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원작을 기반으로 영화화된 시리즈 3편은 마치 전작들이 게임 원작의
명예에 훼손을 가했다는 바이오 하자드 게임홀릭들의 불만이 하늘에 찌른 것을
무마하려는 듯 분위기 반전을 요하는 LA 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영화만의 오리지날
스토리를 진행해 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인류의 멸망의 위기를 보여주는 상황을
제시함은 물론 전 편과의 연계점을 만들어가고 있는 이번 3편은 예고편만으로 기대감을
우려내기에 충분한 요소들이 산재해 있었다. 전편에 이어 영화만의 오리지널 스토리라고
생각하기에 다소 무리를 가져오는 부분들이 눈에 띄는데 일단 카를로스(오데드 페르)에
대해서 살펴보면 원작의 게임을 플레이 했던 사람이라면 기억하고 있을 듯 하다. 전편에서
질 발렌타인 역활을 했던 시에나 길로리를 본 사람이라면 '바이오 하자드3' 를 떠올렸을
것이다. 게임 원작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에서 스토리의 메인 캐릭터중 한명인 질과 그의
서브캐릭터로 활약했던 카를로스를 말이다. 복장부터 이미지가 다소 흡사한 카를로스는
영화만의 오리지날 스토리로 좀 더 선굵은 캐릭터를 보여주리라 기대했는데 조연배우에게
'레지던트 이블' 에서 살아남는 것은 다소 힘들다는 것을 각인시켜 준다. 무엇보다 이번편에
서 모습을 선보이는 클레어 레어필드(알리 라터)는 게임 원작에서 히로인 캐릭터이자 게임
에서 큰 비중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아무래도 다음 편에서는 바이오 하자드의 진정한 주
인공 격의 비중을 가진 크리스 레어필드나 레온, 악역으로 웨스커가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예감이 든다. 솔직히 이번 편은 전 편의 제한적인 영역 공간과는 다른 광활한 무대를 배경으
로 삼고 있어 좀 더 스펙타클하고 강렬하고 범역적인 액션 스킬을 기대했지만 엘리스(밀라
요보비치) 의 캐릭터의 각성적인 측면과 생존자들의 필연적인 죽음과 같은 좀비들과의 사투
가 역동적으로 보여지는 것외에 바뀐 것이 없다. 게임속에서 무수히 등장하는 변종 바이러스
로 각성된 변형체들에 비해 다소 강도가 약한 매 편 보스들의 등장도 여전하다는 것이 아쉽
게 보이는 결말부분에 이르는 부분까지 새로운 무대임에도 불구하고 러설 멀케이 감독이 새
롭게 메가폰을 잡은 탓인지 다소 억지스러운 면도 돋보인다. '인류의 멸종' 을 의미하는 단어
를 부여할 만큼 스펙타클한 씬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도 그러한 아쉬움을 한층 더하게 만든
다. 바이러스의 원흉격인 아이작 박사(이아인 글렌)가 변형체로서 각성해 보스전으로 엘리
스와 한판 거하게 치르면서 악역의 중심이던 그의 존재가 부재로 남게 된다. 그리고 이 영화
역시 다음편을 위한 발판이라는 느낌을 주는 결말 부분이 솔직히 기대감을 많이 감소시키는
작용을 한다. 다음편을 염두에 두고 만든탓인지 다소 캐릭터의 굴곡과 매력을 느낄수 있었던
전편과 달리 스토리에 캐릭터들이 끌려가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수많은 까마귀들의 습격신
과 LA에서의 좀비와의 사투, 그리고 변형된 아이작 박사와 엘리스의 보스전격인 클라이막스
의 액션외에는 솔직히 기대이하의 느낌을 강렬하게 받는다. 물론 억지스러운 액션보다는 자
연스러운 흐름이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스토리가 매끄럽게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
다. 자연스럽게 등장하고 사라지는 캐릭터들에 대한 배경을 알수 있는 정보또한 존재하지 않
기에 영화를 보는 내내 죽어가는 인물들에 대한 특별한 인상을 남길수 없다는 것도 아쉬움을
한층 강하게 느끼게 한다. B급 좀비 영화나 <하우스 오브 데드> 같은 느낌의 좀비학살을 위
한게 아니라 배경적인 스토리가 탄탄한 게임원작의 영화였던 만큼 그 비중이 다소 크게 느껴
진다. 새롭게 등장해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캐릭터들도 사실적으로 어떤 역활이고 어떤
인물인지 파악하는게 쉽지 않은게 너무 엘리스라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하는 스토리 구도에
그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밀라 요보비치라는 캐릭터만 빛을 발하고자 한다면 서포트하는
서브캐릭터들은 문제되지 않는다는 오산이 영화의 완성도를 다소 떨어트리는 '바이러스' 작
용을 했다. 물론 엘리스의 액션은 이 영화의 중심이 된다. 하지만 이 영화는 밀라 요보비치의
전 영화인 <울트라 바이올렛> 같은 한명의 히로인 중심의 영화가 아니다. 좀비영화에
스토리를 기대한다는 것이 다소 무리라고 볼수도 있겠지만 게임원작의 탄탄한 배경 스토리
를 생각한다면 영화로서 좀 더 무궁무진한 연계점에 퀄리티 높은 영화를 만들어 줄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감상이 남는다. 다음 편에서는 보다 다양한 시각에서 영화를 즐길수 있는
그런 요소를 만들어 주기를 간곡히 바래본다. 특별히 인상적인 여운을 남길수는 없지만
무난하게 영화 그 자체를 즐길수 있는 측면에서는 무리가 없었던 영화가 될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