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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치니 초급과정 푸치니 초급과정
hongwar 2007-09-27 오전 12:23:07 1409   [5]
영화는 사랑을 하기 위한 기초적인 마인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레즈비언을 통한 목소리를 낮추지 않는다. "푸치니 초급과정"에서 나타나는 알레그라의 위치는 바로 전통적인 영화사에서 남성이 차지했던 위치이다. 극을 클라이막스로 이끄는 삼자대면의 순간은 기존의 논리와 마찬가지로 한 명의 남성과 두 명의 여성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남성이 서있어야 할 자리에 알레그라가 서있다. 유일한 남성인 필립은 기존의 여성처럼 그녀를 쏘아보며 설명을 기다릴뿐이다. 비난의 정점에서도 "울음"을 터트리지 않고, 자신의 행위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차분하게 반성하는 알레그라의 캐릭터는 새롭다. 전통적인 남성의 역할에 선 여성의 모습이기에 그렇다.

 

  좀 더 사족을 붙이자면, 나는 이 영화를 보며 퀴어에 대해 훨씬 발전된 사유를 만들어가는 그들의 밝은 시선이 부러웠다. 내가 관람한 일본이나 한국 등의 아시아 등지에서 만들어진 퀴어 영화와 "푸치니 초급과정"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있었다. 숱한 아시아 퀴어영화에서는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주인공이 반드시 등장한다. 이성애자로 가득한 주변의 반대도 등장하는 게 대부분이다. 이러한 역경을 딛고 사랑을 완성하거나, 헤어지게 되는 것이 아시아 퀴어물의 기본 스토리라인이다. 여기서 확고한 퀴어의식(?)을 가지고 있는 게이나 레즈비언이 주변인으로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들은 백이면 백 웃긴 캐릭터로 소비된다. 스스로의 성정체성을 인정한 게이가 "정상적인" 캐릭터로 소비되는 일은 드물다. 그들은 어딘가 이상하고 웃긴 모습으로 등장하여, 갈등으로 가득찬 스토리를 이완시킨다.

  "푸치니 초급과정"의 주인공인 알레그라도 분명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해 고민한다. 그러나 그 고민은 "레즈비언인 내가 남자를 사랑해도 될까?"지 "여성인 내가 같은 여성을 사랑해도 될까?" 가 아니다. "푸치니 초급과정"에서의 고민은 자기 자신을 기준하는 고민이고, 후자의 숱한 동양 퀴어물들의 고민은 사회적 시선을 기준으로한 고민이다. 이미 기준되는 관점이 다르다는 말이다. 전자의 고민이 훨씬 발전적이고 쾌활하다. 소수자거나 패배자로서의 레즈비언이 아닌, 자신의 삶에 당당하고 주체성있는 알레그라의 캐릭터와 주변 인물들. 그래서 "푸치니 초급과정"은 밝고 지적인 로맨틱 코미디로 성립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오랜만에 온몸을 들썩이며 웃으면서도 생각의 여백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런 작고 좋은 영화들이 비록 단 이틀 간의 소극장 상영일지언정, 우리나라에 많이 놀러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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