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의 주제는 장소가 어디가 됐든 어디든 인상 깊은 장면 하나쯤을 남긴다. 한 여름의 땡볕이 일순간 한기로 돌변하는 순간으로 보는 것 만으로도 오히려 주인공 대신 밤잠 못이루는 피해를 볼까 하는 생각에 생각에 조심하게 된다. 기담은 관객으로 하여금 자꾸 경성을 의식하게 한다. 분위기가 얼마나 어려웠는지, 복잡한 시선은 하나의 특징이 되어 다가온다. 홍상수 감독의 주특기라 말하고 싶다, 이야기 흐름은 제법 예리한 칼날 끝처럼 오싹하다. 당시의 신식 병원은 동서양의 결합이라는 특이한 소재이다. 또각거리는 불길한 목탁 소리와 의대 실습생의 반듯한 헤어스타일은 복고적 감성을 자아내며 혼란스러운 시기 상황이 묘하게 얽혀있다. 공포영화 치고는 장르의 불투명한 면이 없지않아 있지만 무서운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제법 괜찮았다. 영혼의 목소리에 충실했고 설정의 어색한 면 없이 부드러운 흐름이 있었다. 그간 어설픈 해프닝에 그쳤던 다른 국내 공포영화와는 차원이 달랐다. 때로는 작은 징후를 가볍게 여긴 내게 시종일관 냉정한 시선을 유지했다는 것은 생각해 볼 만한 여지를 남겼다. 결코 가볍지 않았기에, 삶과 죽음에 무게를 두고 있었기에 재미있게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