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안의 수 많은 청춘 남녀 틈에 아내와 함께 어색하게 끼어 앉아 영화를 보았다. 내가 볼 영화가 아닐 듯 했었다. 제목도 그랬고, 주위의 관객층도 그랬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나오는 우리 부부의 입가에는 각각 자신만이 아는 미소를 담고있었다. 그랬다. 우리가 보낸 이십여년 전의 스물네살을 각자 비교해 보면서 막막하고 답답했던 추억을 더듬었다. 나와 아내의 스물네살은 70년대 말과 80년대 초였다. 세상은 술렁였지만, 개개인은 참으로 외롭고 힘들었다.
우린 주인공과 그 주변 인물들이 그려낸 스물네살의 자화상을 보면서 서로가 겪었던 스물네살과 지금 우리가 바라보는 스물네살을 이야기했다. 분명한 차이도 있었지만, 분명한 공통점 또한 있었다.
모두에게 다 같을 수는 없지만, 스물네살은 아직 어른도 아니고 어린애 또한 아니다. 어쩌면 다 자란 몸 만큼 정신이 따라와 주지 못하는지도 모르겠다. 그 정신은 스물네살이 겪는 시행착오를 통해 경험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어른사회에 끼어들게 해준다.
놓친 열차처럼 내게 스물네살은 아름다움으로 남아있다. 그 때 내가 겪었던 그리고 내가 저질렀던 모든 어리석은 짓들이 다 예쁜 포장지 속에서 웃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