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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거리 극장 삼거리극장
hongwar 2007-10-04 오전 12:36:54 2197   [9]
죽은 혼령들과 산 사람이 뒤엉킨다. 과거의 이야기와 현재의 이야기가 뒤엉킨다. 영화 속에는 또 다른 영화가 등장하고, 신명나는 뮤지컬 쇼까지 마련되어 있다. 기괴한 상상력으로 끝까지 나아가면서 공포와 판타지를 넘나드는 아수라장도 빼놓을 수 없다. 전계수 감독의 데뷔작 [삼거리 극장]은, 그렇게 특별한 난장판이다. 감독 스스로도 "족보에 없던 영화"라는 평에 만족해하는 이 영화는, 저예산 영화의 미덕을 유감없이 보여주며 실험과 도전을 완수한 특별한 영화이기도 하다.

[삼거리 극장]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이야기할 내용은 뮤지컬이다. 뮤지컬의 대중화에 발맞추어 충무로에서도 올 해만 하더라도 [다세포 소녀], [구미호 가족] 등 뮤지컬을 차용한 영화를 속속 선보이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뮤지컬 장르로 구분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아마도 [삼거리 극장]은 한국영화에서 장르를 뮤지컬로 구분할 수 있을 최초의 실험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쇠락하기 직전의 허름한 "삼거리 극장"에서 혼령들과 한 소녀가 벌이는 신명나는 쇼가 그 주된 이야깃거리이다.

뮤지컬을 논한다고 했을 때, [삼거리 극장]의 완성도는 상당한 수준이다.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아무래도 정교한 세트를 만들어야 하고, 음악과 안무 그리고 의상을 준비하는 것만 해도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필연적으로 제작비가 많이 필요한 장르이지만, 전계수 감독은 웬만한 대중영화의 마케팅 비용 정도로 [삼거리 극장]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면 미술의 완성도는 조악하지 않을지, 뮤지컬의 대중화로 눈높이가 높아진 관객들의 기대치를 만족시키기 어렵지 않을지, 우려가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전계수 감독은 오랜 지기인 김동기 음악감독과 함께 이 험난한 프로젝트를 상당히 세심하게 완성시켰다. 실제로 낡고 허름한 (그리고 영화 개봉 전 끝내 문을 닫은) 부산 삼일극장에서 촬영된 삼거리 극장 내부는 어둡고 기괴한 영화의 분위기에 딱 어울린다. 또 쇼타임은 화려하게, 그 외의 장면에서는 일부러 어둠을 강조한 미장센으로 그 뒤를 받친다. 흥겹고 개성 넘치는 음악의 완성도도 상당히 빼어난 편이며, 배우들의 안무도 자연스럽다. [명성황후] [파우스트] 등 유명한 뮤지컬 배우 출신인 박준면과 한애리가 가창력을 앞세우고, 연극배우 출신인 조희봉과 박영수가 연기를 더하며, 김꽃비의 소녀다운 발랄함과 천호진의 관록까지 더하면서 [삼거리 극장]의 뮤지컬이 완성된다.

또한 [삼거리 극장]은 영화 속 영화로 [소머리인간 미노수 대소동]을 삽입하여 기괴한 상상력의 끝장을 보여준다. 극 중 혼령들과 소단(김꽃비)의 할머니가 만든 60년전의 영화로 설정된 [소머리인간 미노수 대소동]은 뜬금없는 변사의 해설과 작정하고 퍼붓는 조악한 B급 컬트 정서가 어우러져 상당히 강한 인상을 남긴다. 소녀와 혼령들의 신명나는 쇼가 갑자기 B급 컬트 무비로 연결되면서 클라이맥스가 만들어지는 것이 다소 당황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영화 자체가 공식으로 정의할 수 없는 독특한 개성으로 똘똘 뭉친 것을.

아마도 [삼거리 극장]은 저예산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것을 보여준 사례로 남을 것이다. 단순히 남들이 시도하지 않은 영역을 개척한 선구자적 정신 때문에 박수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시도하지 않은 영역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고 프로페셔널한 완성도로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것에서 박수를 아낌없이 보낼만하다. 저예산이기에 얼마간의 완성도는 양보할 수 있을 법도 한데, 그렇지 않고 음악과 미술 모두 고른 완성도에 도전한 도전정신도 아름답다. "작은 영화"로서의 어쩔 수 없는 핸디캡과 비주류 상상력으로 인해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을 수는 없겠지만, 도전부터 결과까지 고루 찬사를 받기에 충분한 매력덩어리임은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이 정체불명의 유랑극단에 앵콜을 보낸다. 가능하다면 한 백만 번쯤, 아낌없이 앵콜을 외치고 싶다!

(총 0명 참여)
thesmall
글쿤요   
2010-03-14 21:41
shelby8318
글 잘 봤습니다.   
2007-10-04 07:4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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