리아 민병대와 열 여덟시간 동안의 대치와 그들이 혈투를 그리고 그들이 구출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있다.
영화의 초반, 우린 한가로운 모습의 미군들을 볼 수 있다. 마치 그들이 왜 그곳에 와 있는 지도 모르는 것 같은 그들의 모습은 전쟁의 한가운데 있는 군인의 모습은 아니었다. 어쩌면 그들은 전쟁을 겪어보진 않았거나 조국은 정치적 이유 때문에 전쟁에 자신들을 투입했지만 그것들은 그들과 전혀 상관없다는 듯 그들의 모습은 여유로웠다. 오히려 전쟁을 즐기는 듯 보인다.
파도가 일렁이는 아름다운 해변을 가로지르며 출동하는 ‘블랙호크’의 모습, 그것은 작년에 재 개봉한 베트남전을 다룬 1979년작 <지옥의 묵시록>에서의 헬기를 연상케 한다. 베트남 전이 끝 난지 수십 년, 세계평화 수호라는 명분으로 지금도 이국으로 자국의 젊은이들을 공수하고 있는 미국. 소말리아의 내전의 한가운데 투입된 <블랙 호크 다운> 속의 군인들의 모습은 어쩌면 베트남 전에서 허무하게 죽어간 미군들의 모습의 재탕이라는 감독의 생각을 우회적인 방식으로 표현한 것 같다. 그런 전쟁터에 징집되긴 너무도 꽃다운 나이이고 무엇을 위한 전쟁인지도 불분명한 그런 전쟁에 투입되는 아름다운 청년들이 그 바닷 빛 만큼이나 처절한 아름다움으로 비춰졌다. 암흑과 같은 그들의 미래를 아름다운 해변의 모습으로 역설적으로 표현한 듯 싶어 그 바다가 너무도 슬퍼보였다. 영화 중 그들도 이렇게 이야기한다. ‘바다는 아름답다, 하지만 전쟁을 치른 후의 바다는 다시는 와보고 싶지 않은 바다가 되어버린다’고, ‘다시는 발길도 돌리고 싶지 않다’고… 베트남 전 이후의 최대의 군사작전 패배라고 하는 소말리아에서의 작전의 패배는 베트남 전에서 미국이 폐전했던 것과 같은 전례라고, 더 이상의 무모한 전쟁은 있어서는 안된다는 감독의 외침처럼 들렸다. 더 이상 장례가 창창한 젊은이들이 전쟁에서 목숨을 잃어선 안된다는 반전의 목소리를 듣는 듯했다. 냉혹한 도시 전투를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차갑고 냉정하게 기술한 영화 <블랙 호크 다운>.. 여섯대에서 여덟 대의 카메라를 동시에 설치해놓고 촬영을 했다고 하는 전투 장면은 처음부터 끝까지 마치 종군기자가 카메라를 들고 전쟁의 한가운데에서 촬영을 한 듯 리얼리티를 살렸다. 헬기의 팬 때문에 모래 폭풍의 아수라장으로 투입되는 병사들, 헬기의 안에서 밖에서 여러각도로 찍혀진 병사들의 ‘모가디슈’ 투입장면은 이 영화의 초반 압권이라 할 수 있겠다. 투입 후 무차별 공격을 받는 병사가 내란군과 대치하는 장면에서 미사일이 날라가는 모습,총알이 날라가 도시가 파괴하는 모습, 그리고 폭발로 인해 거칠게 흝어지는 흙들의 이미지까지 카메라는 전쟁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모든 장면을 파노라마처럼 그러나 너무도 디테일 하고 리얼하게 표현하고 있다. 실감난 전투장면을 위해 카메라멘은 촬영 내내 배우들과 같이 전쟁을 겪은 듯한 혼란스런 화면과 빗발치는 총성은 내가 전쟁의 한 가운데 있는 착각을 보여준다. 영화는 주연이 누군지 조연이 누군지 구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군인들의 모습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배우들의 비중은 주연급을 막론하고 그 중요도가 비슷하게 보여진다. 대중적인 지명도 때문에 주연처럼 비춰진 조시 하트넷(맷 에버스맨 역), 이안 맥그리거(그림스 역)의 배역은 조연급으로 보여지는 톰 시즈모어(맥나이트 역), 윌리엄 피트너(호위 역), 에릭 바나(후트 역) 그리고 톰 세퍼드(그리슨제독) 등 각각의 배우들의 비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배태랑 급 군인들의 모습들을 보여준 톰 시즈모어, 윌리엄 피트너, 에릭 바나의 모습들이 영화 속에선 더욱 듬직하게 영화를 이끌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개인적으로 눈에 띈 배역은 전쟁의 아수라장에서 귀환을 하고도 다시 전우를 구하기 위해 죽음을 무릎쓰고 돌아가는 후트역의 에릭 바나와 전쟁을 무서워하지않고 침착한 태도를 보여주는 전쟁영화에서 자주 보았던 맥나이트역의 톰 시즈모어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전투에 처음 배치되어 열심히 전투에 임하는 그림스역의 이안 맥그리거나 에버스맨 역의 조시 하트넷 역시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다 했다고 보여진다.
영화의 내용적인 측면에서 그들이 보여주는 소말리아 내전에 임하는 군인의 모습은 미국의 정치적 입장이나 그들의 애국심은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는다. 그들이 자의에 의해서 또는 타의에 의해서 이 전쟁에 투입되었다는 건 영화 속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비추어진다. 다만 잘못된 작전 때문에 타국의 전쟁의 한가운데 고립된 병사들이 완전 무장한 소말리아 민병대를 맞아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극도로 긴장된 상황에서 전쟁에 대한 허탈감을 맞보는 동시에 살기위해 살아 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인간적인 모습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들은 전쟁의 영웅도 아니었고 나라를 위해 이 전쟁에 투입된 애국주의자도 아니었다. 오직 살아서 집에 돌아가고 싶어하는, 그들과 생사를 함께하는 전우들을 걱정하는 인간의 모습이었다. 그들이 통과한 전쟁의 생지옥은 단지 18시간이었지만 그 시간은 마치 그들에겐 평생 느껴 암울한 상황은 모두 겪은 듯 만큼 참혹하고 길었다.
<블랙 호크 다운>은 지금까지의 리들리 스콧 작품들 중에서 가장 사실적이고 남성적인 영화로 기억될 것 같다. 그가 기존에 집착하는 듯 보이던 ‘강한’ 여성의 이미지는 이 영화에선 보이질 전혀 않는다. 어쩌면 이렇게 시종 전투로 일관하는 전쟁영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영화는 전쟁의 격전지를 옮겨온 듯 시종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만든다. 영화는 전쟁의 리얼리티를 고립된 시간동안의 격전을 살리기 위해서 최대한 많은 전투신과 최대한 많은 병사들의 상황을 보여준다. 영화가 상영되는 러닝타임은 120분 정도의 시간이었지만 난 마치 18시간의 격전 속에서 그들과 함께 전쟁을 치른 것처럼 길게 느껴졌다. 여기서 길다라는 표현은 절대 지루했다는 표현이 아니다. 전쟁 속에서 쉴새없이 진행되는 상황 때문에 오히려 시간의 흐름을 감지하지 못했다는 이야기이다. 여하튼 영화는 실제로도 본 것처럼 겪은 것 처럼 사실적이고 다이나믹하며 남성적이다. 실화를 이렇게 생생하게 옮긴 영화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영화는 굉장히 리얼했고 상세했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미국의 국수주의 때문에 그 작품적 의미가 퇴색되었고 몇몇의 전쟁을 영화들이 미국쪽의 국수적 애국적인 시각만 반영하였던 것에 비해 이 영화는 미국의 치부 같은 실패한 전쟁을 고스란히 보여주며 미국에게 그 전쟁의 무의미함을 이야기 하고 그들의 각성을 바라고 있는 듯 싶다.
이 영화 속의 소말리아의 폐허가 된 도시 모가디슈를 보면서 전쟁은 어떠한 방식으로도 발생되어선 안되고 죄없는 민간인들이, 젊은이들이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그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남을 해치고 그 때문에 가족을 잃는 일은 없어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도시 한가운데 추락한 헬기는 전쟁이 끝난 후 남아있는 부서진 건물은 전쟁의 황폐함과 허무함을 말해주는 듯 쓸쓸하고, 씁쓸했다.
이 영화는 재미의 차원을 떠나 하나의 메시지를 주는 영화처럼 보여진다. 하지만 영화는 전혀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다만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재미로 영화를 본다는 단순한 입장보다는 감독이 주는 메시지에 귀 기울이고 그것에 공감하는 측면에서 영화를 관람하면 더욱 감동적인, 재미있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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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호크 다운(2001, Black Hawk Down)
제작사 : Jerry Bruckheimer Films, Columbia Pictures, Revolution Studios / 배급사 : 콜럼비아 트라이스타
수입사 : 콜럼비아 트라이스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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