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스러운 건 영화 자체의 완성도보다는 다른 데에 있었다. 바로 영화의 음향이다. 시설이 나름대로 좋은 극장에서 영화를 봤는데,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음악이나 배경 음향효과는 사방에서 꽤 사실적으로 펼쳐지면서도 배우들의 말소리는 중앙에 다소 뭉친 듯한 느낌으로 일관되었다. 그래도 보는 데 큰 지장은 없었지만, 후반부 거의 클라이맥스라고 할 만한 부분에서 거세게 쏟아지는 입체감 있는 빗소리에 웅얼거리는 말소리가 섞여 들어가는 바람에 대체 배우들이 뭔 소리를 하는지 쉽게 알아듣기가 힘든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안 봐도 될 만한 소소한 장면이라면 몰라도, 꽤 중요한 이야기가 나왔을지도 모를 부분에서 이런 애로사항을 낳았다는 점이 많이 아쉬웠다.
<살인의 추억>을 거쳐 이번 <극락도 살인사건>에 이르면서, 한국형 미스터리 추리극이 어느 정도 자기만의 색깔을 만들어가는 듯하다. 고전적인 서양식 추리극처럼 고급스럽거나 깔끔한 분위기는 덜할지 몰라도, 이러한 한국식 추리극에는 특유의 왁자지껄한 활발함과 더불어 순박한 사람들과 살벌한 현실이 뒤엉키며 만들어내는 섬뜩한 화학작용이 꽤 수긍할 만한 공포감을 조성한다. 찔러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을 것 같은 냉정한 사람들이 아닌 그저 인심 좋을 것만 같은 소박한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참혹한 살인사건이라 그 강도가 새삼 더 충격적으로 느껴지고, 거기에 그런 소박한 사람들을 농락하는 참혹한 현실이 끼어들며 사람 냄새와 질펀한 피비린내라는, 두 가지의 대비되는 냄새를 동시에 풍기는 것이다. 이렇게 한국형 추리극만의 고유한 틀을 조금씩 눈에 띄게 형성해 가는 과정에 섰고, 그 과정을 무리없이 소화해 냈다는 점에서 <극락도 살인사건>은 꽤 즐길 만한 추리극이라 해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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