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바커님하.
이건 뭔가 대단히 작정하고 만든 영화야. 한 번 속아보라 이거지. 요건 몰랐지롱 메롱~ 혹은 진땀 한 번 빼보라 이거지. 요거요거 아찔하지 않아? 지독하지 않아?
분명 치정에 얽힌 인간의 감정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으며, 지독하기 이루 말할 데 없고 때로 무섭기까지한 건 사실이지. 하지만 그건 논픽션일때 얘기고, 픽션으로 만들려면 논픽션보다 훨씬 더 실제같아야 한다는 사실! 그리고 더 치밀해야 한다는 사실! 이거이거 알고 만들었나 모르겠네.
우선 영화의 절반 이상을 이해할 수가 없었어. 뭐야 너무 난데없잖아. 갑자기 차 뒤에서 와~놀랐지하며 아주 우습게 등장하시더니만 하는 짓은 지독하기 이를 데 없었단 말야. 사람 치졸하게 만들지를 않나, 교묘하게 부부사일 이간질 하지 않나.
뭐 결론 보고 이해는 대강했지만 초반부터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던져놓는 건 사실 관객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생각해. 자, 이거이거 이해 안 가지? 이거이거 좀 궁금하지 않아? 근데, 이해 안 가고 이상해도 조금만 참아. 마지막에 기막힌 반전이 있다니까. 그러니까 닥치고 참아! 반전 죽여! 이것밖에 더 되냐구.
그래 이해는 가. 이것저것 알려주다 보면 반전이 의미가 없었을 거야. 그래서 그냥 막 집어던진 거겠지? 이상한 상황들, 짜증나는 이야기들을. 근데 이거 뒤집어보면 반전만을 위한 영화일 뿐이란 거지? 인정해? 반전만을 꿈꾸는 영화, 이거 식스센스 이후로 끝난 거 아냐? 유행도 한참 전 유행 아니냐구. 근데 그거 하나 보여주겠다고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으면 보는 관객 피곤하셔. 돈 내고 들어와서 왜 우리가 고생을 해야 되냐구.
그리고 정말 좀 싼티가 나더라. 주인공 시계탑 꼭대기 올려놓구서 고소공포증 유발하려던 거 있잖아. 나 정말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좀 비웃었어. 완벽한 것 같던 인간이 고소공포증도 있더라. 그렇게 찌질이였더라. 요런 뉘앙스였던 것 같은데, 많이 유치하지 않아? 그리고 거기서 아래 내려다 보며 관객들! 너희도 한 번 느껴볼래? 높은 데 서 있는 게 얼마나 무서운 건데~ 이러고 싶었던 거지? 그런 건 그냥, 놀이공원 가서 느낄게. 굳이 노력하지마. 안 무섭거든. 그 앵글로는 말야.
나도 유치한 비난 하나 할까해. 솔직히, 돈 별로 안 들였지? 피어스 브로스넌 요 배우, 이제 서쪽으로 지는 배우랑 300에서 우아거리던 그 배우 둘 쓰는데 제작비 태반은 쓴 거 같아. 맞지? 랜드로버 하나 끌고 도시를 누볐더만. 기름값 좀 들었으려나? 산장 로케이션 하나 찍는 데도 아마 며칠 안 걸렸을 거야. 식당에선 음식도 안 나오데? 와인도 안 따던걸? 솔직히, 돈은 없고 반전 넣으면 장사는 좀 될 거고. 함 치고 빠지자! 이거였지? 제 2의 쏘우를 꿈꾸며 영화를 만들던, 크리스토퍼 몰티산티(미드 소프라노스)같은 작자가 만든 영화가 아닐까 생각했어. 내가 하는 말 유치하지? 근데 정말 이렇게 유치해 질 수 밖에 없었어. 이해해.
근데 이거 알아? 이 싸구려 영화의 천분의 일도 안 되는 제작비로 우리나라 PD들은 훨씬 더 스릴있는 이야기 만든다. '사랑과 전쟁'이라구 있어. TV 프로그램이구, 일주일에 한 편, 제작기간도 무지 짧아. 게다가 시청자와 소통하는 웹2.0시대에 걸맞는 프로라니까. 여러모로 이 영화랑 비슷하거든 근데 얘기만 들어도 훨씬 나은 것 같지 않아? 아주 리얼하거든. 반전에 반전 얼마나 재밌는데. 이 영화, 결국 바람피지 말자! 뭐 이런 얘기하는 걸로 밖에 안 들려서 하는 소리야.
참 근데 고마운 건 하나 있어. 오늘 술 안주로 아주 좋았거든. 이 영화 속속들이, 잘근잘근 씹는데 어찌나 맛나던지 말야. 오랜만에 유쾌하고, 즐겁고, 시원한 술자리였어. 땡큐 베리 감사! 이만하면 섭섭하진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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