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은
영화 참 독특하게 재미있는데 말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는
잘 안 와닿는다는 점이었다.
이런 반응이 나오는 이유는 대체로 영화의 모호한 결말,
즉 모든 갈등이 해결되고 특정한 성취를 이루는 것이
아닌 데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영화의 마지막을 돌이켜 보면, 주인공 남녀들이
꿈속과 같은 공간에서 장난감 말을 타고
행복하게 달리는 장면이다. 물론,
이 장면만 보면 "해피 엔딩"처럼 생각되지만,
두 남녀는 현실에서는 결코 갈등이 해결된 적이 없다.
꿈과 현실의 모호한 경계에서 헤매는 남자는
사랑하는 이웃집 여자와 연애를 하지만,
관계는 진전하는 듯 하면서도 계속 퇴보한다.
그 이유는 바로 남자의 이러한 장애 때문.
둘은 서로 공통된 관심사를 발견하면서 관계를 발전시키지만,
남자의 예측할 수 없는 행동들은 지속적으로 관계를 좀먹고
결국 좌초하게 만든다.
말하자면, 이 영화는 연애 실패담이며
실패한 남성의 몽환적 판타지가 영화의 결말인 것이다.
보통의 영화라면 이 둘의 연애가 어떤 식으로든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며 귀결되겠지만
이 영화는 그렇지 않다.
그리고 이런 이유가 이 영화를 뭔가 찜찜한,
뭘 말하려는 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결말의 낯설음에서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마치 동화처럼 펼쳐지는 꿈의 세계의 아름다움과
1초 타임머신, 독심술 기계 등 기발한 상상력이 자아내는
웃음이 이 영화가 주는 독특한 매력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꼭 다시 한 번 관람하면서
의미를 되짚어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영화다.
아마 대부분은 재미없어하거나 정신없다고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아마도 진지하게 감상해보면,
이 영화를 보면서, 슬픔을 느낄지도 모른다.
이해하려하지 말고, 느껴야 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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