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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의 한계를 벗어던진 영화 기담
tjr123 2007-08-12 오후 11:00:10 786   [4]
 

그 동안 만들어졌던 귀신영화의 한계를 벗어던진 영화라는 점에서 가장 큰 만족을 얻었다. 이 영화는 귀신이 등장하는 영화에서, 알면서도 사용하는, 쉬우면서도 탈출하기는 힘든 함정을 멋진 비주얼과 잘 짜인 구성을 바탕으로 극복해낸다. 

 

영화는 79년의 어떤 의학교수로부터의 회상으로 40년대 자신이 겪었던 병원에서의 회상을 바탕으로 영화를 진행해 나간다. 자신이 근무했던 병원에서 벌어지는 인물들에 대한 3가지의 이야기이다. 첫번째는 화자가 본 시체실에서 본 여자시체에 얽힌 이야기, 두 번째는 자신의 병원에 교통사고 실려온 어떤 소녀의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은 병원의사에 대한 이야기. 에피소드의 시작은 뜬금없고 이해할 수 없는 화면들로 편집되어 있고, 시간이 조금씩 뒤틀려 구성되어 있어 의아스럽게 하지만 결국 각각의 에피소드들의 마지막에 가서는 친절할 정도로 모든 상황이 설명되기에 그리 불친절한 영화는 아니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공포라는 장르가 무색할 정도로 고요하고 잔잔한 분위기로 극을 진행시킨다. 영화는 애초부터 극한 상황에서의 공포를 보여주기보다는 극 자체 분위기의 조성에 더 노력한다. 배경음악의 절제, 그리고 답답할 정도의 의도적인 인물 모습의 컷, 아무것도 없는 어둠에 대한 모습, 묘한 느낌을 자아내는 눈 내리는 병원의 풍경 모습등. 충분히 멋진 분위기에 취해 영화를 감상하기에 귀신이 등장하는 장면도 별 다른 기교없이 우직하게 밀어붙여 다음 장면을 충분히 예측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즐거운 장면이 탄생한다. 하지만 의외로 귀신이 등장하여 공포를 자아내게 하는 부분은 얼마되지 않는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무서운 이야기들이 아니라, 기이한 이야기들이기에 영화에서 공포를 창출해 내는 장면들은 영화를 구성하는 요소들 중 기이한 이야기를 꾸며주는 한가지의 요소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 하지만 역시 가끔씩 터지는 장면들도 충분히 임팩트가 강하기에 만족할만하다. 또한 스크린에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귀신의 모습이나 사운드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점도 무척이나 신선하게 다가온다.

 

기담에서 말하는 세가지 에피소드, 그리고 마지막의 에필로그 부분의 이야기까지 보면 모두 그것들을 한가지로 꿰뚫고 있는 주제는 사랑이다. 서로를 사랑하지만 정상적으로는 맺어질 수 없었던 슬픈 사랑이야기, 그리고 조용히 눈 내리는 배경과 같이 등장하는 어둠에 싸인 병원의 모습과 함께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가까이 둘 수 없었던 인물들의 쓸쓸한 애상감을 잘 부각시킨다. 가장 맘에 들었던 것은 화려하면서도 잔잔한 느낌의 화면의 구성이었다. 각각의 에피소드들마다 멋진 장면들이 꼽아보면, 실제로는 한 순간도 같이 있지 않았던 여인과 귀신으로나마 같이 지내며 시간의 흘러감을 묘사했던 병풍뒤로 두 사람의 모습이 지나는 장면, 그리고 결국 한 명이 죽어서야 확인할 수 있었던 서로에 대한 사랑을 묘사했던 하얀 눈밭에서의 피 묻은 장갑에 손을 맞잡는 장면, 그리고 이미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던 인물이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며 지내다가, 결국 전등을 통해 그 사실을 인지하는 장면등. 영화는 무척 근사한 느낌의 장면들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더하기, 카메라의 구도나 고요히 병원 주변으로 눈이 내리는 연출등으로 쓸쓸함과 고독함을 부각시키는 묘사도 참 맘에 든다.

 

그 동안 보았던 귀신 영화속의 머리를 풀어헤친 코자돌림의 귀신들의 모습은 너무나도 많은 영화에서 차용했기에, 이젠 그 모습은 공포라기보다는 실소로 다가온다. 많은 영화에서 보였던 똑같은 귀신들의 모습에는 결국 한계가 있다. 하지만 기담은 비록 정통적인 공포를 다루며 무서움을 만들어 내는 이야기에서 벗어나긴 하지만, 공포라는 감정이 시작되기 전의 보다 더 근본적인 감정, 왠지 읍습하고 기이한 분위기를 자아내게 하는 점에선 분명히 성공적이라고 본다. 그 동안 열심히 차용했던 귀신들의 모습에서 더 이상의 공포를 얻기에는 한계가 도달했다고 여기기 때문에, 기담은 귀신에서 얻어지는 공포가 주된 것이 아닌, 영화가 주는 독특한 화면들로 또다른 느낌의 형태로 나아가는 공포영화의 한 방식을 만든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한마디로 말하자면 분명히 영화는 재미있었으니까. ^^

 

-근데 두 번째 이야기에 나왔던 그 귀신이 참 인상적이다. 화면이라도 캡춰해서 저장해두고 싶은 마음. (gif로...) 한 두 세컷 정도 나온 듯한데, 아무래도 사람들이 가장 강렬하게 기억되는 장면들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다. ^^

 

-극 중 김인영의 영화 전체를 함축한 듯한 마지막 대사가 참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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