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버튼이 독특하게 소개해준 어둠의 그림자 배트맨을
조엘 슈마허가 싸구려 광대로 망쳐놓았다면,
크리스토퍼 놀란은 몽테크리스토 백작 수준의 사연과 품위를 가진
새로운 배트맨을 우리 앞에 선사하면서 조엘 슈마허의 배트맨을 대신 사과했다.
배트맨의 검은 마스크와 날개를 달고도 자아도취나 정신분열에 빠지지 않고
변치 않는 정의의 수호자로서 살아갈 수 있기 위해서
브루스 웨인은 보통 사람보다 더 큰 자아 극복과 수련의 단계가 필요했을 것이다.
어느 날 문득 그러고 싶어져서 배트맨이 된 것도 아니고
슈퍼맨이나 엑스맨처럼 어떤 초능력을 갖게 된 것도 아니다.
그는 어떻게 자신을 그런 전투능력을 가진 인간의 반열에 올릴 수 있었나?
왜 하필 어둠 속의 박쥐를 모티브로 했는가? 박쥐가 어떤 의미이길래?
아무리 부자라 해도 그 현란한 첨단장비를 어떻게 개발하고 손에 넣었을까?
심지어 그의 집사가 모든 비밀을 그토록 충실하게 지키고 보살펴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모든 의문이 배트맨 비긴즈에서 해답을 찾게 된다.
그리고 해답을 찾자 마자 배트맨 비긴즈는 더 지체하지 않고 정말 뭔가 "있어보이는"
액션을 펼쳐준다. 배트맨 마스크 아래에 씰룩이는 크리스찬 베일의 입술과 깊숙히
파인 구멍 뒤의 눈빛은 근사하고 하늘을 가르는 박쥐날개는 전율적이며
배트모빌은 황홀할 정도로 멋지다! 더 이상 뭘 바라나?
한바탕 회오리가 잠잠해지고 영화가 끝나는 순간 Batman Begins라는 글자가 나타난다.
우후! 이제 시작이군!!
배트맨 원년! 조용히 기대하며 기다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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