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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의 이름이 없는 영화 행복
sebumi 2007-10-15 오후 2:07:11 22477   [25]
영화를 보는 내내 난 조금 불편했다. 쉽사리 감정을 이입할 수 없었다. 반면에 함께 영화를 본 친구는 눈물을 펑펑 쏟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가 원래 영화를 보다가 쉽게 우는 캐릭터라 그런 것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은희'가 너무 불쌍해 울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아 내가 <행복>을 불편하게 봤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구나, 싶었다.

 

 허진호의 영화는 기본적으로 남자를 따라가는 영화였다. 남자는 담담하게 사랑을 만나거나 깊게 사랑하다 이별을 한다. 그리고 겪는 감정이 그의 영화를 채운다. 하지만 <행복>에서 나는 영수의 감정을 따라갈 수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영수의 감정과 은희의 감정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이 영화를 슬프게 느끼는 일차적인 이유는 은희의 눈물 때문이다. 사랑은 변하고 다시 되돌아 갈 수 없는 길을 떠나는 영수의 감정(나는 이런 변하는 것에 대한 어쩔 수 없는 감정이 허진호 영화의 핵심이자 힘이라고 생각한다.)은 부차적으로 다가오는 애절함 정도가 될 뿐이다.


 문제는 은희가 가져가는 감정의 대부분이 관습의 멜로라는 점이다. 넉넉한 듯 잘 짜여진 촬영과 좋은 대사는 간간히 이 영화를 빛나게 하지만 참으로 사랑했으나 남자가 여자를 버려 그 여자는 슬펐습니다 로 흘러가는 이야기는, 안타깝게도 너무나 전형적이다. (<봄날은 간다>의 헤어짐 역시 마찬가지의 감성이 아니냐고 물을 수 있겠다. 하지만 <행복>에서는 불치의 병, 도시남자와 시골여자등의 전형적인 설정들이 그런 감성들을 압도해버린다. 적어도 <봄날은 간다>를 보며 울었던 나는 <행복>의 이별이 조금 지겨웠다.) 결말은 마치 <너는 내 운명>을 연상시켰다. 심지어, 말미에 황정민은 <너는 내 운명>의 석중과 너무 흡사했다. 나는 그의 영화에서까지 관습적인 멜로를 보며 익숙한 눈물을 흘려야 할 의무는 없었다.

 

 원래 대본에서는 은희랑 살던 집을 나오면서 수연이에게 전화해 결혼하자고 하며 끝나버린다고 한다. 그랬던 영화가 황정민의 제안으로 도시에서 다시 피폐해진 영수와 그 뒷 이야기가 그려졌다고 한다. 영화같이 예쁘고 비현실적이었던 그들의 사랑도 사실은 흘러가는 것의 부분이었다는 원래 대본의 결말이 '진짜' 허진호의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허진호의 영화였다. 하지만 뒷 이야기가 그려지면서 영화는 허진호의 영화가 아니라 관습적인 신파의 영화가 되었다. 그래서 이 영화는 감독이 없는 영화가 되어버렸다.

 

 

(몹시 피곤한 상태에서 봐서, 별로였는가 싶었었다. 그의 영화는 집중해서 신중하게 봐야 하므로. 하지만 곱씹어 볼 수록 작품에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평론가들은 허진호가 <외출>에서 다시 원래 자신의 길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거기에도 의문을 던진다. 그는 원래 자신의 길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길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기를 바란다. 진심으로.)


(총 1명 참여)
thesmall
글쿤요   
2010-03-14 21:41
sunnmoon78
동감입니다... ^^ 좋은 글 잘 봤어요.   
2007-11-01 13:24
jswlove1020
잘보았습니다^^   
2007-10-30 21:40
as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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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27 00:34
lisbela
동감..   
2007-10-17 15:55
yimin
저도 생각보다는 지루햇는듯,,,   
2007-10-16 15:57
gkdis0715
저도 이 영화를 봤는데, 진실해보이던 사랑이 시간이 흘러감에 있어
변하는 모습과, 떠나는 영수의 모습에 울던 은희의 모습이
슬퍼 막연히 울었어요. 은희와 영수의 사랑이 그냥 흘러가는
부분의 하나였다는 그런 시나리오가 감독의 것이여서 결말이
영수가 떠나는걸로 했다면, 너무 슬펐을것 같애요.
사랑하는것이 결국 뒤돌아보면 추억이었다-그게 나쁜기억일지라도-
하는것은 지금 다 알고있지만, 그래도 그런 모습을 보면
여간 마음이 아픈게 아니니깐요 ^^
아무튼 영화평 정말 잘봤습니다.^^   
2007-10-15 23:5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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