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오할 수 있는 주제와 무덤덤한 이미지...
원인 불명의 사고로 우주왕복선이 추락하고, 우주선의 잔해와 접촉한 사람들은 외계물질에 감염이 되면서 이상한 변화를 겪는다. 그리고 이러한 감염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간다. 정신과 의사 캐롤(니콜 키드먼)은 이러한 감염으로부터 면역성을 가진 아들을 살리고 아들로부터 백신을 제작하기 위해 탈출을 감행한다.
영화는 어느날 갑자기 이상해진 사람들로부터의 공포를 그리고 있다. 사람들의 변화는 감정이 없어진 데에서 출발한다. 그러면서 이들 감염자는 이러한 변화가 긍정적임을 강조한다. 즉, 현재의 인간사회를 보라. 전쟁, 테러, 살인, 강도, 강간 등 각종 범죄로부터 안전하지 않다. 이러한 온갖 범죄 발생의 원인은 바로 인간의 감정 때문이며, 감정을 없앤 이성적 인간들만 모여 있다면 전쟁도 없어지고 모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구현할 수 있다. 그러나 영화는 갈등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보다는 비록 갈등은 존재하지만 인간적인 감정이 있는 사회가 더 낫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어찌보면 영화가 내포하고 있는 대단히 심오한 주제는 영화 <이퀼리브리엄> 또는 <시계태엽 오렌지>와 연결되어 있다. <이퀼리브리엄>은 3차 세계대전으로 인류가 심각한 피해를 입자, 전쟁의 발생이 결국 인간의 감정 때문이라며 감정을 없애는 약으로 다스려지는 통제된 사회와 감정을 누리기 위해 지배자와 싸우는 사람들의 대결을 그리고 있다. <시계태엽 오렌지>에서는 강요된 선보다는 인간들이 스스로 선택한 악이 더 인간적임을 말해주고 있다. 두 영화의 선명한 이미지는 이러한 주제의식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영화 <인베이젼>이 실패한 것은 바로 이미지의 무덤덤함이다. 감정을 없애는 외계물질이 감염되어 가는 과정은 시각적으로 무덤덤함의 연속이며, 몸서리처지도록 처참하게 그려지지도 않는다. 감염되는 것이 평화로운 인류사회를 구현하는 길이라는 감염자들의 설명은 있지만, 인류사회가 당면한 여러 문제는 영화에서 전혀 그려지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영화는 구구절절, 장황한 설명의 연속이다. 아무리 니콜 키드먼의 외모가 빼어나더라도, 그 하나 만으로 채워지기에 영화는 너무 공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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