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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lld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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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1-21 오후 2:19: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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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미 라인스가 개봉한다. 미국 제일주의를 부르짖는 미국 영웅을 그려내었던 영화 속에서, 거의 전지전능한 능력을 보여주는 미군 조종사의 이야기에서 나는 실망했다. 더 이상 그런 영화들을 보면서 "멋있다"라며 감탄할 나이도 지나버렸고, 특수효과가 아무리 현란해도 너무 익숙해져버린 "영화에 빠져 죽기 직전의" 세대이기 때문이다.
이제 미국영화속의 전쟁이란, 한 사람의 전쟁 영웅담으로 흘러가 버렸다. 풀 메탈 쟈켓, 플래툰,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의 전쟁의 참혹함과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고찰보다는 그저 돈을 위한 액션블럭버스터의 영화들만 넘쳐나고 있다. 그거야 미국 영화니까 그럴수 있다고 치자. 그러나 미국 이외의 국가들을 모두, 미국의 정책에 반대하는 국가들을 모두 적으로 규정해놓고 무조건 "때려부숴야 할 대상"으로 낙점찍어 버리는 그들의 시각은 이제 더이상 봐주고 싶지 않을정도로 꼴불견인 것이다.
이런 시기에 다시한번 전쟁 영화 [블랙 호크 다운]이 개봉을 대기하고 있다. 이 영화를 어떻게 봐야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이 영화도 아주 조금은 그런 "미국 만세"의 관점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미국 영화라는 것을 본다면 이것은 무시해도 될 수준이다. 블랙 호크 다운. 우리말로는 사령부에 격추되면서 SOS를 치는 "블랙 호크 현재 추락중" 이정도로 해석될 것이다. 그러나 전쟁의 비극을 고발한 이 영화는 새로운 형태의 전쟁 영화로 볼 수 있을것 같다.
블랙 호크 다운(Black Hawk Down)은 리들리 스콧 감독의 작품이다. 글래디 에이터, 델마와 루이스, 에어리언 이라는 전작들의 이름만으로도 기대를 갖게 만드는 이 영화는 리얼리즘에 입각한, CNN뉴스를 보는 것같은 처절한 시가전을 통해 전쟁을 고발하는 작품이다. 전쟁 영웅을 그린 영화도 아니다. 그들의 <전쟁>중에는 보면서 관객을 웃게 만드는 장면도 있다. 총알이 난무하는 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들의 모습을 가감없이 그려낸 영화에서 우리는 <팍스 아메리카>를 부르짖는 그들의 미국 제일주의를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그 전쟁이 얼마나 가혹한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블랙 호크 다운은 그나마 전쟁속에서의 전우애와 잔인함, 그런 것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것들을 영웅들의 이야기가 아닌 리얼리즘에 입각한 화면구성으로 보여주고 있다. 혼자서 모든 적들을 다 때려부수는 영웅담도, 뚜렷한 주인공이 있는것도 아니다. 정말 전쟁이 벌어지는 곳을 따라다니면서 촬영한 다큐멘터리 같은 사실적 묘사야말로 이 영화의 의미를 더욱 실감나게 만들어주는, 너무나 사실적이기에 오히려 더 영화적 감동을 더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이 영화는 간단한 줄거리로 무려 144분의 긴 상영시간을 갖는다. 아프리카 소말리아. 국제 지원을 받아 들어온 식량을 장악, 무기로 삼은 악독 민병대 사령관 아이디드를 잡으려는 미군과 소말리아 민병대의 시가전을 그려내고 있다. 그것이 전부다. 전반부는 그런 작전을 준비하는 미군을 보여주고 있고 그 이후는 전부 시가전을 중심으로 총에 맞고, 손목이 잘려나가고, 포가 폭발해 날라가는 장면, 기관총때문에 귀가 먹는 장면...그 모든것이 정신을 앗아가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블랙호크라는 미 육군이 보유하는 공격헬기를 중심으로 지상군과 휴즈500의 경공격 헬기가 아이디드의 참모를 잡기위한 작전을 벌인다. 계획상으로는 1시간에 끝날수 있는 공격 작전. 그러나 로켓포, 박격포, 기관포로 중무장한 민병대에 의해 두대의 헬기가 격추되면서 전투는 전 시가지를 통해 치열하게 이루어지고, 고립된 지상군들은 탄약이 떨어져가는 상태에서 전멸의 위기에 놓이게 된다.
고립되어버린 병사들. 그리고 전우의 시체라도 수습해야 한다고 총알이 빗발치는 추락한 헬리콥터로 뛰어드는 군인들. 총에 맞아 중상을 입은 동료들을 구하려다 자신이 희생되는 모습들. 더 많은 희생이 날것이 뻔하기 때문에 구조대를 못 보내는 사령관의 고민. 1시간 30분이 넘게 계속 이어지는 시가전의 장면에서 보여지는 뉴스 화면을 보는듯한 느낌이 전해주는 사실의 무서움.
수많은 병사들이 부상당하고 결국 19명이 사망한다. 물론 미군을 공격하는 미병대원들은 더 많은 사상자를 내었다. 영화는 미국에 반대하는 소말리아 민병대의 죽음보다는 미군의 부상을 더 크게 다룬다. 미국의 명분과 그저 죽은 미군 헬기와 병사들의 시체에서 하나라도 더 빼앗으려는 굶주림에 지친 시민들의 모습에서 보여지는 삶의 고달픔이란. 그저 그렇게 보여주는 것보다 더 좋은 전달 방법이 있을까? 실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했기때문에 더 사실적인 이야기.
이 영화도 결굴 마지막은 이 전투에서 동료애를 발휘한 미군 병사들의 훈장 수여를 알려주면 끝을 맺는다. 감독은 미군의 위대한 모습을 감추려고 하지 않는다. 이 영화속에서도 "미국 만세"라는 그것은 어쩔수 없는 시선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그런 미국 만세에 대한 거부감은 별로 들지 않는다.
그것은 90분정도나 되는 시가전 장면에서 죽어가는 미국 병사들이나 민병대 대원들이나, 혹은 기관총에 맞아 죽는 미군이나 민병대원이나 똑같이 참혹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왜 남의 전투에 끼어들었냐고?" 처음에는 그 대답을 못했다는 미군 병사의 이야기. 그러나 사지에서 돌아온 그들은 이제 그 답을 알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답이 있을까? 왜 자신의 일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일때문에 죽어가고 죽음의 공포속으로 뛰어들었는지.
정의? 민주주의? 질서 회복? 그런것들을 직접 총을 들고 싸우지 않는 가까이는 사령관과 저 멀리 백악관과 의회의 국회의원들의 생각일 뿐일 것이다. 실제 전장에서 목숨을 내어놓고 총을 쏘는 병사들은 내가 쏘지 않으면 내가 죽으며, 그리고 더불에 내 옆의 동료들마저 죽기 때문인것이다. 내가 싸우지 않으면 나뿐만 아니라 내 옆의 동료들까지도 죽음으로 몰아넣기 때문에, 그들을 위해서라도 싸워야 하는것.
전쟁이란 <윗대가리>들에겐 질서를 회복하고 평화를 유지하고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시키려는 최후의 수단이지만, 직접 총을 들고 싸우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삶과 죽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총을 맞는 것은 이미 우리의 손을 벗어난 문제이다.]라고 이야기하는 미군 장교의 말에서 살아난 군인은 그 다음 전쟁을 다시 해야하고, 죽은 자만이 진정으로 전쟁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플라톤의 말처럼 삶과 죽음만이 전쟁의 의미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런 전쟁이 가져다 주는 것은 윗대가리와 전쟁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승리 혹은 패배와 이익이냐 손해냐 이지만, 전쟁에 참가한 사람에게는 전사 통지서 혹은 전역증명서뿐이다. 일부 훈장을 추가로 가져갈 수는 있겠지만. 그런 전쟁의 단순한 것, 블랙 호크 다운은 말하고 있다.
최강의 군사국가 미국의 공격헬기 블랙 호크의 추락. 그리고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건 미국의 추락인 것이다. 그리고 뉴스에 나오겠지. 미군19명 희생. 부상자 다수. 일부 중상자는 위독. 그러나 그 추락한 헬기속과 밖의 군인들에겐 그들 삶의 추락인 것이다.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사실적 화면속에서 보여지는 <인간의 삶의 추락>은 이미, 승리가 보장되어있는 그들의 전쟁에서 예고되어 있는 것이다.
이제 리들리 스콧이란 감독은 슬슬 흥행감독에서 거장의 대열에 들어가려는 준비를 하고 있는것 같다. 풀 메탈 쟈켓, 플래툰의 메시지가 더 리얼한 화면속에서 살아나오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을 보니.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부상당한 병사가 흘린 피를 닦아내는 사령관의 모습. 피를 닦아 내지만, 그 흔적은 남아있는 결말부분의 장면. 멀리서 죽어가는 군인들의 지원요청을 거부할 수 밖에 없었던 사령관 그 자신이 닦아 내는 피. 그러나 이미 흘린 피를 어떻게 보상할 수 있겠는가? 그 사령관의 비장함은, 아마 이 영화의 숨겨진 문제장면이라고 생각한다. 그 남아있는 피의 흔적만큼 더 잔인한 것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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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호크 다운(2001, Black Hawk Down)
제작사 : Jerry Bruckheimer Films, Columbia Pictures, Revolution Studios / 배급사 : 콜럼비아 트라이스타
수입사 : 콜럼비아 트라이스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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