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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강한 임팩트의 아쉬움.... 검은집
ldk209 2007-09-23 오후 10:22:00 1793   [20]

<스포일러>

짧지만 강한 임팩트의 아쉬움....

 

몇 년 동안 긴 생머리에 관절염이 걸린 사다코 혼령으로 관객들을 떠나보낸 한국 공포영화에게 2007년은 비로소 사다코 그늘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한국 공포영화들은 2007년을 맞아 사다코의 혼령이 없는 다양하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했고, 어느 정도의 완성도까지 이룩하면서 나름의 성과를 올리는 데 성공했다. 그 중에서도 <검은집>은 기시 유스케의 뛰어난 원작에 황정민이라는 톱 클래스의 배우가 출연함으로서 기대감을 증폭시켰고, 올 한 해 공포영화 중 최다 관객을 동원한 바 있다.

 

<검은집>에서 중심되는 소재는 '사이코패스'라는 인간의 외형을 했으면서도 인간의 마음을 지니지 못한 '악'의 존재에 있다. '어떻게 사람으로서 그런 행동을 하지'라고 말하는 범죄의 대부분을 저질렀다고 하는 사이코패스의 가장 큰 특징은 이들 사이코패스가 환경의 산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그런 사이코패스들도 있겠지만, 이들이 아무런 죄책감없이 악행을 저지르는 건 어릴 적 버림받았다거나, 사랑을 못받았다거나, 혹은 충격적인 사건의 영향 때문이 아니라는 것인데, 이는 결국 사이코패스들은 권고나 조언, 또는 상담을 통해 고쳐질 증세가 아니며, 단지 사회로부터의 격리가 이루어져야 함을 의미한다.

 

어릴 적 동생의 자살을 목격했고, 그 자살에 책임감을 지고 살아가는 보험사정원 전준오는 '절대로 상담자 개인의 정보를 이야기하거나 감정을 표현하지 말라'는 회사의 방침을 어김으로써 사이코패스가 보낸 공포의 초대장을 받게 된다. 초대 받아 가게 된 '검은집'에서 그는 자살한 박충배 아들의 시체를 목격한다. <검은집>은 이런 장르의 영화가 보통 그러하듯 초반 박충배에게 의혹의 시선을 집중시키는데, 이는 다른 말로 표현하면 박충배는 '악의 실체'가 아니며, 진정으로 상대해야 할 '사이코패스'는 박충배의 뒤에 있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영화는 초중반까지는 큰 무리 없이 시선을 모아가며 전개되는데, 물론 매일 보험사에 찾아오는 박충배의 행동이 좀 더 기묘했더라면 하는 등의 아쉬움은 남는다. 어쨌거나 초반 박충배에게 모아졌던 의혹의 시선은 관객이 특별히 개입하거나 고민할 필요도 없이 중후반부로 넘어가면서 너무 빨리 '악의 실체'를 공개해 버림으로서 재미를 스스로 반감시키는데 기여하고 만다. 자, 범인이 공개됐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어떻게 하면 범인을 잡을 것인가에 집중해야 되는데, 영화에 나오는 주요 인물들은 범인을 검거하기 위해 또는 '사이코패스'를 없애기 위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다. 심지어 경찰에 연락하지도 않는다. (사실 이 영화에서 경찰의 존재는 마지막 결정적 순간에 현장에 도착하기 위해서만 존재한다)

 

다만, 이들이 하는 것이라고는 보험금 지급을 포기하라는 경고일 뿐이다. 협박을 전문으로 하는 보험조사원이 죽는 순간을 보자. 하는 일과 스타일을 보면, 그는 무술 유단자에 꽤나 건장한 사내임이 분명하다. 어떻게 찾아올줄 알고 그런 장치를 해놓고 기다렸는지는 둘째 치더라도 한쪽 발이 불편한 연약한 여인이 끌어 당기는 힘에 아무런 저항도 못해보고 끌려가서 죽을 수 있을까? 이 장면에서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는 얘기들이 많았다.

 

애인의 납치를 알고 검은집에 찾아간 전준오가 일방적으로 쫓기는 것도 정말 어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전준오가 남자로서 약할 수는 있지만, 애인을 보호해야 하고 주위에 공격할만한 무기도 많은 상황에서 다리를 저는 여인에게 일방적으로 몰리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드럼통으로 굴려 넘어뜨렸으면 제2, 제3의 공격을 통해 완전히 제압할 수도 있었는데, 나몰라라 함으로서 식칼 공격을 자초하기도 한다. 둘의 그같은 대결이 한 번에 끝났다면 그러한 허점은 큰 문제가 아니었을 수도 있었는데, 몇 번에 걸쳐 반복되는 동일한 패턴은 그런 허점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든다.

 

영화가 뒤로 갈수록 흐느적거리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사이코패스'의 존재가 너무 빨리 공개되었다는 점에 기인한다. 이미 범인이 공개된 상황에서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환되기도 함들고, 그러다보니 남은 시간 내내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물론, 이 영화에서 가장 짜증났던 건 마지막 범인이 떨어지는 순간에 와서까지도 범인의 손을 잡으며 훈계를 늘어놓는 전준오의 그 대책없는 오지랖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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