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기증이 난다. 지글거리는 영상과 치열한 배우들의 연기를 보니까. 롤러코스터를 타는것만 같은 속도전. 지연(김윤진)의 호흡에 따라 영화는 거칠고 숨가쁘게 진행되다가 차분해지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승부처에서 극으로 치고 올라간다. 며칠전에 보았던 비슷한류의 스릴러 영화가 민망해질 정도 흡입력있는 이야기였다.
영화 내용 이전에 김윤진의 연기가 너무나도 훌륭했는데 어떻게 미혼인 그녀가 그것도 최근까지 미국에서 연기를 하고 온 그녀가 유괴당한 엄마의 모습을 어쩜 그리도 리얼하게 연기할 수 있었는지 감탄이상의 소름이 끼칠 정도다. 클로즈업 될 때 마다 지글거리는 눈과 코와 입 그리고 미세한 얼굴세포들. 그녀는 이미 영화 속 백점짜리 변호사이자 빵점짜리 유괴당한 아이엄마였다.
3년 전 <올드보이>를 볼 때 이런느낌이었다. 영화가 끝나고서도 영화에 빠져있던 느낌. 당시로선 충격이고 혁명이고 감동이었다.
"아이를 찾고 싶다면 살인범 정철진을 빼내라" 99.9%의 승률을 자랑하는 그녀에게 유일한 희망같은 협박이 내려졌다. 사형이 거의 확정적인 살인범을 사형을 면하게 해줘야만 아이를 볼 수 있다. 변호사의 양심 따위는 사치다. 그녀는 오로지 아이를 위해 한숙희(김미숙)가 만들어 놓은 판에 뛰어든다. 사건은 생각보다 엉켜있고 결국 마지막 법정에까지 서게 되는데...
그럼 한숙희는 왜 지연의 딸아이를 납치했을까? 아무런 원한관계도 없는데. "당신 후회하게 될거야" 지연에게 했던 의미심장한 이 한마디가 이런것이었다니...자신의 딸을 죽인 의문의 용의자들이 법의 심판을 받게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일까? 아마도 그녀는 유력한 용의자를 빼내기 위해 유능변호사가 필요했고 그녀의 모성애를 자극하기 위해 딸아이를 납치했던 것일거다. 그리고 그런 고통받는 지연을 통해 관객과의 소통을 원했는지도 모르고.
또한 영화의 볼거리는 이것이 다가 아니다. 반전에 반전이 거듭한 사건이 조금씩 풀어지는 것 또한 너무나도 잘 그려냈다. 비리로 인해 쫓기는 형사 성열(박희순)이 지연을 돕기 위해 또 비리와 사고를 저지르고 관련된 인물들을 쫓는 지연 역시 관객들의 긴장감을 지닌 다이나마이트 같은 존재이다. 그리고 환각을 일으킬 것 같은 모호한 영상들. 영화 곳곳에 등장하면서 복잡한 지연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기에 딱이다.
살인범을 무조건 석방시켜야 하는 치열한 사투! 아이를 향한 모성애! 그리고 그 속에 얽혀있는 퍼즐조각들. 하나하나의 퍼즐조각이 맞춰 들어감에 당신들은 희열을 느낄 것이다.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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