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구성과 안정된 연출력이 돋보이는 스릴러 <1408>
<1408> 은 여느 공포영화보다, 밀도있는 이야기로 관객을 끌어당긴다. 영화는 유혈낭자한 장면없이, 탄탄한 내러티브와 잘 짜여진 구성으로 관객을 극한의 서스펜스로 몰아붙인다. 영화속에서 묘사되는 초현실적이면서도 사실적인 공포는 관객의 목덜미를 서늘하게 조여온다.
주로 유령이 나타난다는 곳을 직접 방문하여, 그것을 소재로 글을 쓰는 공포소설 작가 마이크 엔슬린은 우연찮게 뉴욕에 위치한 돌핀 호텔의 1408호라는 곳에 이끌리게 된다. 지배인의 강한 만류와 비아냥에도 불구하고 엔슬린은 악마로부터 저주받은 이 방에서 하룻동안 묵을것을 결심하게 된다. 그곳에서 앤슬린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거대한 공포와 마주하게 된다.
<1408> 에서 묘사되는 공포는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초현실적인 공포이다. 그러나 <1408> 의 공간은 초현실적인 면이 강하지만, 앤슬린이 경험하는 공포는 결국 누구나가 갖고 있는 현실적인 공포이다. 딸의 죽음으로 인해, 영혼의 존재를 믿지않았던 앤슬린에게 가해지는 공포와 불안은 과거의 경험과 기억이 잉태한 공포이다. 결국, 1408호라는 공간 자체는 공포의 원형을 보여주기 윈한 소품에 불과한것이며, 이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은 우리가 갖고있는 근원적 공포의 현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후반부, 죽은 딸의 혼령이 등장함과 동시에 순식간에 재로 바뀌게되면서 <1408>의 저주는 다시 반복된다. 실존해있던 것들이 한순간에 허상으로 변하면서 <1408> 은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되는 원형의 공포를 그대로 재현한다. 영화는 1408호라는 공간과 마이크 앤슬린의 역학구도를 순식간에 무너트리면서 관객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이러한 공포의 원형은 일상적인 사건과 갈등들을 통해 전이되면서 강한 긴장감을 안겨준다.
스티븐 킹의 재능이 십분 발휘된 단편소설 <1408> 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매력적인 소재와 안정된 연출이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과 함께 맞물리면서 빈틈없는 구성력을 보여준다. 이는 연출자가 원작의 내용과 재미를 충분히 이해하고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스웨덴 출신의 재능있는 감독 미카엘 하프스트롬은 자칫 진부해질 수 있는 이야기를 관습적이면서도 세련된 연출로 원작의 재미를 충실하게 묘사해내, 영화는 마치 잘 다듬어진 목조와 같이 안정된 연출력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존 쿠삭과 사무엘 L 잭슨이라는 두 연기파 배우가, 동시에 출연하면서 이러한 탄탄한 구성에 무게감을 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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