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기 전에 별점현황을 한번 확인해 봤다. 10점 만점 중, 대부분 1과 10만 있었다. 그래서 평균은 5점대. 아주 잘 봤거나, 완전 실망이라는 얘긴데...
영화의 스토리 라인은 아주 단순하다. 하지만 러닝타임은 짧은 편이 아니며, 대부분 등장인물의 심리묘사로 이루어져있다.
여기에 이 영화의 첫번째 특이한 점이 있다. 보통 다른 영화들은 인물의 심리묘사를 표정이나 실제 특정행동을 통해 표현하는 데 반해, 이 영화는 인물들의 움직임이나 이미지 효과를 통해 표현한다. 영화의 구성이 스토리텔링 위주가 아니라 이미지 위주이기 때문에 일반 관객들의 저항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또 다른 특징은 이 영화는 스토리 라인이 아주 슬픈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슬픔을 자아내는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단적인 대조로, 영화 <클래식>의 경우 슬픔을 아주 예쁘고 아름답게 표현해내고 있는 반면, 영화 <M>의 경우 미스테리와 스릴러의 요소가 잔뜩 가미되어 영화를 보는 중 슬픔을 눈치채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점은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부분이 영화를 본 후, 강하게 인식된 이미지들이 머리속에서 점점 되살아 나면서 슬픔이 잔잔하게 지속된다는 점이다.
영화에 나타난 상징들
1. 루팡바: 루팡은 도둑이다. 우리의 머리속에 자리잡은 "망각"이라는 도둑. 하지만 루팡바는 망각과 기억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2. 루팡바의 손잡이: 손잡이의 모양은 손목을 굽힌 손 모양이다. 이 손은 미미의 손으로(영화에서 미미가 등장할 때 굽힌 손목 모양의 이미지가 종종 눈에 띈다), 민우가 미미와 첫키스를 나눌 때 잡아당긴 손을 의미한다.
3. 민우의 오피스텔(동굴 이미지): 어느 장면에서 민우의 오피스텔이 동굴처럼 천정에서 물이 한두 방울씩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남자는 혼자 있고 싶을 때 동굴로 들어간다."는 명제를 이미지화 한 것으로, 민우가 은혜에게 먼저 자라고 하면서 불을 끄라고 말하는 부분에도 나타나 있다.
4. 횟집에서의 반복되는 대화: 민우에게 소중한 것은 미미와의 추억 뿐이다. 다른 사람과의 가식적인 대화는 매한가지와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