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만큼 다양한 욕구를 가진 생명체도 없을 것이다. 기본적인 본능을 넘어선 다양한 욕구들을 가졌기에 인간의 문화는 끊임없이 발전할 수 있었지만, 기본적인 욕구충족이라는 본능에 끊임없이 다양한 쾌락을 결합시키는 인간의 모습들은 결국 인간성보다는 욕심을 앞세우는 비뚤어진 인간상을 낳기도 했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큰 욕구는 무엇일까.. 난, 존재의 욕구라고 생각한다. 가장 단순하게 설명하면 살아있고 싶다는 생존의 욕구와 통하는 말일 것이고, 인간관계속에서 생각해본다면 누군가의 시선속에서 내가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받고 싶은 인정의 욕구와도 통하는 말일것이다. 결국 존재의 욕구는 끊임없이 숨을 몰아쉬며 내가 살아있음을 확인해야만 하는 인간의 본능이자, 한계일것이다.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존재감이 떨어진 인상이지만, 꾸준히 관객들을 찾는 한국 공포영화 시리즈 "여고괴담"의 네번째 이야기는 인간의 존재의 욕구를 "목소리"를 매개로 하여 표현한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다. 내 존재를 인정하는 이에게만 들리는 목소리와 자신이 사랑하는 존재를 사로잡은 목소리를 가진 그녀를 질투하는 모습, 인정받지 못하는 순간 사라져버리는 목소리.. 작품의 플롯을 이루고 있는 이 모든 퍼즐들을 짜맞추었을때 우리가 발견하게 되는 큰 그림은 '존재'를 회복하고 싶었던 그녀들의 슬픈 사연인것이다..
영화가 공개되었을때 많은 사람들은 전작의 분위기와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영화 자체는 세련되고 강화된 느낌을 준다는 반응을 보였었다. 이런 반응의 이유는 영화 곳곳에서 쉽게 확인된다. '한'을 품은 귀신에 의해 사건이 일어난다는 기본적인 줄거리는 같지만, 1편에서 감추듯 조심스럽게 포함시켰던 동성애 코드는 비극의 원인으로 등장하여 더이상 조심스럽지 않게 다뤄지고 있으며, 여자고등학교라는 밀폐된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닌 주인공이 벗어나지 못하는 감옥으로 그 의미가 확대되었다. 특히 전설의 고향을 연상케 하던 CG는 2, 3편의 과도기를 거쳐 자연스러우면서도 우울한 작품의 분위기를 잘 살려내고 있다. 더이상 신선할 수 없는 소재와 장면들의 식상함을 '세련미'로 극복하려 한 이 작품의 노력은 '여고괴담'시리즈의 한계와 희망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유혈이 낭자한 하드고어 슬래셔 무비에 길들여진 사람이라면 조금은 심심해 보이는 이 작품을 좋은 공포영화로 꼽는데 주저함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성격결함이나 인간본성에 내재된 폭력성이 만들어내는 공포가 아니라, '한'을 바탕으로 귀신이 중심이되는 아시아권 공포영화의 특징에 '세련된 슬픔'이라는 앞선 코드를 접목시켜 한발 앞서나가는 한국공포영화의 또한번의 참신한 시도라는 점에서, 조금은 너그러운 시선으로 이 영화를 보아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쏟아지는 비추천이 안타까워서 동정가득한 시선으로 영화를 보았음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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