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좋은 영화 한편을 접했다. 사실 한번으로는 이 영화가 제대로 이해되지 못한 기분이다. "자신은 여자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패트릭(킬리언 머피)은 허스키하고 중성적인 목소리에 체육시간 대신 가사와 바느질 시간을 만들어 달라는 여성이 되려는 남자, 여성인척 하는 남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패트릭의 정체성이 어느정도 자리잡혀 갈 즈음 영화는 끝나가고 있었다.
이 영화는 영국과 아일랜드와의 정치, 종교, 성정체성, 동성애 등 여러가지 논쟁이 될만한 요소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 논쟁들은 패트릭의 일대기와 같은 <플루토...>에서는 찬밥신세이다. 감독은 영화가 진지해지려는 순간 패트릭을 이용해 교묘하고 가볍게 방향을 틀어버린다. 결코 영화가 무거워지는 것을 허용치 않는다.
30여개의 짧은 챕터로 구성된 것도 독특한데 여기에 추억의 팝송이 백그라운드로 어울어진다. 하지만 이 영화는 철저하게 주인공 패트릭에 빠져볼 필요가 있다. 태어날 때부터 버려져 남의 손에 큰 그(그녀). 상실감이 클법도 하지만 영화가 끝날때까지 유쾌하다. 제목에서 처럼 플로토(명왕성)는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 그곳에서의 햇살을 꿈꾸는 4,5,6차원세계의 인물이다. 어릴적 자신을 버린 엄마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며 경험하게 되는 새로운 세계들. 특유의 경쾌함으로 무마하고 흡수하고 때로는 수난과 고난을 받지만 그녀는 자신만의 플루토(자신만의 이상세계)를 생각하며 버티는 듯 하다.
화면 밖에서 본 패트릭은 상처가 아주 많은 사람같았다. 하지만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간접적으로 세상과 맞서는 방법을 말한다. 과연 우리가 바라는 이상현실엔 어떻게 도달할 수 있을까? 자신만의 방식으로 펼쳐나가는 것은 어떨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