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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열한 거리 비열한 거리
hongwar 2007-10-13 오후 11:08:41 1950   [1]
 

현실속에 소모된 "친구"

 

이야기는 조폭에 관한 것이 아니다. "친구"같은 마초 판타지가 아니다. 뭔가 간지나고 비열하고 잔인하지만 폼나고 독하게 싸나이의 세계를 그린 동류의 조폭영화와도 다르다.

 

왜냐하면 세상의 비열함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또는 비열한 작가의 고백이기 때문이다.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감독과 그 세계의 비열함과 폭력을 더 드러냈다면 4개, 5개의 별도 얼마든지 더 줄수 있다.

 

하지만 감독은 이 비열함에 관한 영화를 찍으며 감독의 치부를 오히려 감춘다.

민호는 배신한다. 하지만 그 과정이 충분치 않다. 조인성이 비열한 조폭세계에서 소모되는 그 과정은 마치 자신이 경험한 것처럼 생생하게 묘사해놓고 그걸 인터뷰하는 감독의 모습은 조금치도 리얼하지 않다. 민호가 사는 세계는 상투적인 표현으로 리얼한 이야기소재로서 소모되는 조인성과는 밀도자체가 다르다. 조인성의 여자가 그런식이고 조인성의 가족이 또 그렇다.

티비드라마의 그것보다도 신선하지 않다. (우리둘이 방과후에 남아 계주연습했잖아, 좋아하면 안되겠니, 그외 뻔할 뻔자 대사 생략..)

 

그러나 그중에서도 민호가 그렇다는 것이 결정적으로 비겁한짓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분명 유하감독은 알고 있을 것이다. 감독 민호의 이야기를, 그 심정을, 그 실제적인 것들을,

 

비열한 거리는 "카포티"에 가깝다. 조인성이 폭력에 소모되듯이, 감독도 이야기에 소모되는 것이다. 더 리얼한 스토리를 위해 주위의 것들을 소모하고, 그 이야기와 미디어에 소모당한다. 이것이 비열한 것이다. 

 

소모하고 소모당하는 비열함. 그 뒤에는 인간이 소모되고 있는 것이다. (엔딩곡의 가사처럼)

비열한 거리의 메세지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곽경택 감독의 "친구"를 생각나게 한다.

곽감독이 700만관객을 돌파하고 연일 미디어에서는 친구가 실존 인물이고 실제이야기라는

기사를 잡지마다 신문마다 토해냈다. 급기야 친구가 갖혀있는 감옥에 대한 이야기와 루머들

조폭 친구가 찾아와서 협박했다느니....분명 "친구"의 이야기는 리얼리티와 독한 낭만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그 영화를 봤을 때 들었던 생각은 과연 감독이 된 곽감독과 친구의 애틋한 우정이  영화 개봉후에도 이어질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현실은 비열하고 얼룩졌으며 그 후 두 사람의 좋지 않은 이야기들이 미디어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는 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비열한 거리가 그 이야길 모티브로 따왔다는 것은 아니다.(아무리 생각해도 들어맞는 부분은 많지만)  영화"친구"를 둘러싼 일들 자체를 또한 자신의 영화소재로 소모하고 있는듯한 그 비열한 느낌때문에 뒷맛이 씁쓸했던 것도 나의 지나친 비약일 수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열한 거리는 마음에 울림이 있다!  웰메이드를 떠나 사람들이 감동받고 있음을 수많은

"다음"의 파란엄지들을 보면 알수 있다.

 

왜 그럴까.

 

그것은 글쓰는 사람으로서의 유하감독의 심도있는 메세지 때문이라고 볼수 있을 것 같다.

보통 우리나라영화의 메세지는 너무나 잘 드러나든지 또는 파묻히든지, 또는 무겁던지

뻔하던지, 혹은 가볍기 일쑤이다. 물론 웰메이드영화는 많다. (연출이나 과정을 잘 다듬은)

하지만 깊이있는 메세지는 작가주의 감독이라는 몇몇 빼곤 거의 대부분이 수박 겉핥기 식이기 일쑤인 것이다.

 

하지만 유하감독은 말했다. 이영화는 "폭력의 소모"를 다루고 있다고,

 

폭력의 소모, 그리고 인간성의 소모, 우리는 모두 소모되며 살고 있지 않은가말이다.

자신을 위해  누군가를,  혹은 누군가를 위해 나를, 내가 필요한 사람이 뭘 원하는 지만 알면

되는 것이다. 민호가 조인성에게, 조인성이 회장에게 그랬던 것 처럼 말이다.

 

비열한 거리의 미덕은 이 메세지를 끝까지 놓치지 않은 것이다. 감독 자신이 이 메세지를 누구보다 명확히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인지 상투적이거나 무딘 표현이 많더라도 먹먹하게 가슴을 쥐어짤수가 있는 것이다. 이 메세지의 무게때문에, 내게도 있을법한 끝없는 소모때문에.

 

그래서 난 이 영화가 좋아졌다.

 

초반, "열라 어색하네-" 하며 조인성의 어색한 사투리를 비웃으며 하재봉이 조인성을 맹비난 했다더니- 하는 식의 농담을 주고 받았던 내가. (끝까지 그의 사투리는 어색하지만 유하감독은 생각보다 깊이 고민하는 타입이었다. 조인성은 설정상 서울 사람이었던 것이다.

웨이러출신의 서울말씨. 조폭계에도 정통성이 있기에 그는 출세하기가 어려웠다. 감독은 그 이상 설명하지 않지만 난 이해되었다. 병두가 그들의 세계에 적응하기위해 연습했을 사투리를, 하지만 여전히 몸에 안맞는 옷같은 그를, 그래서 연기였다기 보다 조인성 그 자체로 병두였던 것이다. 사투리가 안어울리는 병두, 잘생긴 서울 웨이타 출신의 연약한 병두.그래서 더 발악하는 병두말이다. 그런 병두는 조인성에게 너무나 잘 어울리는 옷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멋진 간지과 옷발,폭풍같은 감정이 담긴 그 눈과 함께)

 

영화가 끝날 무렵엔 진지하게 영화를 곱씹고 새롭게 나타난 다크호스 종수와 황회장등을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황회장이 마지막에 부르는 그 노래는 얼마나 가슴을 짖누르는가.

우리가 서로를 이용할 생각을 하는 그 순간에도 이용할 생각만 있었던 것은 아닌것이다.

친구가 될 수도 있었던 한 인간인 것이다.

 

노회한 황회장은 노래한다. 끝없이 소모할 인생이 길게 남은 두명의 젊은이 앞에서.


(총 0명 참여)
thesmall
글쿤요   
2010-03-14 21:41
wlsgml555
완전...멋진 영화 입니다.   
2008-02-29 15:1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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