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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정류장] 사람이 사람을 만나고 살아야 하는 이유... 버스, 정류장
lchaerim 2002-03-03 오후 1:23:52 868   [0]
이런 막연한 질문이 나에게도 던져 진다면, 난 과연 무엇이라 생각할까.. 너무 어려운 질문이니, 회피할까.. 아님 내 소신이 이렇다고 떳떳하게 대답을 할까.. 여러분은 어떠한 대답을 하시겠습니까..

17 + 32 라는 이상(?)야릇한 컨셉으로 관객의 시선을 포스터에 묶어 두지만, 실상 영화가 가고자 하는 방향은 원조교제로 치닫는 불륜(?)의 교과서가 아닌, 약간은 어렵고 난해한 이 세상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해 준다.

늘 상 우리가 알던 ‘거짓말’ 의 의미와 ‘진실’ 이라는 의미를 뒤엎고, 더 나아가 이 세상 속에 진실이 없음을 역설한다. 그러한 그들의 만남이 서로의 몸만을 탐하는 원초적인 성격의 사랑이 아닌, 정말.. 그의 아픔 또는 그녀의 아픔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성숙된 사랑으로 발전한다. 그 결과가 어떻게 진행될 지는 미지수지만, (실제 영화는 결말의 대단한 여운을 남기고 엔딩 자막을 올린다) 포스터에서만 봐오던 그러한 나쁜(?) 생각은 사라졌다. 오히려 그 따뜻한 감수성에 필자 자신이 그런 생각을 가졌다는게 부끄러울 뿐이다.


서른 두 살의 남자. 보습학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재섭(김태우 분)’은 길거리에서 만난 창녀 외엔 누구와도 커뮤니케이션을 하려하지 않는다. 대학 동기이면서 사랑했던 혜경이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모임에 나가보기도 하지만, 자신과 달리 사회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동기들을 보고, 그러지 못한 스스로에게 화를 낸다. 어느 날 학원에 새로 등록한 여고생에게서 어딘가 그늘지고 아픈 구석이 엿보게 되고, 점차 호감을 갖는다.

열 일곱살의 소녀. 여고 1년생인 ‘소희(김민정 분)’는 공부도 잘하고 집안이 특별히 어려워 보이지도 않는데, 자신을 둘러싼 주변에서 따뜻함을 얻지 못하고 냉소 가득 찬 시선만 내 비춘다. 어느 날 새 학원에 등록하게 되고, 그곳에서 이 사회에 전혀 때를 묻지 않는 국어 선생을 보게 되고 관습적이지 않은 그에게 호감을 갖는다.

그들은 우연히 집이 같은 방향이라는 것을 알고, 학원 수업이 끝나고 함께 버스를 탄다.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곳. ‘버스, 정류장..’ 그들도 그러한 무리들 속에 일부이지만, 그들이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은 차갑기만 하다. 물론 그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이 좋을 리 없다. 늘 상대성 이론은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하지만, 지금 이 순간 필자는 사회의 관점에서 그들을 바라보지 않겠다. 그들에게 무엇이나 들어주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친구 또는 후배. 선배의 모습으로 그들을 말하려 한다.

사실, 이 사회에 적응 못하고.. 옆길로 샌다고 말하면.. 타인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사회는 아무 죄가 없고, 그들이 무조건 잘못했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 일 것이다. 그들이 그렇게 될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무작정 성격이 삐뚤어져서 사회에 반항하는 모습이 아니라는 것은 영화를 보다 보면, 모두가 느낄 것이다.

우리 사회가 그들에게 보여주었던 일면들을 과장되게 표현한다면, ‘X 같은 세상이다.’ 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누구나가 생각하는 올바른 방향도 있다. ‘난, 이렇게 순응해 잘 사는 데... 너희들은 배부르고 등이 따스운가 보구나’ 의 말이 나올 법하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고 싶은 말을 필자는 한 단어로 표현했다. 바로 ‘순응’ 이라는 것이다. 왜 ‘적응’ 이라는 단어가 아닌, ‘순응’ 이었을까.. 일반적으로 사전상으로는 (사전까지 뒤적였다 - 고등학교 이후 첨이다 ㅡ.ㅡ;;) 동의어로 표현하고 있지만, 필자는 다르게 생각하고 싶었다. ‘적응(適應)’ 이라함은 내가 사회에 동화되기 위해 나를 어느 정도 포기하면서 사회에 맞추는 것이지만, ‘순응(順應)’ 은 단어 하나하나 뜻대로 나를 포기하고 이 사회에 동화된다고 생각한다. 100%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적응이라는 단어보다는 더 나를 포기한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은 왜일까?

재섭과 소희는 이러한 사회에 ‘타협’이라는 중재안 보다, 그 사회를 이기고 나를 세우기 위해 투쟁(?)한다. 그렇다고 그 방법중의 일환으로 재섭과 소희가 만난 것은 아니다. 그렇게 일부러 나이 차를 두어 그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든 것은 아니다. 그들이 만난 것은 어쩌면 우연이지만, 어쩌면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 될 수도 있겠다.

한 마리 외로운 들짐승들처럼 그들은 그들의 필요에 의해 그렇게 만나게 된 것이다. 그렇다.. 여기서 위 제목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고 살아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인간의 본성이자, 가장 가까운 동물의 사회에서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재섭과 소희도 결국은 한 인간이었던 것이다. 단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우리와는 약간 다른 아웃 사이더 기질이 있는 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이 짧지만 간단하고, 또 너무 복잡한 의미를 내포하는 질문에 그들은 그렇게 답변했던 것이다.

‘버스, 정류장’.. 누구나가 쉽게 떠나고 쉽게 만나는 곳.. 그곳은 바로 사회를 단편적으로 내포하는 사회속의 사회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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