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킹의 단편소설을 동명그대로 영화화한 1408 은 미카엘 하프스트롬
감독아래 <더블타겟> 의 로렌조 디 보나벤투라가 제작을 맡은 영화로서
상당히 신선한 공포와 스릴러 양쪽 측면에서 탁월한 느낌을 선사한다.
제한된 공간에 대한 공포는 누구나 예측할수 있는 식상한 공포로 전락해
버린 현대의 비일비재한 편견을 깨트려버리는 이 영화가 던지는 것은
귀신에 대한 공포보다는 인간이 자신의 심리상태에서 오는 정신붕괴를 적나라
하게 다루고 있다. 물론 소재는 귀신에 대한 것이지만 마치 4차원 공간처럼
공간을 재구성하듯 1408호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연속적으로 데미지를 입혀오는
살아있는 공간과 같은 돌핀호텔의 1408호는 식상하고 단순한 공포의 그릇을 깨뜨려
버린채 신선하고 세련된 영상미를 선사한다. 일단 주인공인 공포소설 작가인
마이크 엔슬린(존 쿠삭)은 불치병에 걸린 딸을 잃은 상실감으로 뉴욕에 있는 부인
릴리 엔슬린(메리 맥코막)을 떠나있는 상태이다. 마음의 상처를 안고 그는 사후세계와
귀신에 대한 존재를 부정하는 회의론자가 된채 귀신이나 유령이 깃들어 있는 장소들을
방문하면서 직접 귀신이 없음을 확인하는 현장검증을 하는 버릇을 가지고 있다.
그가 처음 썼던 소설 'the long road home' (집으로 가는 먼길) 에서 그가 자신의
이야기와 딸의 이야기를 소설에 다룸으로써 딸에 대한 애착을 강하게 가지고 있음을
암시해 주는 부분이 그가 딸의 상실을 통해 가지고 있는 마음의 상처의 비중을
느끼게 해준다. 오늘도 현장검증을 통해 귀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회의론적 사고관을
가지고 있는 엔슬린은 어느날 우편을 통해 누군가 보낸 돌핀 호텔 엽서에 적힌
'Don't enter 1408' (1408호에 들어가지 마시오.) 의 메시지를 받게 된다. 뉴욕에
위치한 돌핀호텔에 대해 과거의 신문기사를 조사해 이번에도 현장검증을 위한 치밀한
준비를 하는 엔슬린은 돌핀호텔로 향하게 된다. 돌핀호텔의 매니저 제랄드 올린(사무엘
L. 잭슨) 과 대면한채 신경전을 벌이면서 1408호에 들어가려는 엔슬린은 공방은 계속된다.
치열한 말싸움끝에과 1408호에서 있었던 일들과 자연사를 비롯한 끔찍한 자살 사고들을 들
으면서도 결국 1408호의 키를 얻어내는 엔슬린이었다. 다시 한번 생각하길 권하면서 1939년
산 양주 한병까지 그의 마음을 돌려 보고자 바꾸었던 올린은 마지막 경고를 하고 내려간다.
1408호실로 들어선 엔슬린은 평범한 방의 구조를 평소와 같이 기록하기 시작한다. 모든
사건들이 거짓으로 날조되거나 우연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약간 섬뜻한 마음이 들어 술로
마음을 달래는 엔슬린, 그 순간 그의 눈앞에서 1시간의 시간이 세팅되기 시작한다. 1시간
이상 묶은 사람이 존재한적 없는 1408호에서 자살한 모든 인원들처럼 엔슬린을 공포로
몰아가는 상황이 발생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코나미사의 사일런트 힐이라는 호러 게임을
아는 사람이라면 '사일런트 힐4' 와 흡사한 느낌을 받을수 있을 것이다. 스토리와 설정
자체가 완전히 틀리지만 공간적 배경은 폐쇄된 방이라는 것과 주인공이 홀을 통해 다른
이공간으로 이동하는 것은 제법 흡사한 점을 보인다. 비록 영화에서는 1408호가 끈임없이
자신이 그 공간을 바꾼다는 것이 틀리지만 말이다. 투숙해서 자살한 사람들의 상황을
이해가게 하듯 주변상황은 끊임없이 주인공을 공포와 패닉상태로 몰아간다. 그리고 마음
의 상처를 건드리면서 그를 분노와 광기에 휩싸이게 만들어 점점 미쳐가게 만든다.
전에 투숙하던 자살자들처럼 마치 마약으로 보이는 환각처럼 변화하는 1408호의 잔인한
1시간을 견뎌내가는 엔슬린은 자신과 마주하면서 정신의 끊을 놓아버리는 대신 당당하게
맞서는 강한 면모를 선보인다. 예상은 가능하지만 뛰어난 비주얼과 속도감으로 공포를
선사하는 1408은 상당히 매력적인 메리트를 보여준다. 인간의 정신붕괴와 환각, 그리고
현실인지 환상인지 꿈인지 모르는 같은 공간에서의 다양하게 보여지는 현상들 자체가
공포로 몰고가는 뛰어난 효과를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 보이스 레코더의 음성이
재생되는 순간 1408호의 진정한 실체를 다시 한번 느낄수 있는 섬뜻함을 느낄수 있는
괜찮은 여운을 선사하는 신선한 공포영화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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