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은 쉽게 일어나지 않아.
우리들에게 일어난 기적은 단지
네가 혼자 기다려주었다는 거야.
마지막까지 냉정했던 너에게
뭐라고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마음 속의 허전함을 잊을 수 있을까.
난 과거를 뒤돌아볼 것이 아니라
미래에 대해 기대만 할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지 않으면 안돼.
아오이.
너의 고독한 눈동자에 다시 한 번 내가 비치게 된다면
그때 나는
너를...
대학교 2학년때쯤..
이 책을 읽으며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저렇게 사랑하는 사람을 가슴에 품고도
다시 만날 일이 없더라도
살아갈 수 있을까-
준세는 매미에게
아오이를 다시 만날 일이 없어도
자기 마음 속에는 항상 아오이가 있다며 외치는데..
아리송하면서도 마음이 아렸던 것 같다.
영화를 봐야지..봐야지 하면서 계속 미루다
결국 오늘에야..
사랑을 하면
꼭 둘만이 가지는
아련하면서도 행복하고 아픈 기억이 남는다는 것이
참으로 슬프다.
처음 키스를 했던 그 감촉, 느낌이 아니라
그 때 들었던 음악..냄새..풍경..
첼로 연주소리, 첼로 연주자의 옷차림, 보잉..
준세와 아오이는 둘만이 가지는 그것들을 간직하고 있다.
느낌은 한 순간이고, 감정은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가지만,
그 사람의, 그 때의 냄새..소리..색깔..
그런 것들을 뭉뚱그려 '기억'이라 부르며 꼭 움켜쥔다.
사람은 신기하다.
누군가의 마음에 자신이 살기를 바라고,
그 마음 속에 내가 살고 있음을 알아도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
서로의 마음이 일치하기도 굉장히 어려우며,
일치된 사랑이 계속해서 나의 마음을 흔들어놓지도 않는다.
때로는 차갑게, 때로는 뜨겁게..
일상에서 그의 숨결을 느끼다가
또 일상에서 그를 잊는다.
피렌체의 붉은 지붕들 사이에서
일상의 냉정함 속에서
그들은 그 속에서, 그 사이에서
마음을 바라본다..
사랑하는 사람을 품고 살았던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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