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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호크 다운>의 포스터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것은 제작자인 제리 브룩하이머와 감독인 리들리 스콧의 이름이다. 제리 브룩하이머는 헐리우드 최고의 영화 제작자중 한명이다. 그래서인지 그간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한 영화들의 특징을 보면 감독보다는 제작자인 자신의 비중이 더 컸다. 대표적으로 지난 여름 개봉했던 <진주만>을 보더라도 마이클 베이가 감독을 했던 영화라기보다는 브룩하이머가 제작한 영화라고 설명을 하는것이 훨씬 영화에 대해 이해가 잘된다. 그에 반해 <블랙 호크 다운>은 그간 브룩하이머식 기획영화들과는 일단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무작정 흥행성만을 추구하기 보다는 조금은 진지한 시각을 지니고 영화에 도전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 주체가 리들리 스콧임에도 <블랙 호크 다운>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테렌스 맬릭의 <씬 레드 라인>이 전쟁에서 한 걸음 비켜나 사색적인 반성을 보여줬다면 리들리 스콧은 전쟁터 한가운데에 카메라를 들이대고는 그 안에서 전쟁에 대한 존재론적 참회를 하려 하였다. 이런 그의 시도는 상당히 좋았으나 결국은 영화가 끝난후 <블랙 호크 다운>과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어떻게, 왜 다른것일까를 머리 아프게 생각해야 하는 관객의 고민만을 남기고 말았다.
리들리 스콧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장르의 연금술사라 불리는 브라이언 드 팔마를 생각나게 한다. 최근 그는 <지 아이 제인>, <글래디에이터>, <한니발>까지 다양한 장르를 끊임없이 시도해왔지만 아직 그가 장르의 연금술사로 불리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것은 그의 영화는 항상 장르의 내에서만 머물렀을뿐 기존 장르의 다른 영화와 비교해서 별반 다를것 없는 영화를 만들어 보였다는 점에서 설명이 된다. <블랙 호크 다운>역시 영화를 빠져나오면 기존 숱한 전쟁영화들과 별 차이점을 느끼기는 힘든 그런 영화일뿐이다. 브라이언 드 팔마가 평범한 장르영화를 만들어서 그 안에서 장르를 해체해 새로운 장르를 창조해 나가는 동안 리들리 스콧은 항상 예측 가능한 범주를 맴돌며 실망만을 안겨준게 전부란 것이다. <델마와 루이스>, <에이리언>, <블레이드 러너>를 만들던 리들리 스콧의 모습이 모두 어디로 간건지, 과연 지금은 무얼 하는건지 정말 그에게 묻고 싶을 정도이다.
영화를 시작한지 30여분이 되도록 조용하다가 100여분간 지칠줄 모르고 쏟아붓는 전쟁장면은 관객을 위한 완급조절에도 인색하고, 필요이상으로 잔인한 장면들은 <한니발>에서 배워온것이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이다. 단지 이 영화에서 느끼는 위안감이라면 전쟁영화 매니아라면 환호성을 지를만큼 화끈한 화력을 투자한 100여분의 시가전 장면과 미국만세이긴 하지만 무조건 만세를 외치는것은 아니란 점 정도일것이다. 과연 미국인들은 언제쯤이나 전쟁영화에서 진정한 자기 반성을 할 수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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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호크 다운(2001, Black Hawk Down)
제작사 : Jerry Bruckheimer Films, Columbia Pictures, Revolution Studios / 배급사 : 콜럼비아 트라이스타
수입사 : 콜럼비아 트라이스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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