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베이젼에는 전작들과 달리 비평적으로 읽어낼 거리가 없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알맹이가 없다는 말입니다. 영화는 사실상 해피엔딩으로 결말을 맺는 첫번째 신체 강탈 영화이고 그마저도 너무 술술 풀리는 덕택에 긴장감은 물론 재미까지 없어집니다.
영화는 나름대로의 시각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그마저도 갈팡질팡하는 통에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할지 관객으로서는 난감해집니다. 한시간이 넘게 외계인으로부터 도망 다니는 주인공을 보여주다가 나중에는 외계인이 자신들의 세계를 설명하는데 그게 제법 그럴싸해서 차라리 신체를 강탈당하는게 낫겠다는 인상까지 심어주니까요. 심지어 주인공은 중간에 잔인하게 집어던졌던 애한테 마지막엔 사랑한다고 속삭인답니다! 이처럼 인베이젼은 니콜의 전작인 그녀는 요술쟁이에 버금갈 정도로 앞뒤가 안맞고 대부분의 장면들은 맥빠지는 액션들을 보여주기 위한 일회성 도구로만 쓰이고 있습니다. 당연히 영화의 호흡은 불안하죠.
배우들이 남습니다. 일단 니콜에게는 고생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네요. 짝짝짝! 니콜은 영화에서 무척 아름답게 나오고 연기는 본인다운 방식으로 잘합니다. 실제로 니콜은 영화를 촬영하면서 부상을 당하기도 했는데 그게 이해가 갈만큼 니콜은 다양한 액션을 다양한 방식으로 소화합니다. 오물을 뒤집어쓰고 폭행도 당하고 힐을 신고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소화기로 외계인을 내려치고 총도 쏘고 울고 웃고 차도 폭발하고 별걸 다하지요. 다른 배우들은 별로에요. 배우들이 별로인게 아니라 역할이 별로입니다. 작고 쓸모없는 역할에다 그런 좋은 배우들을 기용할 이유가 없지요. 물론 다니엘 크레이그는 인베이젼을 촬영하는 도중에 007으로 발탁되었으니 당시에는 지금같은 스타가 아니었지만 그걸 감안해도 아깝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제레미 노덤은 은근히 호감이 가는 배우였는데 우스꽝스러운 대사들을 뻣뻣하게 하다 보니 (일부러 뻣뻣하게 한거라고 믿겠어요. 외계인이잖아요) 실망스러웠고 제프리 라이트는 그냥 과학적인 대사들을 읊어대는 할리우드 영화의 조연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지금까지 불평들을 늘어놓았지만 인베이젼은 기대치를 낮추고 보면 나름대로 재미있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될지도 모릅니다. 영화를 보자마자 떠올렸던 저의 반응도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네' 였고요
제가 끄적거린 글들은 저의 개인적인 감상이니 잠깐 읽으시고 바로 잊으시면 됩니다. 다음 주에 개봉해서 추석동안 상영하는 모양인데 잘됐으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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