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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방전설 뚝방전설
hongwar 2007-10-14 오후 10:46:56 3750   [8]

 "내가 왕년에.." 누구에게나 젊은 시절은 있다. 그러나 그시절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인생과 서서히 멀어져간다. 그리고 누구나 다 그 철없던 혈기왕성함을 과거형으로 기억하는 떄가 온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으며, 혹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꾸려나가야 하는 시기가 오고 있음을 깨달으며 그렇게 우리는 무서울 것 없던 그 시절과 서서히 안녕을 고한다. 그러나 그 시절에 대한 미련은 남는다. 그래서 우리는 그 시절에 대한 회고담을 약간의 과장을 섞어서 털어놓고는 한다.

 

 학창시절, 그 시절의 경험들은 곧잘 아름다운 추억담으로 포장되곤 한다. 어느 학교에나 짱이 있었고 지금도 존재할 것이다. 그 시절 어깨에 힘주고 누구도 대적할 수 없었던 그 녀석들은 과연 사회에 나가며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침 좀 뱉었던 녀석들은 과연 사회안에서도 침 좀 뱉으며 살고 있을까. 아니, 그녀석들이 아니라도 좋다. 그 시절 교실안에서 같은 교복을 입고 같은 시간 같은 공간안에서 비슷한 모양새로 살아가던 녀석들은 지금 모두 다 어떤 모습으로 살고있을까.

 

 상대방을 압도하는 카리스마와 줄충한 싸움꾼 기질을 지닌 정권(박건형 역)과 그보다는 조금 못하지만 그래도 묵묵하게 그를 보좌하는 성현(이천희 역), 그리고 항상 맞기만 하지만 촌철살인의 입담을 지닌 경로(MC 몽 역)까지 이 삼인방은 자신들이 다니는 중량고의 전통적인 조직인 물레방아파를 제압하고 학군을 평정한다. 그리고 자신들의 터전인 뚝방을 쥐고있는 뚝방파를 제압하기 위해 노타치파를 결성하고 결국 뚝방 일대를 장악한다. 하지만 뚝방을 거머쥐었건만 정작 자신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위해 이렇게 뚝방을 차지했는지 알지 못한다. 그리고 정권은 더 큰 건달이 되겠다며 뚝방을 떠나고 성현과 경로만이 그곳에 남아 다시 뚝방파에게 넘어간 뚝방을 보며 과거를 추억한다.

 

 사실 필자는 상영관에 들어서며 영화가 시작하는 직전까지 이영화에 대한 오해를 심하게 지녔었다. 그냥 철없는 학원물 영화정도로나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히 철없던 그 시절에 대한 미화담이 아니다. 오히려 그와 상반되는 씁쓸함이 감도는 회자담이다.

 

 뚝방을 접수해서 무언가를 해보겠다는 것이 아니라 단지 뚝방파가 눈에 거슬리고 특별히 할 일이 없어서 뚝방을 차지해야겠다고 생각한 정권과 그에 대해 그다지 별 생각없이 묵묵히 동조하고 따라가는 성현과 경로, 그리고 노타치파의 일행들은 어린 시절의 객기, 다시 말하는 혈기왕성함으로부터 발산되는 남자의 의리 하나로 밀고 나간다. 사실 아무것도 지닌것이 없고 버릴것도 없던 그 젊은 시절 눈앞에 아른거리는 건 친구들과의 우정뿐. 미래에 대한 특별한 생각보다는 바로 지금 곁에 있는 친구들과 심심하지 않은 오늘을 보내는 것이 그들의 관심사다. 그런 와중에 그들은 점점 세월의 뒷전으로 밀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로 떠밀려나와 자신의 길을 찾기도 전에 그 길위에 문득 서있는 자신들을 발견한다. 성현과 경로는 자신들이 믿고 따르던 정권의 공백과 함께 문득 자신들이 오늘만 바라보며 살 수 없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음을 실감한다.

 

 사실 젊은 날 무서울 게 뭐가 있겠는가. 영화 "친구" 중의 대사처럼 함께라면 무서울 것 없는 것이 청춘의 저돌적인 단순함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시절이 지나 사회로 나가는 것은 마치 내던져지는 기분일지도 모른다. 함께 있어서 힘이 되었던 무리의 흩어짐을 종용하는 것과 같은 불쾌함. 그것이 학창시절과의 안녕을 고해야만 하는 통과의례인 것이다.

 

 학군을 통합하고 뚝방까지 나와바리를 만들고 나니 뚝방은 시시해진 정권은 홀로 뚝방을 떠난다. 하지만 세상은 만만치 않다. 그의 대사처럼 세상에는 쎈 새끼들이 많았다. 무엇보다도 단지 주먹하나로 치고받으며 이기고 짐의 결과적 승복이 지배하는 땀내풍기는 세상이 아닌 사시미 칼로 상대의 배를 찢고 죽여야만 승부가 완결되는 피비린내나는 세상인 것이다. 어떠한 인정도 주저함도 불필요하다. 냉정하고 비열한 이해타산적인 인물만이 전국구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기에 정권은 너무 어렸고 미숙했다. 자신이 최고였던 뚝방은 우물이였고 우물을 벗어난 정권은 자신이 개구리였음을 실감한다. 그래서 정권은 다시 우물로 돌아온다. 자신의 세상으로.

 

 그러나 자신의 세상으로 돌아와 자신의 전설을 밑천으로 무언가를 모색하지만 그것조차 쉽지 않다. 그것은 이미 세월이 지났기 때문이다. 여전히 뚝방에서 전설은 유효하지만 그것은 그 전설에 길들여진 이들에게만 유효한 법칙이다. 자신에게 칼날같이 날이 선 세상의 매서움을 보여준 이치수(유지태 역)와 재회하는 정권은 나약하기 짝이 없다. 자신이 과거의 영광에 매여있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음을 정권은 이치수를 통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이 영화는 성장 영화에 가깝다. 하지만 성장의 유쾌함을 보여주기 보다는 좀 더 현실적인 매서움을 보여준다. 나약한 아이가 아무런 준비도 되지 못한 채 세상에 놓여졌을 때 겪게 되는 텃세를 좀 더 진솔하게 보여주면서도 웃음을 윤활유로 활용하며 관객에게 매끄럽게 다가가고자 한다. 물론 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쉴새없이 입담을 부어내는 MC몽이다.

 

 극 중 인상적인 캐릭터는 이야기를 끌어가는 3인방보다도 유지태가 연기하는 이치수와 오달수가 연기하는 나상춘, 그리고 임현식이 연기하는 유씨다. 이치수는 피도 눈물도 없는 지독한 승부사이다. 그런 그에게 건달세계는 천직이다. 극 중 정권의 대사처럼 쎈새끼도 이기는 돈새끼들조차도 이겨버리는 아무것도 없는 새끼인 것이다. 추억조차도. 그렇기에 그는 과거의 영광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단지 자신의 오늘과 앞날만이 그에게 중요한 것이다. 또한 나상춘은 자신의 세계가 이미 무너졌음을 인정하고 한발자국 뒤로 물러나 관망할 줄 아는 현실주의자이다. 그에게 자존심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현재이다. 더이상 세울 자존심도 없고 세워봤자 득될 것이 없음을 아는 그는 조용히 자신의 영광 뒷전으로 물러난다. 그리고 유씨는 여전히 과거의 영광안에서 살아간다. 물레방아파의 창시자라고 떠들어대며 파출소에서 혹은 길거리에서 두 어깨에 힘을 주고 오지랖넘게 남의 일에 참견한다. 그에게 남은 건 자존심뿐이다. 과거로부터 계승되는. 세월에 떠밀려 자신의 영역이 존재할 수 없는 시절에 왔음을 깨닫지 못하고 여전히 과거의 영광속에서 사는 그는 현실부적응자다. 이렇듯 어른으로써 살아가는 방식은 여러가지다. 자신의 과거따윈 무시하고 앞날을 위해 잔인할 정도로 냉철하게 나아가는 이도 있고 자신의 과거를 알지만 그 과거에 취하지 않고 오늘을 인정하며 살아가는 이도 있고 자신의 과거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오늘날까지도 그 영광에 안주하는 이도 있다.

 

 그들은 어쩄든 다시 뚝방에 모였다. 그 결과가 참담할 것은 그들조차도 확실히 안다. 하지만 추억하나없이 서른 언저리로 밀리기 전에 무언가 확실한 추억을 만들기 위해 그들은 뚝방에서 재회한다. 지독하게 처절한 기억조차도 시간안에 묵혀두면 소주 한잔에 안주삼아 씹어댈 수 있는 추억이 될 수 있다는 낭만론을 슬쩍 꺼내보인다. 이것이 이 영화의 무책임하면서도 간과할 수 없는 모호한 매력이다.

 

 전설 아닌 청춘이 어디 있겠느냐고 이 영화는 직설적으로 객기어린 허풍의 미학을 풍류한다. 뚝방을 차지하고도 그곳에 둘러앉아 술이나 마시고 오줌이나 갈길 줄 알았던 사내들의 미숙한 포부는 뚝방 안 개구리였던 그들이 자신들의 영역에서 각자 자립해가며 성숙한다. 물론 그 성숙은 자신의 철없던 과거가 대단한 밑천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자신만의 신화는 고작 소주 한잔의 추억담에나 유용하다는 것. 물론 세월을 지나 와전된다 해도 그것은 본인과는 무관한 일이다. 언제나 전설이라는 것은 타인의 입을 거쳐가야만 그럴 듯한 구색을 차리는 것이니까. 마치 변해버린 뚝방처럼 그들의 추억도 타인의 입을 거쳐야만 전설로 승화되고 변모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청춘이라는 시절의 추억담에 허풍의 조미료를 첨가해서 전설로 끓여내도 그 맛이 안주삼기에 적절한 이유가 아닐까.


(총 0명 참여)
thesmall
글쿤요   
2010-03-14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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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방전설(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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