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라 비 앙 로 즈 !
파리의 참새 에디뜨 삐아프의 노래를 별 다섯개로 표현하기엔 턱없이 부족함을 느끼듯이, 이 영화의 특별함 또한 별 다섯개 안에 담아 내기엔 훨씬 모자란 감이 있다. 사실 난 에디뜨 삐아프를 잘 알지 못했다. 그저 옛날 꽤 유명했던 샹송 가수라는 것 외엔 노래 제목이나 그녀의 얼굴조차 몰랐으니 말이다.
하지만 영화 내내 흘러나오는 삐아프의 노래는 시간이 이렇게나 많이 흐른 지금에 들어도, 세대가 다른 내가 들어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영화를 보며 딱 세 군데에서 눈물을 흘렸다.
어린 삐아프가 매춘부 티틴과 강제로 헤어지면서 절규하던 장면, 사랑하는 사람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실성한 것 처럼 주저 앉아 슬픔을 토해 내던 모습 그리고 허접한 곡예를 하며 생계를 잇는 아버지를 도와 낡은 모자를 들고 부끄러운 듯 서 있던 삐아프가 아버지의 강요에 못 이겨 처연하고 애닮게 프랑스 국가를 노래하던 그 장면.
특히 소녀 삐아프가 때국물이 가득한 얼굴로 더럽고 복잡한 골목 한 켠에서 슬프고도 청아한 목소리로 프랑스 국가를 노래하던 모습은 너무나 극적이고 서글픈 장면이었다.
그것은 마치 파란만장한 그녀의 삶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살짝 귀뜸해 주는 서막과도 같아 보였다.
결국 삐아프는 어떤 선택의 여지도 없이 거리의 가수로 살아가게 된다.
감독은 침울하고 어두운 청색 화면을 사용해 삐아프의 삶을 조명했다. 어둡고 침침하고 때론 신비롭고 음흉한 모습으로 삐아프의 삶은 이어졌다. 그녀가 가진 천부적인 재능과 기괴한 운명은 삐아프의 인생을 더욱 극적이고 혼란스럽게 만들었지만, 삐아프는 여기에 굴하지 않았다. 마지막 공연에서 빠담 빠담 빠담을 부르다 쓰러지면서도 삐아프는 무대를 갈망했다. 그것이 그녀의 운명이었고 삶이었던 것이다.
다듬어 지지 않아 거칠고 거침없는 그녀지만, 내면에 가진 불안과 고독을 숨길 수 없었던, 그래서 그것들을 노래를 통해 쏟아내야만 했던 삐아프의 모습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내내 지울 수 없었다.
에디뜨 삐아프의 역을 완벽히 소화해 낸 프랑스 배우 마리온 꼬딜라르는 이 영화를 통해 소름이 끼칠 정도의 감정이입과 혼신의 연기를 보여 주고 있었다. ( 아마도 이 영화를 통해 꽤 두터운 매니아 팬 층을 확보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해 본다)
재잘거리며 꺄르르 한바탕 웃다가도 파르르 두려움과 고독에 떨던 삐아프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삐아프의 노래, 삐아프의 사랑, 삐아프의 인생.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결코 녹록지 않은 삶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남긴 노래와 사랑과 인생이, 이렇듯 몇 십년이 지난 지금, 아무런 관련도 없는 우리네들 삶에 부분부분 끼어들어 관여하고 있으며 심지어 그 노래를 들으며 웃고 울며 그녀의 사랑을 지켜보며 옛 추억에 잠기게 까지 한다는 사실은 이 얼마나 아이러니 한가.
우리의 삶이 어쩌면 나만의 삶이 아닐수도 있음을 기억하라. 우리에게도 삐아프처럼 고통스런 과거가 있었고, 힘든 선택의 순간이 있었으며, 가슴시린 첫사랑의 흔적이 남아 있다. 다만 그녀의 혼신의 노래가 우리에겐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 한 가지 아쉬운 점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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