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미첼이 감독하고 줄리아 로버츠와 휴 그랜트가 주연한 영화다. 평범하다 못해 초라한 어느 한 남자와 유명 여배우와의 사랑을 그린 로맨스 코미디 물이다. 노팅 힐에서 매일 적자만 나는 작은 여행 잡지 서점을 운영하는 윌리엄 데커의 삶에 어느 날 갑자기 유명 여배우 안나 스콧이 나타난다. 그들의 사랑엔 오해와 이해가 번갈아 나타난다. 여배우로서의 삶, 그리고 소심하고 평범한 어느 한 남자의 삶엔 공통점이 전혀 없다. 공감대 또한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는 재밌고 경쾌하다. 벌어지는 사건 사건들도 조연들의 연기까지 힘입어 웃음을 더한다.
그러나 나는 조금 아쉽다. 뭐가 아쉽냐... 바로 사랑에 빠지는 계기다. 로저 미첼 감독은 그냥 아예 특별한 계기 없이 한 눈에 삘이 빡 꽂히도록 만들었다. 안나 스콧이 윌리엄 데커에게 키스를 한 것은 두 사람이 만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한국과 정서의 차이가 있겠지만;;; 그래도 좀 너무 서두른 감이 있진 않은지;;; 뒤의 스토리를 이어가려면 어쩔 수 없이 두 사람을 얼른 사랑하는 사이로 만들어야 하겠지만서도;;; 꿀 살구 얘기하다 사랑에 빠지는 건..좀;;;; 여튼 재밌었다. 윌리엄 데커의 집안 소품들도 재미를 준다. 영화 내에선 한 번도 쓰이지 않던 다 탄 채 너덜너덜 해져서 현관 쪽에 세워져 있는 다리미 대는 진짜 웃겼다. 그 소품 하나가 윌리엄 데커의 생활과 성격을 보여주고 영화의 분위기까지 유머러스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그의 친구의 역할도 컸다. 변태스럽다 못해 약간은 미친 것 같이 보이는 스파이크(리스 아이판스)는 영화의 재미를 톡톡히 안겨 준다. 조연의 힘이 얼마나 강한가. 그 친구의 성격이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 마지막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그런 위기 탈출을 강행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 얼마나 치밀한 계산과 구성인가. 각자의 성격대로 움직여가는 캐릭터들은 영화를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해 준다. 또한 스파이크의 성격이 그렇지 않았다면 누가 스캔들을 뿌리겠는가. 영화 속에서 마지막 한 순간 빼고는 진종일 사고만 쳐 대고 헛소리에 미친 짓만 하는 친구지만 이 친구가 빠지면 이 영화는 완성도가 무진장 떨어질 것이다. 마지막에 모두들 윌리엄 데커에게 보내길 잘했다 할 때도 내키는 대로 솔직하게 윌리엄을 욕하는 것 또한...정말이지 생각해보면 스파이크의 역이 아주 중요한 것이다.
좋은 영화다. 깨달을 것도 많고..재미도 있고...이런 영화를 쓰고 싶다. 캐릭터 모두가 각자의 색깔을 가지고 각자의 빛을 내는 그런 멋진 영화. 꼭 그런 영화를 쓰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