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재밌다. 비디오 가게에서 빌릴까 말까 한참 망설였는데.. 예전에 "여고생 시집가기"라는 비슷한 청소년 컨셉의 코미디를 보고 무지 실망했던 것과 전혀 다르다.
어찌 보면 빤한 설정일 수도 있다. 여자 형사인 김선아 씨가 여고생으로 변장해서 학교로 잡입한다는 것.. 그런데 이 영화는 의외로 그러한 가운데서 재미와 나름대로의 감동, 기대감을 이끌어 내고 있다.
김선아 씨와 공유 씨가 나오는 액션 신들은 긴박감도 있고 상당히 신선한 편이다. 또 여고생들의 상황도 자연스럽고 적절하며, 무엇보다 배우들의 대사에 생동감과 익살이 넘친다. 그리고 남상미 씨가 극중에서 서서히 마음을 열고 공유, 김선아와 우정을 형성해 가는 것도 보는 이의 마음을 기쁘게 한다.
또 노주현 씨의 형사 연기도 멋지고 인간미가 있다. 삼촌과 조카 사이의 끈끈한 정이 분명히 보여서 참 좋다. 까메오로 출연한 이범수 씨 -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인데 - 도 재미있었다. 박상면 씨가 선생님이 된 모습도 너무 잘 어울렸고, 형사들과 조우하며 원조교제, 컨닝 등의 오해를 빚는 상황도 코믹했다.
하지만 약간의 흠도 있다. 싸이코 보스로 나오는 배두상이 칼을 쓰는 연기는 종종 청소년 컨셉의 코미디 물로서는 상당히 잔인해 보인다. 그러한 조폭적인 칼 연기가 없었더라면 더 깔끔하고 보기 좋은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그리고 영화가 좀더 많은 관객들을 끌 수 있기 위해서는 뭔가 더 창조적인 양념을 넣기 위해 노력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이 영화는 참 좋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전에 손창민과 조재현이 주연했던 "맹부삼천지교"를 보면서도 '의외의 재미와 감동'을 느꼈던 적이 있다. 이 영화에서도 같은 것을 느꼈고, 나는 이러한 영화들을 사랑한다. 지나치게 화려하지도, 세련되지도 않으면서 한국 사람다운 냄새가 풀풀 나고 보는 사람을 즐겁게 해 줄 수 있는 영화들.
이 영화를 만들어 주신 모든 분들과 열연해 주신 김선아 씨(나는 이 분 팬이다), 공유 씨, 남상미 씨와 노주현 씨에게 감사를 드린다. 오랫동안 영화들을 보아 오면서, 필자는 한 편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분들이 묵묵히 땀을 흘리고 공을 들이는지를 조금씩 알게 되었다. 필자에게 이 영화는 기억에 남은 참 좋은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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