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반전 스릴러의 정석이 되어버린 <쏘우>를 완성시킨 제임스 왕
감독이 새롭게 선보인 액션영화속 케빈 베이컨의 연기변신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기존에 <할로우맨> 등의 영화를 통해서도 케빈 베이컨
이라는 배우의 다양한 매력을 확인할수 있어지만 이번 영화속에는
'가족' 이라는 휴머니즘 가득한 매개체가 계기가 되어 움직이는 가장
으로서 변신을 해낸 것이다. '사형선고' 라는 제목보다 씨족의 구성원이
다른 씨족의 구성원에게 살해될 경우, 피해자가 소속한 씨족의 구성원은
가해자가 소속한 씨족의 구성원의 누구에 대해서도 피의 복수를 할 수
있는 권리와 의무를 가진다는 고대 게르만법에 의한 복수제도인 '혈수
[血讐]' 를 전체적인 스토리의 중심으로 놓고 있는 영화는 한 순간에
운명처럼 닥치는 비극적인 상황에서의 되풀이되는 복수를 그리고 있다.
보험회사의 간부인 직(케빈 베이컨)은 사랑스런 아내인 헬렌(켈리 프레스톤)
과 형인 브렌단(스튜어트 래퍼티)과 동생인 루카스(조단 가렛) 이렇게 두명의
아들을 두고 있는 단란한 가정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모든 불행은 상황에 따른
우연의 연속적인 충돌에 있었다. 잘 짜여진 퍼즐 조각이 하나씩 끼워
맞춰지기 시작하듯 브렌단의 아이스하키 경기관람을 하고 아들의 장래
상담식의 이야기를 주고 받는 도중 헤드라이트를 켜지 않고 질주해 오는
차를 보고 직은 헤드라이트를 키라고 투덜거린다. 그는 그 질주해 오던
차가 자신과 아들에게 어떤 운명적인 대립에 이끌어 주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
이다. 연료의 부족으로 주유소를 찾은 직과 브렌단, 브렌단은 음료수를 사기
위해 주유소옆 편의점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것은 운명같은 상황에 처하게
만든다. 직이 쏘아붙였던 자동차의 주인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복명과 총기로
무장한 갱단인 그들은 편의점으로 뛰쳐들어가고 편의점 주인과 브렌단은
공황에 휩싸인다. 직은 무슨 조치를 취해 보기도 전에 브렌단은 갱 단원
한명의 신고식의 희생양으로 치명적인 중상으로 죽어간다. 갱단은 모조리
도망나가고 그 중 한명을 낚아채 복면을 벗긴 닉은 밀쳐져 버리고, 그는
아들의 상태를 보기 뛰어 들어간다. 그리고 아들을 부여잡고 절규한다.
보기만해도 든든하던 큰 아들에 대한 신뢰와 꿈을 이야기하면서 대화화던
그를 보던 직이 그에게 얼마나 큰 부모의 정을 가지고 있었는지
영화속에서 찾아볼수 있을 것이다. 브렌단의 사망, 경찰은 용의자를 확보
하고 직은 그중 자신이 복면을 벗겼던 놈을 지목하여 그를 법의 심판을
받게 만들고자 하지만 기껏해야 3년을 집어넣을수 있다는 이야기와 함께
아들의 죽음을 형식적으로 처리하는 태도에 공황상태에 빠진 직, 그는
증언을 약속하지만 법원에서 돌연 이야기를 바꾼다. 직은 자신의 아들의
복수를 하기 위해 아들을 죽인 갱단 조직원 '조' 를 찾아간다. 그는
나이프를 준비한채 조 가 머무는 장소까지 찾아가나 지금 자신이 하려는
일에 퍼뜩 제정신을 차리려는 듯 하지만 조가 보이자 그의 마음속에
치명적인 분노와 적개심이 살아나 우발적으로 조와 몸싸움을 벌이다
결국 그를 죽음으로 몬다. 한편, 조를 조직원으로 받아들이는 테스트를
시켰던 갱단의 두목인 빌리(가렛 헤드런드)는 그 소식에 분노한다. 조는
그의 친 동생이었던 사정으로 인해 그는 피의 복수를 준비한다. 가족을
잃은 누군가의 복수로 인해 가족을 잃은 상대방의 가족이 복수를 되풀이
하는 스토리의 흐름이 밝혀지는 순간이다. 한번씩 주고 받는 둘의 대결
속에 직은 헬렌을 잃고 루카스조차 생사를 알수 없는 상황에 자신마저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신세가 된 직, 그는 마지막 복수의 타겟을 위해
총기를 구하고 삭발을 감행한다. 그것이 그의 가족을 사랑하는 자신이
할수있는 최소한의 의무라고 느낀듯한 그의 모습은 복수에 미쳐 갱단과의
전쟁을 벌인다. 피의 복수로 시작해서 피의 복수로 끝나는 이 영화는
<가족> 의 휴머니즘을 끌어들이면서도 가슴 뭉클한 여운을 남겨주지
못한다. 그것은 다소 불쾌한 상황적 설정인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시민의 지팡이라고 해야될 경찰들이 어이없는 행태는 결코 법이 한
개인과 가족을 지켜줄수 없다는 것을 자신의 가족은 자신이 지킬수
없는 냉엄한 현실을 인식케 한다. 케빈 베이컨은 멋진 복수의 화신으로
분하는 과정과 감정연기가 이 영화에서 최대의 볼거리다. 하지만
이 영화는 너무나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한다. 정황적인 상황을
보면 이해는 할수 있지만 그런 상황과 마주하고 싶지 않다고나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단란한 가장을 '괴물' 로 만들어 버리는 피의 복수
의 시작은 어디까지나 갱단에 어이없이 희생된 아들이라는 <가족> 이
매개체라는 것이 그 불편함의 진실이다. 피의 복수만을 이야기하며
액션으로 결론을 버무려 버리는 암울한 결말속 경찰이 직에게 전했던
기적같은 메시지 한조각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상황제시만큼 이해의 폭을
넓힐 에피소드조차 남겨주지 않은 제임스 왕의 선택에 마음만 무거워
진채 허탈한 심정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던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