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40분이라는 런닝타임을 잘 견뎌낼 수 있을까 걱정했다.
보다 보면 다른 생각이 들수도 있고, 허리가 아파서 몸을 뒤척거리며 빨리 영화가 끝나기만을 바랄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시종일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이야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마치 남녀주인공이 서로를 점점 옭아매고 조여가는 것 처럼.
하지만 이야기들이 지나친 긴장감을 주는 것도 아니다. 긴장이 지속되면 영화가 끝난 후 깊은 한숨과 함께 피로감이 몰려오기 마련인데, 그런게 전혀 없었다. 오히려 빨리 밝은 곳으로 가서 이 영화를 이야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는 알려진대로 우연치않게 스파이일에 가담하게 된 한 여자와 그 여자의 표적이 된 남자의 이야기다. 대학생인 그녀가 연극반에 들어가게되고 그 단원들과 함께 남자주인공을 암살하겠단 목적으로 어설프게 "아마추어 스파이"일을 하게 되어 그를 알게된다. 일이 수포로 돌아가고 3년만에 상해에서 남자를 다시 만나 "진짜 스파이"집단에서 교육을 받고 다시 한 번 남자주인공에게 접근해, 언제 죽음이 엄습해올지 모른다는 엄청난 불안감에 떠는, 그래서 주위 사람들 그 누구도 믿지못하는 그 사람의 마음을 열고 신의를 얻는데 성공한다.
그렇지만 그만큼 여자주인공에겐 엄청난 고통이 따랐다.
처음 남자에게 접근하기 위해 사격훈련 하듯 남자와 자는 훈련을 해야했고 그런 고통을 감수하지만 남자는 떠나버리고 만다. 그리고 그녀에게 남은것이라곤 피폐하고 공허한 삶 뿐이었다. 그녀의 그런 공허함을 채워줄 것은 그 남자 뿐이었다. 자신을 그렇게까지 텅 비어버리게 만든 그 남자.
그녀는 스파이 집단에서도 벗어나고 싶었고 그 남자에게도 벗어나고 싶었다.
애국심이고 암살이고 같잖은 힘든 사랑이고 뭐고 어떻게든 그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했다. 그렇지만 주위 환경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녀의 말대로 뱀같은 그 남자는 점점 그녀의 심장을 파고 들었고 그런 사실도 모르는 바보같은 스파이들은 그녀가 조금만 더 자신을 희생해 집단에 이익을 가져다주길 원했다.
생각해보건데, 애국심과 사랑.
그녀가 마지막으로 선택했던 건 사랑이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애국심을 강요하는 그 사람들은 그녀의 고통을 덮으려고만 했다. 그녀를 지켜주겠다던 남자는 바보같이 그녀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가학적이고 조금은 폭력적이고 일방적인 그의 사랑이 어쩌면 조금은 그녀를 숨쉬게 해준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것도 결국은, 그녀의 속을 썩어가게 하는 나쁜 "숨"이었지만.
어쨌든 그녀는 죽음으로써 자신의 청춘을 짓밟은 두 부류를 벗어날 수 있었다.
그녀에게 진정 필요했던건 "자유" 였을것이다. 편한 얼굴을 하고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을 자유.
여자는 아무리 강하더라도 한순간에 무너지면 끝도 없이 무너져버린다.
처음에는 자신을 무너뜨리고, 후에는 자신이 멈추고 싶어도 어쩔 도리가 없을 정도로 무너진다.
영화 속 그녀도 그랬다.
그래서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안과 양조위라는 거물들이 있지만 그 사이에서 버틴 탕웨이, 정말 대단하다.
첫영화를 이렇게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엄청난 소모를 할 수 밖에 없는 영화를 찍다니...
그것도 너무 잘 했다. 어느 하나에 기죽지 않고 캐릭터에도 뒤쳐지지 않고 모든걸 완벽하게 해냈다.
이안도 대단하다. 후덕하다 못해 물렁하게 생긴 그런 모습으로 이런 영화를 찍다니...
양조위? 말 할 것도 없다. 그의 스크린 장악력이나 포스는 역시 "경이롭다"
&
말이 많은 베드신.
진짜 기사들에서 떠들어댄대로 고대로 그렇게 노출된다.
그런데 그게 그다지 야하단 생각이 들지 않는다.
둘이서 그러고 있는 상황 자체가 참 갑갑하고 숨쉬기 힘들 정도로 꽉 얽매여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난다면 한 번 더 제대로 보고싶은 영화다.
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