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계 부동의 파워맨이라는 강우석 감독이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이후 오랜만에 들고나온 신작 <공공의 적>은 <투캅스>를 연상시키는 블랙코미디이다. <투캅스>의 흥행성공이후 쏟아져나온 아류작들의 홍수속에 자기붕괴되버린 블랙코미디 장르를 보게되는 것도 상당히 오랜만의 일이지만 <공공의 적>은 예전 블랙코미디들과는 확연히 다른 경계선 하나를 잡아놓고 있다. 바로 홍보에서의 허허실실이다. 처음엔 하드보일드 장르를 표방한다 홍보가 되다가 나중엔 <투캅스>보다 더 웃기다는 것을 중점으로 하였다. 그러나 <공공의 적>은 하드보일드도 코미디도 아니다. 차라리 이 영화와 제일 유사한 영화를 말하라면 우형사(박중훈)를 중심으로 장성민(안성기)과의 대결이야기를 중심에 놓으며 은근한 사회비판을 심어놓았던 <인정사정 볼것없다>가 될것이다.
<공공의 적>을 보다가 눈물이 날 정도로 감탄을 한것은 조연들에 대한 완벽한 배려였다. 슈퍼마켓 주인으로 나오는 뮤지컬스타 전수경, 형사보다 더 근거있는 판단을 하는 칼잡이역의 유해진, 마약상역의 성지루, 검사역의 서태화, 산수역의 이문식, 여비서역의 양은용, 마지막에 등장하는 윤문식까지..이런 조연들이 잠시 단역으로 지나는게 아니라 두번 세번의 등장으로 작은 역에게까지 확실한 캐릭터를 부여해주는 세심함은 <공공의 적>이 가지는 최대의 장점이다.
<공공의 적>은 조연들도 돋보이지만 두 주연의 매력 또한 상당하다. 비리경찰로 찍혀있지만 사회악을 처단한다는 명분 아래 개인적인 원한과 답답함을 풀려고 하는 강철중(설경구)의 캐릭터는 처음엔 거부감이 들지만 점차 호감이 가는 캐릭터다. 강철중의 캐릭터가 너무 강해서 상대적으로 아쉬운것은 그에 반하는 조규환(이성재)이란 캐릭터다. <헨리 연쇄 살인자의 초상>에 나오던 마이클 루커를 연상시키는 살인장면들로 섬찟한 인상을 강하게 남기지만 공공의 적을 처단하겠다고 전기톱 들고 나서는 강철중이란 캐릭터에는 뭔지 모를 부족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공공의 적>은 흥행에 대해선 상당한 기대를 걸어도 좋을 작품이다. 그러나 필요이상으로 잔인한 장면이 눈에 많이 띄는것이 흥행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단순한 코믹함의 강조에서 벗어나 사회에 대한 비판을 군더더기 없이 적당히 담아낸 <공공의 적>은 여러면에서 흡족한 기쁨을 준 영화이다. (★★★★)
보태기: 개인적인 의견이 많이 들어가는 부분이지만 엄반장 역을 맡은 강신일은 지난해 박광정이 연출한 모노드라마(1인극) [진술]에서 광기어린 연기를 선보인 연기파이다. 앞으로 영화에서 모습을 자주 보이기를 바라는 중년의 연기자중 한 사람이다. 그리고 초반에 자살하는 선배형사역의 기주봉은 <친구>에서 주현의 아랫사람으로 나오며 외모나 이미지에서 <소나티네>의 기타노 다케시를 연상시켰던 배우이다. 그런 기주봉이 초반에 <소나티네>의 기타노 다케시와 비슷한 자살방법을 택하는 것은 알고보면 재미있는 기획된 우연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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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ee65
여러면에서 흡족한 기쁨을 준 영화이다. (★★★★)
2010-08-28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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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적(2002, Public Enemy)
제작사 : (주)시네마 서비스 / 배급사 : (주)시네마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