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내 인생 최고의 영화가 있을 것이고 거창하게 인생을 퉁짜로 들먹이지 않더라도 올해 본 영화 중에는 이것이 최고인지를 꼽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뭐, 영화광이나 무비매냐 분들은 더러 이달(月)의 영화를 꼽기도 하는데 그분들은 머릿수 면에서 공감대 형성에 애로가 꽃피기에 가벼이 패스~
이제 막 10월이 된, 아직도 올해의 1/4분기가 남은 이 시점에 감히 올해 최고의 영화를 운운할 수 있는 건 다소 성급한 발언일 수도 있겠으나 그럼에도 감히 금년 최고의 영화를 꼽을 수 있는 것은 [본 얼티메이텀] 이 영화를 보았기 때문이다
사실 본인이 그 해 최고의 영화를 꼽았던 건 군 입대 해였던 2005년의 [밀리언달러베이비]가 유일하다 무슨 영화시상식도 아니고 기억력도 그닥 좋지 못한 녀석이 영화를 어제 볼 것인지 내일 봤는지도 헛갈려 죽겠는데 무신 재주로 연말 결산처럼 그해 최고를 꼽겠느냔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두 편의 영화는 짐에게 간택(...)을 받았다
나는 드라마라는 장르에 매우 약하다 누가 내게 가장 좋아하는 장르를 묻는다면 나는 어김없이 블록버스터와 드라마를 꼽는다 사실 거의 모든 장르를 섭려하긴 하지만(호러쪽은 즐이다!) 그럼에도 그 둘은 독보적이다 쌩돈 내고 극장에 가는 것은 누가 뭐래도 최고의 재미를 맛보기 위해서이다 그것이 스릴이 됐든 감동이든 희열이나 애절함이든 그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 점에 있어 상업 영화의 정수라 할 수 있는 블록버스터는 때리고! 부수고! 파괴하고! 피 터지게 지지고 볶고 자시고! 그 조건을 충족시켜주는 대명사라 할 수 있다
그에 반해, 드라마에 환장하는 이유는 다소 다른데 사람에게 있어 가장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사람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간혹 감동적인 소재의 동물 영화를 보게 되는데 그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는 것은 영화에 등장하는 동물들의 인간적인 모습에 쉬이 공감되어서이다 [니모를찾아서]에서 우리가 열광했던 것은 '진짜' 물고기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니모에 대한 멀린의 부성애에 감동하여서가 아닌가 (물론 실제 자연계에서도 놀라운 부성에를 가진 어종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태평양 어드매에서 시드니까지 제 아들을 찾으러 갔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그러한 가장 인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드라마라는 장르에서 나는 인간의 아름다운, 추악한 여러 모습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고 그것을 통해 나 자신을 비춰보거나 내 생활의 청사진으로 삼곤 하기 때문이다
사설이 길었다 본디 한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삼천포가 본인의 고향이나 마찬가지인지라 하루 이틀 있는 일은 아니지만 재미 때가리도 없는 이 녀석의 글 나부랭이를 읽는 사람에겐 매번 죄송할 따름이다...-_-;;
올해는 누가 뭐래도 헐리우드 블록버스터가 강세였던 한해라고 할 수 있겠다 올 초반은 [미녀는괴로워]를 필두로 [그놈목소리][1번가의기적] 등이 선전을 펼쳤지만 'This is Sparta!' 밖에 모르는 웃통 깐 삼백 명의 근육머신들 [300]이 등장 그 이후 [스파이더맨3][캐리비언의해적3]이 한국의 여름을 뜨겁게 달구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트랜스포머]의 등장으로 헐리우드는 한국 영화계에 쑥을 심고야 만다 계속되는 헐블의 공세는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고 [해리포터와불사조의기사단][다이하드4.0] 등의 융단 폭격에 한국 영화는 6.25 이후 최대의 난민 몰골을 보이게 되고 [디워][화려한휴가]라는 구세주가 등장하기 전까지 그야말로 처참한 몰골로 버텨오게 된 것이다
그러나 바야흐로 뜨거웠던 블록버스터의 계절이 지나고 본인의 제대를 축하하는 산뜻한 가을 내음과 함께(타앙-) 추석맞이 영화 시즌이 시작된 것이다
거의 매년이 그러하듯 추석 대목의 승자는 외화보다는 이미 하나의 장르가 되어버린 조폭코미디를 앞세운 국산품 영화의 승리가 당연시 되는 분위기였고 거기에 가족 단체 관객을 노리는 훈훈한 내용의 영화가 곁가지로 개봉하곤 했었다 잠시 데이터를 예를 들자면...
2001년 조폭마누라 -525만명 2002년 가문의 영광-520만명 2003년 오!브라더스-320만명 2004년 귀신이 산다 -302만명 2005년 가문의 위기-566만명 2006년 타짜-684만명 가문의부활-345만명 우리들의 행복한시간-319만명
이처럼 우리의 명절! 항상 오늘만 같았으면 좋다는 한가위는 한국 영화人들에게도 풍요로운 계절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올해는 여엉 아니올시다 인게다 애당초 크게 히트할만한 영화가 없었던 것도 한 이유겠지만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것은 순전 본인의 기준이다) 추석에 등장한 외화의 보루 [본얼티메이텀]의 영향이라 할 수 있겠다 사실 뭐, 이러니저러니 해도 [본얼티메이텀]이 이전 추석 대박 작에 준하는 수익을 올린 것도 아니고 다른 영화들에 비해 그렇게 선전하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올해 보았던 수십 편의 영화 그리고 앞으로 보게 될 수많은 영화을 제치고 당당히 올해의 영화라는 타이틀을 선사할 수 있었던 것은 [본얼티메이텀] 이 영화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이 영화는 동명의 첩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시리즈물이다 당연스럽게도 원작을 보았을리 없는 본인에게 본 시리즈는 영화뿐이다(뭘 바라는가...)
전작인 [본아이덴티티]와 [본슈프리머시]의 스토리를 간략히 말하자면
1편 아이덴티티의 줄거리... 등에 총 두발을 맞은 채 바다에 떠다니다 어선에 극적으로 구해진 한 남자 하지만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왜 총을 맞고 바다에 빠졌는지를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자신에게 남은 유일한 단서로 자신의 스위스 은행 계좌를 찾아 은행에 보관된 자신의 소지품을 통해 자신의 이름이 '제이슨 본(맷 데이먼)'이란 것을 알게 되지만 그 외 수많은 가명으로 된 여권들을 보게 되고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게 된다 그 이후 영문도 모른 채 CIA 산하 트레드스톤이란 비밀 조직으로부터 추적을 당하게 되고 더 놀라운 것은 자신이 15개 국어를 할 줄 알고 놀라운 감식안과 행동력은 물론 그들의 추적을 뿌리치고 손수 제압할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있던 것 우연히 동행하게 된 여자 마리와 함께 자신의 기억을 찾아 떠나게 되고 그 둘을 추적하는 트레드스톤의 숨 막히는 추격전이 펼쳐진다
2편 슈프리머시의 줄거리... CIA의 추적을 피해 마리와 함께 떠돌이 생활을 하는 본은 매일 밤마다 알 수 없는 악몽에 시달리고 본은 그 악몽이 예전에 자신이 겪었던 일임을 직감한다 어느 날 CIA 갑작스런 급습에 본은 영문도 모른채 마리와 함께 도망을 치지만 결국 자신을 노린 CIA의 요원에 의해 마리를 잃게 된다 이 일에 모종의 음모가 있으리라 생각한 본은 다시금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고 음모의 배후를 찾고 사건을 추적해가면 갈수록 악몽 속에 존재했던 기억이 점차 명확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본 시리즈의 마지막 편인 얼티메이텀에서도 우리의 본은 죽어라고 뛰어다닌다
(그렇다. 영화 전반에 걸쳐 관객을 강하게 흡입시키는 그는 '우리의 본'이다) 이전까지에서 본을 추격하던 트레드스톤은 블랙브라이어라는 조직으로 개편되며 더욱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는데 하필이면 그들이 첫 타겟으로 삼은 것이 얌전히 살고자 하는 우리의 본인 것이다 본은 그들의 치부이며 동시의 약점이 될 수 있다 생각하기에 그들은 전심전력을 다해 본을 추적 사살하게 되고 본의 외로운 싸움은 런던과 마드리드, 모로코를 거쳐 CIA의 본부가 있는 뉴욕에까지 이어진다 그곳에서 본은 이 모든 것의 시작인 자신의 과거에 얽힌 비화를 따라가게 되고 (물론 본의 첫사랑이니 학업 성적이니 따위를 말하는 게 아니라) 그 와중에도 그를 제거하려는 블랙브라이어는 외로운 본을 더욱 옥죄여온다
자아를 잃은 본은 자신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뛰어다니고 유일한 반려였던 마리도 슈프리머시에서 살해당하고만 (쯧쯧. 전편에선 여주인공이였건만 후속편에서는 초반에 기냥 골로 간다...) 그의 외로운 싸움에는 아무런 조력자도 없다 CIA 내부에 조직에 반하는 이들이 더러 도움을 주긴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본이 맞춰야 할 퍼즐의 한 조각을 건네는 수준에 불과하지 진정 자신이 의지하고 자신과 함께 고난을 함께할 수준은 아니다
자신이 기억을 잃기 전처럼 다시금 자신의 조직에 복귀하는 길도 있었겠으나 본은 자신이 누군가로부터 통제받지 않는 스스로의 의지로 움직이고자 하는 열망으로 자신의 자유와 자아를 위해 투쟁해 나간다 영화 전체적인 모양새는 추격과 액션 등의 블록버스터적인 요소가 강하지만 이러한 본의 필사적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모습에 나는 내가 그렇게 열광하는 드라마를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스토리적인 요소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드라마와 함께 또 다른 애호 장르인 블록버스터적은 요소도 충분한 것이 이 영화의 매력이다 슈프리머시에서 액션 영화 사상 최고의 자동차 추격신을 관객들에게 선사했다면 이번 얼티메이텀에서는 모로코의 상점과 가옥을 넘나드는 환상적인 거리 추격신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슈프리머시부터 사용된 핸드핼즈기법(짐작만할뿐사실뭔지잘모르겠다)을 통해 이전에 보지 못했던 현장감 넘치게 가슴 떨리는 장면을 보게 되며 그것을 통해 관객은 호흡 고를 틈 없이 내달리는 본과 함께 맥동하는 것이다
비슷한 이름의 첩보원이 고급스런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모 영화에 비해 본은 우라질 정도로 처절하게 싸워나간다 본드는 사건의 해결을 위한 정보를 얻기 위해 카지노에서 배팅을 하거나 쭉빵이 언니들과 농담 따먹기 몇 번이면 충분할뿐더러 자기 자신은 손 하나 까딱할 필요 없을 정도로 갖은 첨단 장비의 도움을 받지만 (이따위 말도 안 되는 설정에 자괴감(...)을 느끼며 난 007 시리즈를 좋아하지 않는다) 본이 자그마한 단서 하나라도 얻으려면 온 동네 온 나라를 발에 불나게 뛰어야 간신히 하나 건질까 말까 한 것인데 그마저도 눈물겹게 구르고 터지고 해야만 하는 것은 다이하드의 브루스 형님에 버금가니 이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캐릭터인가
또한, 액션과 액션 사이의 텀에서 보통의 영화는 스토리의 연계를 위한 도구로 사용할 때 다소 쉬어가는 듯한 느낌의 지리함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본 시리즈는 본을 말려 죽이기로 작정이라도 한 듯 영화의 한뜸한뜸 사이에 또 다른 자수를 넣음으로써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의 숨통을 옭아맨다 누차 강조했듯이 그는 '우리의 본'이고 그가 느끼는 것은 우리의 감정 그 자체이다 그렇기에 이 영화가 끝났을 때 더이상 본을 볼 수 없다는 아쉬움보다 본이 해방되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낀 것이 더 컸었다
너무나 매력적인 캐릭터 본과 함께 나는 이 영화를 통해 드라마적 요소와 블록버스터를 흠뻑 맛보았다 이 둘을 종시에 시식할 수 있었는데 무엇이 더 만족스러우랴 그렇기에 난 감히 이 영화를 내 명예의 전당에 헌사함과 동시에 올해 최고의 영화로 꼽을 수 있는 것이다
시간이 되고 주머니에 약간의 금전이 남아 있을때 당장에라도 극장으로 달려가 이 영화를 보기 바란다 난 확신한다 당신이 보았던 액션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