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비디오 가게에서 이 영화에 대한 별 정보도 없이 별 기대도 없이 영화를 봤었다. 기대하지 않았던 이 영화가 끝났을 때에는 뭔지 모를 힘과 정열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리고 가끔 TV에서 이 영화가 다시 방영될 때면 난 채널을 고정하고 다시 이 영화에 매료되곤 한다.
예전에는 로버트 드니로를 상당히 좋아했었다. 대부 2편에서의 명연기와 그 이후 명화들에서의 멋진 연기들이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반면 알파치노는 로버트 드니로에 비해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었다.
하지만 그것이 역전 된 것은 이 영화를 본 이후부터였다. 그만큼 이 영화 속에서 알 파치노의 연기력은 최고였다.
(시각장애인으로 분한 그가 가브리엘)과 함께 탱고를 추는 장면은 정말이지 아름다웠다.)
그리고 누가 뭐래도 가장 인상 깊은 장명은 후반부에 학교에서 일장 연설을 하는 대목.
두고두고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비교를 하자면 ‘죽은 시인들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님의 마지막 모습을 보는것 같은 느낌?
아니 그 이상이었다.
영화의 초점이 시각장애인인 알 파치노에게만 맞춰져 있는 것은 아니다. 친구가 사고 친 것을 목격하고 그것을 까발리느냐 마느냐에 고민하는 알 파치노를 돌보는 알바를 하고 있는 크리스 오도넬에게도 한축의 초점이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두 초점을 각기 놓치지 않고 두 인물이 이야기를 이끌어 가면서 계속해서 서로의 아픔을 찌르기도 하고 어루만지기도 하면서 둘이 자연스럽게 하나로 모아지는 스토리.
훗...
여자란...
영화 제목이 참 좋다. "여인의 향기"
흐음~ 향수 향기만은 아니리라. 훗~
퇴역 군인인 알 파치노에게선 권위적인 남성의 모습이 강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시력 장애인가 된 그에게 남은건 스스로를 더욱 비참함에 빠뜨리면서 다른 한편으론 그런 자신의 약한 모습을 조금도 다른 이에게 보이지 않으려는 힘겨움뿐이다.
그나마 그 힘겨움에 지쳐, 마지막으로 화려한 외출로서 생을 마감하려고 떠난 여행.
1등석 비행기, 최고급 호텔, 고급 식당, 최고급 와인, 멋진 여인 그리고...
결코 기쁘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이 죽음이라면...
하지만 영화는 그것들을 멋지게 마무리 지어줬다.
비록 알 파치노가 조카와 함께 자기 거처로 들어가는 뒷모습이 쓸쓸해 보이기는 했지만 결코 초라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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