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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말코비치 되기 존 말코비치 되기
hongwar 2007-10-24 오후 7:51:45 2602   [3]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연상시키면서 마음껏 관객의 상상력을 헤집는

영화다. 소문은 많이 들었지만 케이비에스 주말영화를 통해 처음 보았다. 다 보고 난 뒤 드는 생각, '이건 사상 최고의 영화다.'였다. 그 결과 이런 영화 리뷰를 처음 쓰게 된다. 나는 이미 존 말코비치가 되고 있는 중이다.

1. 존 쿠색과 말코비치가 조작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 인형극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그 정도 수준의 인형들의 행동을 조작할 수 있는 손은 손이 아니라 영화에서 말하듯이 인형 속으로 들어가 인형을 살아있게 만드는 거대하고 미세하기 짝이 없는 힘이다. - 인형 속에 들어가 인형을 살아 있게 하면서 인형이 되는 것은 존 말코비치 속에 들어가 존 말코비치가 되는 것과 동일한 차원의 평행적인 대등한 구도여서 영화 진행의 맛을 한껏 더한다.

2. 7.5층 항상 고개를 한껏 숙이고서 움직이고 일을 해야 하는 낮은 천장의 사무실 공간은 관객의 일상적인 사유 체계를 해체시키면서 자기도 모르게 상상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 있음을 인정케 하는 공간 설정의 구도다. 그래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토끼가 굴을 통해 떨어지고 난 뒤 이상한 세계에 들어가는 것처럼, 그러한 공간 설정의 구도는 이상한 문을 통해 굴 속으로 빨려 들어가 (자궁 회귀의 충동을 연상케 함) 말코비치의 몸 속으로 들어간다는 '말도 안 되는' 구도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하는 지평의 역할을 한다.

3. 남의 몸 속으로 들어간다는 것 혹은 남의 뇌 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철학적으로 엄청난 파괴력을 지니는 상상의 구도다. 데카르트의 유아론적인 폐쇄성을 역설적으로 공격하는 힘을 갖는다. 남의 의식 속으로 들어갈 수 없다. 그것은 남의 몸 내지는 남의 뇌 속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것과 연결되어 있다. 처음에는 말코비치의 몸 속으로 들어가 말코비치의 시각만을 점유하던 상태에서 결국에는 말코비치의 몸 전체를 점유하면서 완벽하게 지배하는 쪽으로 나아간다.

4.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궁금하기 이를 데 없는 관객의 호기심. 영화는 완벽한 말코비치의 몸에 완벽한 크레이그(존쿠색)의 정신이 결합된 것으로 결론짓는다. 하지만 '크레이그의 정신'이라는 말은 말코비치의 입장에서 하는 말이고, 실제로는 크레이그의 몸이다. '몸 속의 몸' 말도 안 되는 것 같다. 그렇다면 '몸 속의 정신'은 말이 되는가? '몸 속의 정신'이 말이 안 되는 것은 '몸 속의 몸'이 말이 안 되는 것과 같다는 것을 말해주기도 하는 것이 이 영화다. '몸 속의 몸'은 두 개의 몸이 아니라 기실 하나의 몸인 것처럼, '몸 속의 정신' 역시 몸과 정신이 결합한 것이 아니라 알고보면 '하나의 몸'이라는 것을 말해주기도 한다.    

 5. 정말이지 끝내주는 장면 설정은 말코비치가 찾아와 말코비치의 몸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상상에서의 논리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미치도록 궁금한 관객. 말코비치의 몸 속에 들어간 말코비치 몸, 바로 그 몸에 말코비치가 또 다시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무한 포섭의 과정을 거치면서, 말코비치 몸 속의 말코비치 몸 속의 말코비치 몸 속의 말코비치가 무한히 연속된다. 조금 다르긴 하지만 마치 두 개의 거울을 맞대어 놓으면 무한 개의 상이 만들어지는 것과 같다. 아연실색, 말코비치 몸 속의 말코비치의 세계는 온통 말코비치들로 가득 차 있는 기기묘묘한 세계다. 정말이지 작가 카우프만의 천재적인 상상력에 온 몸으로 박수를 보낸다. 러시아 인형 속의 인형의 인형처럼 말하자면 수직적으로 존재하는 무한 개의 말코비치를 수평적으로 펼쳐놓는 전략을 쓴 것이다.

6. 말코비치의 뛰어난 연기는 말할 것도 없다. 정말 재미있는 구도는 말코비치라는 실존 인물을 영화의 픽션 세계에 그대로 이관시켜 현실과 픽션의 경계를 확 지워버리는 기가 막힌 구도다. 이러한 기가 막힌 발상에 열등감과 아울러 엄청난 질투심이 생기는 관객.

7. 말코비치라는 실제로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쥐고 있을 인간은 줄을 서서 서로 먼저 말코비치가 되겠다고 새치기 하지 말라고 싸우기도 하는 뭇 인간들의 행렬. 이런! 기가 막힌 논리적인 구도에다 이러한 인간 욕망의 무의식적인 사회적인 구도마저 구현하다니. '정신적으로는' 크레이그와 섹스를 할지라도 몸으로 말코비치와 섹스를 하면 그만이라는 맥신. 이 구도를 사람들이 외모니 사회적인 명예 등을 추구하면서 정신적인 가치를 무시한다는 것을 고발하는 것으로 보면 단순하고 곤란하다. 핵심은 결국 인간이란 몸과 몸의 대면으로 삶을 유지한다는 것을  웅변한다.

8. 모두들 어떻게 그렇게 연기를 잘 하나. 

9. 몸 속의 몸은 결국 하나의 몸이라고 했다. 따라서 이를 거꾸로 해석하면 하나의 몸은 몸 속의 몸인 것으로 된다. 겉으로 보아 몸으로서 잘 살아 있고, 바깥의 다른 타인의 몸들과 잘 교접하고 잘 교섭하면 그 몸은 몸 속의 몸 즉 몸 속에 정신을 갖춘 몸인 것이다. 영화 속의 인형들 역시 그러하고, 앞으로 나올 휴머노이드 로봇이 그러하다. 인간이 그다지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이 영화가 잘 보여주기도 한다.


(총 0명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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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쿤요   
2010-03-14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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