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매드슨의 전설이 되어버린 원작 '나는 전설이다' 를 바탕으로
세번째로 영화화된 본 영화는 일단 블록버스터(blockbuster)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 영화이다. 원작을 접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기대감을 충족시켜
줄 액션 블록버스터식으로의 예고편과 홍보문구에 당황할수도 있겠지만 원작
의 제목의 의미에서 나온 '전설' 의 의미를 되새김질 해봐야 이 영화를 제대로
바라볼수 있을 것같다. <콘스탄틴> 의 프란시스 로렌스 감독과 영화의 주인공
로버트 네빌역의 윌 스미스의 만남으로 기대감을 증폭시켜 주지만 가장 눈여겨
볼 점은 내용에 있다. 암을 완전히 정복했다면서 바이러스를 이용한 치료에
대한 인터뷰가 오고가는 가운데 2009년의 시점에서 2012년의 시점으로 넘어간다.
적막한 뉴욕시티의 배경을 가로지르는 차량 한대, 모든 것이 정적인 시점에서
움직이는 단 한대의 차량에 탑승한 것은 뉴욕시티의 유일한 생존자인 로버트
네빌(윌 스미스)과 그가 유일하게 가족처럼 의지하며 지내고 있는 개 '샘' 이
다. 생존자를 찾아 AM방송에 메시지를 전하면서 일과를 시작하는 그의 모습이
세세하게 드러난다. 규칙적인 운동과 인류를 변이시키며 멸종으로 몰아버리고 있는
변종 바이러스의 백신 연구, 빛에 약한 변종인류에게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시간관리개념등 생존자를 물색하는 로버트 네빌의 모습은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일으키는 듯한 모습도 보여준다. 이 영화는 원작의 이미지를 생각하지 않고 독립
적인 영화로 보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영화의 결말은 헐리우드 영화 특유의 영웅주의
에 매료된 결말로 '전설' 의 의미가 원작과 다른 방향으로 틀어져 버린 탓에 제목의
의미에 고개를 갸우뚱 거리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도 다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본인도 처음에는 이 영화속 전설의 의미가 어떻게 이런식으로 해석될수 있는지 이해
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원작을 고려하지 않은 하나의 독립영화로 보는 것이 차라리
마음 편하게 관람할수 있는 포인트가 아닌가 생각된다. 네빌의 일상속의 흐름을
따라가다보면 영화 중반에 이르러서는 이 영화가 절대 액션 블록버스터적인 영화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대략적인 영화의 윤곽이 그려지는데 마치 신이 인간의
멸종하기 위해 벌을 내리는 성서의 '노아의 방주' 에피소드난 그리스 신화의 '판도라의 상자'
에피소드를 연상케 하는 스토리가 생각난다. '암' 을 정복했다면서 만들어진 치료제의
바이러스가 원인이 되어 결국 폭력성의 결정체로 동물화되어 버린 변종인류의 공격으로
인해 멸종해 버리는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가 된 한 인물, 마치 '판도라 상자' 에 담긴
희망과 같은 존재로 그의 일상을 보여주는 영화의 흐름은 다소 완만하고 세세하게 네빌
의 모습을 담아낸다. 유일한 생존자라는 사실에 지쳐버린 그, 생존자를 찾아 다니면서
그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는 듯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일으키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잠을 자는 동안 보여지는 3년전 뉴욕의 상황속에 그의 아내와 딸인 말리(윌로우 스미스)
가 등장한다. 바이러스의 감염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뉴욕시티는 고립되어질 위기상황이
되고 그런 상황속에서 아내와 딸을 보내고 자신은 그 곳에 남아 백신을 만들려고 하는
군인인 로버트 네빌의 모습속에서 그가 '샘' 에게 의지하면서 가족보다 더 끈끈한 애정을
보이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그리고 일종의 강박관념처럼 시달리는 백신의 개발에 대한
진전없는 상황과 변종인류의 덫에 걸린 네빌의 위기가 이어진다. 그리고 영화
중반이후 클라이막스에 이르는 부문에서 원작과는 많이 어긋난 구도로 들어간다고 한다.
원작을 직접 접하지 않았던 본인이지만 내용적인 면에서 상당히 이질감을 느낄수 있었다.
변종인류에게 치료해 준다고 외치면서 면역자인 자신의 피를 다른 생존자로 모습을 드러낸
안나(앨리스 브라가)에게 넘기고 떠나보내는 그의 모습속에는 멈출수 없는 변종바이러스의
인류의 모습이 눈에 비춰진다. 그들을 멈출수 없다는 그의 이야기는 말할수 없을
정도의 슬픔이 깃들어 있다. 가족의 사진과 수류탄으로 상황을 마무리한채, 전설의 의미를
이야기하는 마지막과 이해되지 않는 피난촌의 존재가 확연히 드러나는 순간 의문을 가질수
밖에 없게 만드는 결말이 되어버린다. 원작을 깔끔하게 각색하지 못한 탓에 오히려 모순
적인 독이 되어 버리게 만드는 수많은 질문에 영화의 엔딩크레딧 만이 조용히 눈에 비춰질
뿐이다. 어째서 면역자는 네빌 혼자이고, 생존자가 그밖에 남지 않을수 있었는지에 대한
상화적 부연설명도 없다. 그리고 그가 전설로서 남게 되는 이유가 너무나 불투명하다.
마치 스스로 원하지 않았는데 영웅이 되어버리고 전설로 남게되는 식으로 마무리하는
헐리우드식 영웅주의적 결말이 영화속에 관전포인트를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무너져 버린 인간의 내면과 고독에 사무친채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드러내는 생존자
로버트 네빌의 모습을 연기한 윌 스미스의 강한 인상만이 그나마 이 영화를 생존시켜
주는 유일한 이유가 될수 있지 않았나 하는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