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있음...
그 남자의 삶을 무너뜨려라....
바퀴 위의 나비는 자신도 모르는 채, 누군가에 의해 짓이겨질 수 있다. 알렉산더 포프의 시 ‘who break a butterfly upon a wheel(누가 바퀴 위의 나비를 짓이겼는가)’에서 따왔다고 하는 이 영화의 원제는 <Butterfly on a Wheel>이다. 영화는 완벽한 것 같은 한 남자의 삶이 누군가의 철저한 계획에 의해 짓이겨지는 과정을 냉담하게 그리고 있다.
광고회사의 사장으로부터 능력을 인정 받으며, 성공가도를 달리는 닐 랜달(제라드 버틀러). 일에만 완벽한 게 아니라 아내에게 가정적이고 딸에게도 자상하다. 그러던 어느 날 느닷없는 침입자가 이 남자의 삶에 파열음을 낸다. 라이언(피어스 브로스넌)은 딸 소피를 납치한 채, 딸을 보고 싶으면 자신이 시키는 대로 하라고 한다. 그리고 회사 업무와 관련해 닐이 저지른 비리도 파악하고 있음을 확인시킨다.
라이언은 닐의 모든 현금을 찾아 오라고 시킨 후 돈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 듯 불태워 강에다 버린다. 정말 무섭도록 냉철한 범인이다. 흥분하지도 않으며, 언제나 여유있게 닐을 꼭두각시처럼 부릴 수 있는 이유는 오로지 딸과 회사의 비리에 발목잡혔기 때문이다. 별로 중요할 것 같지도 않은 미션을 던지며 점차 닐을 궁지로 몰아 넣는 라이언의 목표는 닐의 완벽한 듯한 삶을 파괴하고 무너뜨리는 것이다. 도대체 왜???
사실 스릴러로서 이 영화는 대답에 대한 힌트나 근거를 주지는 않는다. 즉, 결국 이 모든 사건을 불러온 원인인 닐의 외도에 대해서는 영화 마지막까지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음으로서 반전을 눈치채기 힘들게 만들어 놓았다. 물론,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고 해도 어렴풋이 이 납치극에 닐의 부인이 연관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할 수 있다. 경찰에 알리거나 라이언에게 대항하려는 닐의 시도를 시시때때 막아선다거나, 아무리 딸이 납치된 상황이라고 해도 혼자 경찰서에 들어가 거짓 정보를 흘리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부인을 의심했다고 해도 영화가 주는 두 차례의 반전이 재미없다거나, '이게 뭐야?'라는 식으로 무시될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 조금 억지스러운 감은 있어도(닐이 외도를 했다는 어떠한 사전 정보도 제공되지 않았으므로) 충분히 즐길만한 재미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떡벌어진 육체미의 제랄드 버틀러가 피어스 브로스넌에게 꼼짝 못하는 모습은 아무리 딸이 납치된 상황이라고 해도 좀 어색해 보였다.(제랄드 버틀러가 한 방 쳤는데도 아무런 타격을 입지 않는 피어스 브로스넌이라니....)(그리고 피어스 브로스넌이 아이리시 억양이 강한 영어를 사용했다고 하는데, 영어가 딸리니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