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당시 과도하다 싶은 CG사용으로 (판타지 장르도 아닌데-_-;) 많은 관객들의 주목을 끌었던 300. 사실 300을 본지는 조금 되었지만, 언젠가 부터 300에 대해 하고싶은 말들이 많았기에 이번 기회에 모두 풀어내려 한다. 참 아이러니컬하게도 (물론, 나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감독 이하 스텝분들이 존경스럽다+ㅁ+) 300의 제작진은 조금 무리하다 싶은 모험을 감행했다. 그 말인 즉슨, 보통의 전쟁서사장르 영화들은 사실성, 즉, 현실적이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강조하며 판타지적이고 감성적인 부분은 철저히 배제하는게 일반적인데, 영화 300은 여기에 반기를 들고 일어섰다.
처음 TV를 통해 예고편을 접했을 때는 참신하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그것 보다 CG를 지나치게 남용한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더 팽배했다. 하지만, 실제 영화는 어떠한가. CG를 통해 판타지적인 씬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었지만, CG의 장점만을 잘 묘사해 우리에게 통쾌함을 선사해주지 않았던가. CG가 저렇게 잘 사용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시각적으로 정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비주얼적인 면이 뛰어나더라도 스토리가 빈약하다거나 완급조절이 잘 되지 않으면 영화는 지루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스토리나 기타 여러 면에서도 300은 분명 뛰어난 영화였다. 대부분의 전쟁서사 장르에서는 실제 전투씬이 그 영화의 모든 장면을 대변하듯이, 감독들이 전투씬을 가장 멋있게 표현하려고 부단히 노력하며 상대적으로 드라마적인, 센티멘탈한 부분들을 등한시 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300에서는 박진감 넘치는 전투씬은 물론이고 모든 인물들의 심리를 잘 묘사해 내었다.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분노, 나라를 위해 몸까지도 기꺼이 내어놓는 스파르타의 왕비, 권력의 맛을 들인 썪어빠진 간신들까지 ... 전형적인 히어로물에서는 볼 수 없었던 드라마적인 부분들이 매력적인 영화였다.
그리고 음악적인 부분에서도 최대한 절제하는 듯 보였는데, 웅장한 느낌의 BGM을 반복하여 강제적인 느낌을 갖게하는 일련의 장치들을 최대한 배제하고, 인물들의 표정이나 목소리와 같은 비주류의 세세한 장치들을 이용하여 그 분위기를 묘사했다는 점이 작품을 더 돋보이게 했다.
우리 시대에 전쟁물도 많고 히어로물도 많다. 하지만, 제대로 된 작품들은 드물다. 300이 바로 그 제대로된 영화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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