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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즐거운 인생
ldk209 2007-09-20 오전 11:47:23 36116   [53]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왕의 남자>로 천만 관객이라는 신화를 쌓은 후 <라디오 스타>로 잔잔한 감동을 줬던 이준익 감독, 최석환 작가 콤비의 새로운 영화 <즐거운 인생>은 일종의 판타지 영화다. 영화에 나오는 것 처럼 아직 철이 안 든, 아니 철이 들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남자들을 현실 세계에서 본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며, 만약 현실에 이런 남자들이 있다면 주위 사람들에게 꽤나 골칫덩어리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거나 이준익 감독의 다른 작품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영화 역시 적당히 좋은 소재와 짜임새 있는 이야기, 그리고 잔잔한 감동을 안겨 주고는 있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음악 영화라는 점이다. 여러가지 편곡으로 달리 들려지는 <터질 거야>는 처음엔 엉성하던 연주가 연습을 거듭하고 현준(장근석)이 가세하면서 근사해져 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도 근사하다. 또 <한 동안 뜸했었지> <불놀이야>와 같은 고전 한국 롹이 펼쳐지는 장면은 나도 모르게 발장단을 맞추게 되기도 한다. 다만, 음악영화치고는 레파토리가 적은 거 아닌가 싶은데, 이는 아마도 배우들이 실제 연주하는 모습을 보여주려다 보니 맞이한 한계가 아닌 가 싶다. 거기에 마지막 노래이며 주제가인 <즐거운 인생>은 멤버들이 돌아가면서 노래를 하는 등의 기본적인 구성은 괜찮지만 영화의 피날레를 장식할 만한 힘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여하튼 음악 영화로서의 활력과 매력이 넘치는 영화였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는 내내 의문이 드는 부분이 있었다. 우선,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비슷한 소재의 영화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왜 중년남성들이 과거의 꿈을 찾아가는 소재로 밴드가 활용될까라는 기본적인 의문이었는데, 한 때 기타를 치며 음악인으로의 생활을 꿈꾸기도 했던 나로서야 그럴만하다고 생각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특별히 그런 사람들이 많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의문은 더 나아가, 그렇다면 왜 굳이 남성들만이 과거의 꿈을 쫓을까, 아니 그런 영화들만이 제작될까 하는데까지 연결된다.
 
영화계 전체적으로야 모르겠지만 최소한 이준익 감독만 놓고 본다면 이준익 감독이 남성들로만 이루어진 공동체를 꿈꾸고 있음은 확실하다. 그건 자신의 인터뷰에서도 밝혔듯이 "여자들은 거짓말을 많이 해서 무섭다"는 감독의 사고방식에 기인하고 있는데, <즐거운 인생>에서 그리는 그림도 남성들만의 판타지이며, 그 과정에 여성들의 역할은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남성들의 판타지를 가로막는 존재로 그려지기도 한다. 남성들은 아내와 의견을 나누지 않으며, 남성들의 고통의 근원은 먹고 사는 문제에만 집착하는 아내들로 인해 가중된다. 그러다가 갈등의 해소과정 없이 슬그머니 옆에서 박수를 치는 응원의 존재로 후다닥 결론을 내리며 막을 내린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불쌍한 존재는 김상호가 분한 드럼의 혁수가 아닐까 한다. 어쩌면 혁수는 다른 친구들의 꿈을 위해 돈을 대는 역할로 존재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했는데, 영화에서 그 과정은 잠깐 언급하고만 지나갔지만, 실제 사회라면 매우 중요한 문제로, 친구들 사이의 갈등으로 부각됐을 것이다. 은행 대출금 이자도 갚지 못해 고심하고 있는 백수 기영이나, 낮에는 퀵 오토바이에 밤이면 대리 운전을 하며 아이들 과외비를 마련해야 하는 성욱에게 밴드는 해서는 안 되는, 할 수도 없는 희망사항에 불과한 값비싼 취향이다. 이 꿈을 가능하게 해주는 건 오로지 경제력이 되는 혁수란 존재다. 혁수에게 밴드는 일종의 취미 생활일 텐데, 직장인의 취미 생활은 비슷한 경제력의 사람들끼리 해야 무리가 따르지 않는 법이다. 장소 사용료부터 악기 대여료, 악기 구입료, 아마도 식대까지, 심지어 나중에는 네 명의 생활까지 떠맡는 역할이 즐거울리 만무하며(물론 창고에서 라이브 공연도 하면서 장사도 한다는 건 꽤 흥미로운 아이디어임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친구사이라고 해도 계급적 분화과정이 따랐을 것임은 분명하다. 거기에 결국 아내의 이해를 받는 다른 멤버와 달리 혼자만 덩그러니 남은 혁수란 존재는 영화에서 너무 가혹하게 그려진 것 아닌가 싶다. 어쨌거나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사는 건 좋은데, 그러더라도 주위에 민폐를 끼치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해야 정말 좋아 보일 것이다.

(총 0명 참여)
harmatan
실제로 이럴수 있을까   
2007-10-13 20:13
khkyum
아주 평범한 사회의 일상 같아 보기 좋아요   
2007-10-11 14:37
leejisun24
공감ㅋㅋㅋ 약간 현실감이 없긴 했지만 그래도 즐거운 영화였어요   
2007-10-03 17:09
szin68
제발 그랬으면...   
2007-10-03 00:42
p09612
현실적인 부분은 영화에선 웃고 넘어갈수 있어야 자신이 안 피곤해지죠 ㅎㅎ 그래두 나름대루 짜임새 있는 후기네여^^   
2007-10-02 10:59
lego15
공감가는 부분이 많네요,,
  
2007-09-29 16:33
goldsmile
영화속 인물들이 현실로 따져본다면 엄청난 용기를 낸것이다. 실제로 현실속에서는 하고싶은것을 한다는것이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하고 해야하는 건지를 알다보니까 더욱 감동적이 었습니다.   
2007-09-29 14:37
jip5
저도 보면서 그런생각 들긴 했지만 뭐 세세한건 영화니깐.. 알아서들..ㅋ   
2007-09-27 14:17
shelby8318
우와!! 글 잘 썼다   
2007-09-20 15:38
1


즐거운 인생(2007)
제작사 : (주)영화사 아침, 타이거 픽쳐스 / 배급사 : CJ 엔터테인먼트
공식홈페이지 : http://www.cjent.co.kr/happy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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