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할머니 : 상실의 아픔에 빠진 세 사람의 구원과 희망에 관한 이야기
스즈키 쿄카, 야쿠쇼 코지 두 배우들도 좋아하지만, 최근에 일본영화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10대 여배우 호리키타 마키가 주인공이라는 결정적인 이유 하나만으로 보게 된 영화.
남들이 요시모토 나라와 요시모토 바나나에 열광했지만 실은 그들에 대해 그리 관심이 없었던 탓에 작품 그 자체로 보기로 결정했던 마음이 컸다.
STORY
너무나 행복한 한 가족이 있었다. 하늘은 이들의 행복을 시기했는지 엄마에게 큰 병을 주어 가족의 행복은 산산조각 나고 만다. 가장인 사토루는 아내가 죽음이 임박했음을 알자 아무런 말도 없이 가출하고, 미츠코는 그런 아빠를 찾아 나서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로부터 6개월 뒤 우연히 동네 사람들에 의해 아빠인 사토루가 마을 한 구석에 사는 아르헨티나 할머니라 불리 우는 유리와 동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미츠코와 고모는 찾아가 사토루를 그녀의 마수에서 빼내려 하나 실패하고 만다. 미츠코는 그녀의 꾀임에 빠져 그 곳에 있는 줄 알고 아버지를 돌아오게 하기 위해 애쓴다.
이를 계기로 세 사람은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데 …
아르헨티나 할머니의 매력
- 영화 속에서 빛나는 그녀, 호리키타 마키
호리키타 마키는 국내에는 <히노키오>, <올웨이즈 3번가의 석양> 시리즈 등의 영화로 소개된 바 있지만 실은 그보다 드라마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극 중에서 그녀가 연기한 미츠코는 도망친 아빠를 찾아나선 딸로서 제법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이지만 실은 아직 제멋대로인 10대 사춘기 소녀에 불과하다. 호리키타 마키는 자신이 맡은 미츠코를 과장된 묘사나 오버하는 연기를 보이기 보다는 10대의 소녀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녀는 영화 속에서 야쿠쇼 코지와 스즈키 쿄카라는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 자신 만의 캐릭터를 잘 드러낼 줄 아는 배우다. 아직 10대의 소녀이지만 어린 나이에 불구하고 영화 내내 그녀의 모습은 빛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이외에도 올해 부천영화제에서 상영된 히로키 류이치 감독 특별전 상영작 <나는 사랑했어>에서 그녀는 또래 여배우들보다 한 층 돋보이일 정도로 성장했음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절정의 연기를 보여준 바 있다.
- 상실과 이별, 그리고, 만남을 통한 구원
사람에게 있어 소중한 사람을 잃는 것만큼 큰 아픔은 없다. 그 순간 자신은 세상에 더 이상은 필요 없는 존재라는 생각에 자신을 버린 듯 스스로 자책하다 결국에는 자신이 존재하고 있던 테두리에서 도망쳐 절망의 늪 속으로 빠져든다. 그 아픔을 벗어나는 방법은 누군가를 만나 다시 사랑을 하고 행복해져서 다시 일어나야만 비로소 그 상처에서 해방될 수 있다.
여기에 나오는 사토루와 미츠코, 유리 이 세 사람은 실은 같은 상처를 안고 있다. 죽음이라는 이별을 통해 상실의 아픔을 지니고 살던 이들에게 있어 만남은 새로운 희망과도 같은 것이다. 그렇게 만나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을 하자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바로 가족이라는 것이 아닌 지. 아마도 지금 이들과 같은 경험과 실의에 빠진 이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이야기로 남을 것 같다.
- 영화 속 사랑의 묘약들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랑이다. 이 사랑에 대한 묘약과 같은 존재들이 더러 영화에서 등장한다. 그 묘약으로 인해 자신의 곁에 있지만 평소에 잊혀 지내던 것들을 다시금 떠올리게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갈등의 소재로도 작용하기도 하고, 때로는 화해의 소재로도 작용하기도 한다. 영화 속에 숨어있는 이들을 한 번 찾아보는 재미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
아르헨티나 할머니의 아쉬움
- 너무나 동안(!)인 아르헨티나 할머니, 스즈키 쿄카
일단 이 작품의 원작을 안 보았기에 실제 아르헨티나 할머니가 어떤 모습으로 그려졌는지는 잘 모른다. 솔직히 저 외모에 아르헨티나 할머니라니 하는 생각이 초반에 들어서 약간은 놀랄 정도였다. 이 부분에서 조금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그리 나쁠 것 같지는 않을 정도였던 정도는 되지 않을까.
아르헨티나 할머니를 보고
- 상실의 아픔에 빠진 세 사람의 구원과 희망을 다룬 이야기, 아르헨티나 할머니
아르헨티나를 떠나 일본에서도 외딴 곳에 짖을 지어 혼자 사는 유리
죽어가는 아내를 팽개쳐두고 도망친 후, 만다라를 만드는 사토루
도망친 아빠를 찾아나선 미츠코
여기에 등장하는 세 명의 주인공들은 저마다 자신에게 있어 소중한 사람들을 잃은 아픈 상처를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저마다 자신의 방식으로 상실에 대한 아픔을 벗어나고자 각기 다른 행동을 보여준다.
이들은 같은 아픔을 지니고 있으면서 현실 세계와는 도망쳐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그런 그들이 서로 만나 사랑을 나누고 가족을 이룬다는 건 같은 상처를 지닌 사람들이기에 서로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던 건 아닐까
사람은 사람을 벗어나서는 살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바탕에는 ‘이 세상에는 필요 없는 사람이란 없다’는 극중 대사처럼 결국 이들은 자기를 사랑하고 서로에 대해 사랑을 하게 되면서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던 게 아닌가 한다.
원작이 유명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알지 못하고 보았지만, 그 나름대로 괜찮았던 영화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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