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지친 내 삶의 활력소이며, 원동력이 되어준다. 음악예찬론자. 그게 바로 나다. 음악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 치유력, 회복력, 위로와 안식,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힘 등 음악의 모든것을 찬양하는 내게, 이 영화는 내가 동경하는 많은 것을 보여주었다.
저절로 손가락이 움직이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하모니를 나는 나도 모르는 새 분석해서, 손가락으로 피아노를 치는 상상을 하고 있었다. 음악을 너무나 사랑해서, 다른사람은 흘려버리는 희미한 음까지도 놓치기 싫어서 묻혀지는 가락을 따라가다가도 그 곡의 진짜 매력을 느끼기 위해 전체적 하모니를 느끼기도 하고. 눈으로는 피아노 건반과, 기타 위 손놀림을 쫒으면서 귀로는 가슴에 전해지는 멜로디를 듣고있었다.
사랑스럽고 감동적인, 나를 설레게 만드는 곡들이 하나하나 새롭게 등장할때마다 입에서는 감탄의 한숨이 절로나왔다. 현실과는 너무나 괴리감이 느껴지는, 그렇지만 늘 동경해 마지않는, 재능없는 내게는 허락되지 않은 음악의 세계가 영화 속에는 있었다. 손가락으로 피아노 손놀림을 따라해보다가, 저절로 웃음을 머금었다. 나는 누릴 수 없는 그 세계가 너무나 감동스러워서. 나는, 그저 그래서.
정신없이 영화에 빠진 나를 친구가 타박했다. 무슨 애가 영화를 이렇게 심각하게 보냐면서. 함께 보던, 소위 '논다'하는 친구들이 영화를 향해 야유를 퍼부었다. 딴거 틀어주지... 라는 아이들의 반응에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역시 취향의 문제겠지만, 감동받은 상태에서 아이들의 야유를 듣는 것은 왠지 서운했다. 음악을 사랑하는 나는, 좋은 음악이 있는 영화가 마음에 꼭 들었었는데...
영화를 보고 며칠이 지났지만, 감동은 여전하다. 기타와 피아노의 음악이 있는 영화. once. 아직까지도 생생한 영화속 그 장면들.
falling slowly가 가장 처음 등장하던, 두 사람이 처음으로 화음을 맞추던 그 장면. 악기상점에서, 여주인공이 남주인공이 건네는 처음보는 악보를 따라 천천히 음을 누르며 조심스레 가사를 따라부르던. 내 마음을 기쁨으로 가득 채우고, 또 넘치게 만든 바로 그 장면. 통기타 반주위에 얹어진 부드러운 피아노의 멜로디와, 남주인공의 안정적인 노래위에 가벼운 깃털처럼 내려앉던 여주인공의 노랫소리가 난 너무 감동적이어서, 영화를 보면서도 그 멜로디를 외우고 또 외웠다.
또 하나 감동적이었던 장면은 맨 마지막 장면. 남주인공이 선물한 - 그들이 처음 함께 연주했던 피아노를 치며 창문 너머 하늘을 바라보던 여주인공의 모습. 자유롭고, 아름다운 음악으로 맺어진 사람들다운 결말이었다고, 그 영화에 가장 어울리는 결말이었다고 생각하게끔 만드는, 그 마지막 장면이 내 가슴에 남았다.
요즘에 흔히 보는, 쉽고 편한 인스턴트식 사랑이 아닌, 음악을 매개로 소통하는, 영혼의 울림을 들었다. 결국은 헤어져 각자의 생활로 돌아가지만 함께 있었던 순간은 그들의 가슴속에 영원하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슬프지 않았다. 동경하던.... 사랑. 진실된 사랑. 흔한 키스신조차 없지만, 그럼에도 그 어떤 사랑보다 빛날 수 있는 사랑이, '사랑'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은 사랑이 그 곳에 있었음을 알기에, 나는 오래 지속될 여운을 끌어안고 웃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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