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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발견] 인간관계의 아이러니함.. 생활의 발견
lchaerim 2002-03-08 오전 12:20:18 2377   [14]
제 작년인가.. 어떤 여인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듯 다가온 영화가 있었다. 영화 제목은 <오! 수정> 이었고, 그 참신한 영화적 플롯에 매료되 그 감독이 만들었다는 영화를 다시금 보게 만든 기억이 있다.

마치, 철새처럼 어디론가 훌쩍 떠났다가 영화계로 다시 돌아오는 그 감독이 어김없이 우리들 곁으로 돌아왔다. 이 전 작품보다 더 진실되게.. 영화의 필요충분조건이라 할 수 있는 허구적 장치를 완전 배제한 채, 또 한 걸음 우리에게 다가선다.

‘홍상수’ 감독 하면, 떠오르는 특징이 몇 가지 있다.
첫째는 즉흥적 연기이다. 시나리오대로 의도되는 감정이 나타나는 것이 아닌, 그날.. 그 날 찍는 분량에 따라 배우들에게 상황만 설정해 준다. 그리고 모든 대사와 행동은 연기자에게 맡긴다. 마치, 그 옛날 우리가 학창시절 때 수업 받았던 형식인 주입식 교육이 아닌, 각자 학생들에게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창의적 교육을 보는 것처럼, 배우들 각자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경험하거나 해 보고 싶었던 얘기들을 간단한 뼈대에 살로 붙인다.
둘째는 술이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서 술이 빠지면, 앙꼬 없는 찐빵처럼 무언가 밋밋한 구석을 주기 십상이다. 이번 영화도 확실하게 술로 시작해서 술로 끝냈다고 하니, 어지간한 술꾼들은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필히 출연하고 싶어 안달일 것 같다.
셋째는 인간관계의 리얼함을 보여 준다. 일상 속에서 우리가 만나고 겪는 모든 사람들을 ‘홍상수’ 영화에서는 볼 수 있으며, 그들이 말하고 느끼는 모든 것.. 그들의 가식적인 모습까지도 적나라하게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다. 필자는 때때로 그런 것들을 보면서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마음까지 들킨 것처럼, 얼굴을 붉힌 적이 많았다.

이 3박자가 씨줄과 날줄, 베틀이 되어, 영화라는 모직을 탄생시킬 때.. 그것은 영화가 아니라 어느 누군가의 일기를 훔쳐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번 영화 <생활의 발견>은 그 느낌이 더욱 강렬해졌다. 각 에피소드마다 절묘한 분리를 통해 어디 부분을 먼저 봐도 영화의 맥을 전혀 건드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동하는 것은 이 영화의 특징이 아닐까 한다.

연극계에서 제법 알려진 배우 경수 (김상경 분). 잘 아는 감독만 믿고 영화에 출연했는데 흥행이 시원치 않다. 차기작 캐스팅도 날아가 버리고, 착잡한 마음에 대학 선배가 머무르는 춘천으로 여행을 간다. 춘천에서 만난 무용수 명숙 (예지원 분) 자신의 팬임을 자처하며, 강한 호감을 나타낸다. 그것두 술자리에서 너무나 갑작 스럽게...

얼떨결한 인연을 멀리하고, 고향으로 내려가기 위해 부산행 기차에 오르는 경수는 그곳에서 또 다른 여자를 만난다. 그녀는 유부녀였고,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이 경수에게 다가서는 선영 (추상미 분)에게 오히려 빠져 버리는 경수.. 집에 간다는 것조차 잊고 그녀를 따라 경주에서 내리는데..

너무 쉽게 여자를 만나고, 또는 남자를 만나고 사랑이 아닌, 육체 탐닉에 그치는 인연이지만.. 이 세 명의 주인공들에게 돌을 던질 수는 없었다. 사랑을 강요하는 명숙과 유부녀이면서 자유연애를 갖는 선영까지, 그녀들에겐 우리와 전혀 다르지 않은 인간의 욕심이 있었다. 물론, 경수의 늑대 본성도 마찬가지였다.

전작 <오! 수정>처럼 우연 같은 필연도 만들면서 각자에게 관심과 애정을 쏟는 주인공들이 기억나는가. <생활의 발견>에서도 그에 못지않은 의도적 상황이 많이 연출되며, 동물의 세계에서 본능적으로 암컷이 수컷을 원하고, 수컷이 암컷을 원하는 세계를 인간 세계에서 표현하고 있다. 그러한 면들이 전혀 추해 보이지 않고,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언젠가 책에서 남, 녀의 연애학 개론과 비스무리한 에피소드를 본 적이 있었다. 짤막하게 소개하자면, 동물의 먹이 사슬처럼 인간관계는 다양함을 추구하면서도 일방통행 같은 단조로움도 보여 준다. 예를 들어 여기 한 명의 남자, 두 명의 여자가 있다. 흔히 말해, 오빠 같은 남자.. 동생 같은 여자이다. 어느 한 여자쪽으로 맘을 쏟고 있는 남자는 계속 퇴짜를 맞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너무나 친 오빠같은 친근함에 여자로서는 이성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이에 반해 어느 한 여자쪽에서 남자를 바라본다고 해도, 마찬가지 경우가 된다. 남자로서는 이 여자가 너무나 친 동생처럼 느껴져 이성으로 생각지도 못하는 것이다. 이 아이러니한 삼각관계(?)는 인간 세계에서 다분히 보여지고 있으며, <생활의 발견>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사랑은 일방통행이라고 누가 말했는지, ‘그 말이 정답이다’ 라는 것이 새삼 느껴진다. 이러한 사람들의 아이러니한 관계속에서 무조건적인 일방통행이 아닌, 서로에게 관심을 갖게되는 왕복 차선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이 오늘도, 지구촌 어느 곳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아니다.. 누군가는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역시 <생활의 발견>에서 경수처럼, 혹은 선영이나 명숙처럼 그 진리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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