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보면 뻔하고 유치찬란한 내용이지만 이 영화가 우리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까닭은 놀랄 정도의 리얼리티 때문이다.. 뻔한 내용의 영화가 정말로 유치해 지는가... 아님 알면서도 당하게 되는가..의 척도의 리얼리티에 달려있다. 내면의 진정한 감동의 시작은 영화 상황에 대한 깊음 공감에서 온다. 일단 공감이 가야 감동을 하는 것이다.

귀여운 여인 같은 류의 영화.. 따지고 보믄 정말 유치찬란 신데렐라 스토리지만 울나라의 그것들과 비교해서 몇백배의 감동을 주는 이유는 소소한 장면장면의 리얼리티와 인물들의 개성, 심리묘사가 매우 치밀하기 때문이다. 황당한 설정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영화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되는데, 만화틱한 소재와 설정 자체로 영화를 끌고 나가는 류(이런 건 보믄 만화책 한편 읽은 거 같음..)와 어찌보면 참 지루하리만큼 리얼리티에 충실함으로써 현실적인 감동과 여운을 잔잔하게 주는 경우가 그것이다.

스윙걸즈는 그 중간적인 의미의 영화같다. 머리를 염색하고 속옷이 보일정도의 짧은 교복 치마를 입구 댕기는 날라리 여고생과 순정만화에서나 나올법한 비범한 꽃미남이 등장하지도 않고, 학교의 수퍼스타도, 불쌍하다 못해 거의 비참하기까지 한 왕따도 나오지 않는다. 일본인들 특유의 오바연기와 억지 설정 또한 최대한 자제를 하고 있고, 경이로울 정도의 우연성도 없다. 

그저 감독은 일관된 수준의 센스있는 위트로 웃음을 주며, 스토리는 적당한 연관성과 객관성, 개연성을 가지고 진행된다. 캐릭터들의 심리와 행동들도 일반적인 상식내에서 모두 이해가능하며 가끔 돌출적이고 비정상적인 캐릭터도 등장하지만 크게 문제가 될 정도가 아니다. 그 만큼 이 영화는 사실묘사에 충실했다. 상황 내의 캐릭터들에게 공감이 갈만한 수준인 것이다.

그리고 또 우리가 이 영화를 공감할 수 있는 큰 이유는 한국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본 고교생들의 일상이다. 여름방학 때 보충수업을 하기 싫어 도시락 배달을 자처하는 모습.. 마치 봉황배 야구경기를 보는 것만같은 야구부원들과 경기장, 어느 학교에나 하나씩 있었을 밴드부.. 이런 설정들이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사람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불러일으키지 않았나 싶다.

감독의 위트 또한 이 영화의 큰 재미라고 본다. 한국의 장진 감독 스타일의 유머를 구사하는데, 개인적으로 이렇게 주는 웃음을 굉장히 좋아한다. 팬티를 보고 자전거가 자빠진다든지, 도시락을 까먹는 다는지, 편지 갖구 내달리다가 아무 이유없이 괜히 한번 자빠진다든지, 위기의 순간에서 불쌍한 척 한다음 눈세례를 해준다든지 하는 장면들.. 이런 거 웃겼다. 이런건 순전히 감독의 연출력이고 센스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적당히 가볍게 만들면서 3류 쓰레기 영화로 전락시키지는 않는 고급 유머..

스토어 앞에서 갑자기 등장한 밴드원들이 어떻게 그렇게 한번에 호흡을 맞출 수 있느냐... 그런 건 '시적 허용'처럼 '영화적 허용'이라고 생각한다. 랩퍼가 쌔끈한 라임을 위해서 약간 쌩뚱맞은 단어를 배열해도 우린 다 눈감아 주듯이, 이쁜 장면을 위해서 약간 쌩뚱맞은 상황이 등장하더라도 우린 그걸 '허용'해 주어야 한다. 이프 온리에서는 더 황당한 장면이 등장하지만 관객들은 현실성 운운하며 따지고 들지 않는다. 그것은 현실성과 거리를 두어 생각해도 무방한 영역이다. 우리가 가장 깊은 공감을 느껴할 부분은 맨 마지막 씬이지 그 부분이 아니다. 그리고 우리는 맨 마지막 부분에서 어떠한 '황당함'도 느낄 수 없고, 그 자연스러움은 감동으로 직결된다. 난 그거면 됐다.

일반적인 일본의 가정을 들여다 보는 재미도 있고, 이쁘게 생긴 여배우 보는 재미도 있다^^* 당연히 영화에 등장하는 재즈 선율도 감미로우며, 언뜻언뜻 등장하는 일본 자연의 영상미도 훌륭했다. 감독의 위트와 동감을 동반한 감동(어휘도 비슷하군..), 오랜만에 현실적인 판타지를 만난 거 같아 다시 고딩이 된 거 처럼 감정이 리프레쉬됐다.. 이런 게 훌륭한 영화의 대표적인 순기능이 아닐까~~~ 싶당.. 회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