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보고 싶었던 영화인데, 드디어 보게 되었다. 음악을 좋아하는 나에게 이 영화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예술 영화였다. 영화는 베토벤의 교향곡 9번 초연을 4일 앞둔 시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악보를 필사하기 위해 온 여자 필사자와 베토벤 사이의 예술을 매개로 한 교감을 그렸다.
영화 속에 나오는 주요한 곡은 9번 합창 교향곡, 그리고 가장 중요한 곡은 바로 베토벤 최고의 역작 중 하나인, Grosse Fugue 이다. 특히, 이 곡은 오랫만에 영화를 통해 듣게 되었는데, 예전에 처음 듣고 얼마나 감명받았던지, 기억이 새롭다.
그러나, 무엇보다 영화 중에 나오는 음악과 음악가에 대한 베토벤의 정의는 많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였다. 베토벤은 음악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공기의 떨림은 인간의 영혼에게 이야기하는 신의 숨결이야. 음악은 신의 언어야. 우리 음악가들은 인간들 중 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지. 우린 신의 목소리를 들어. 신의 입술을 읽고, 우린 신의 자식들이 태어나게 하지. 신을 찬양하는 자식들. 그게 음악가야, 안나 홀츠. 그렇지 못하면 아무 것도 아니야."
괴팍한 음악가와 촉망받는 여류 작곡가의 짧은 교류를 다룬 "카핑 베토벤" 음악과 클래식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한번쯤, 볼만한 영화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