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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와 다르나, 매트릭스를 능가하지 못하는 영화 이퀼리브리엄
andrew1130 2008-01-03 오전 1:20:16 1684   [2]
 

매트릭스와 다르나, 매트릭스를 능가하지 못하는 영화


1. 작품성


영화는 이퀼리브리엄(평화, 안정)을 위해 국가로 대변되는 이성이 인간의 모든 감정을 억제하는 디스토피아적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감정을 억제하는 임무를 지닌 성직자 크리스천 베일의 인간적 갈등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영화를 보면서 연상되는 단어들이 있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벌>, 블레이드 러너,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가타카, 매트릭스. 영화는 이성이 감정을 지배하는 획일적 미래사회의 모습을 비판하고 인간성의 회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이들 단어와 연관성이 있다. 앞에 열거한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고 통제하는 디스토피아를 소재로 한 영화와 문학은 걸작의 반열에 오르며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대중문화의 메이저 아이템으로 부각시키는 데 기여를 했다. <이퀼리브리엄>은 선조들이 일구어낸 영광을 등에 업고 성공가도를 기대했는지, ‘매트릭스를 능가하는 액션’, ‘매트릭스는 잊어라’ 등 영화의 내용을 꿰뚫지 못하고 오바하는 광고카피를 남발했다. 영화의 내용은 인간이 통제되는 디스토피아를 그렸다는 점에서 매트릭스와 유사하나, 감정을 억제하는 사회가 관객에게 주는 긴장감과 우리가 현실이라고 믿는 세상이 사실은 허상이었다는 인식적 충격은 그 스케일과 강도에 있어 매트릭스에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액션이라는 ‘쇼’의 비중보다 시대적 배경, 주인공 크리스천 베일의 내면적 갈등, 사회와의 갈등을 그려내려는 시도는 평범한 SF영화라는 딱지는 뗄 수 있게 했다. 그러나 <매트릭스>와 같이 ‘쇼’와 사회성 짙은 스토리의 절묘한 조화가 아쉽다. 네온이 행하는 액션과 폭력은 동기부여가 확실하고, 한 발짝만 헛디뎌도 천길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질지 모르는 긴장감을 관객에게 선사한다면 존 프레스턴이 펼치는 액션에는 의미 없는 폭력이 난무할 뿐 긴장감은 찾아 볼 수 없다. 오히려 냉철한 이성의 지배를 받던 프레스턴이 감정유발죄로 사살될 위기에 처한 강아지를 살리려 하는 장면이 관객의 공감을 얻는 데 성공했다 하겠다.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주인공 프레스턴의 내면적 갈등과 사회와의 대립이 가져다주는 긴장감이 약했다는 점이다. 우연히 프로지움을 복용하지 않으면서 감정을 느낀 그가 겪게되는 갈등과 사회적 강자에서 약자로 떨어진 인간의 고통과 그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억압과 폭력의 묘사가 부족했다. 이성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감정 유발자로서의 삶이 어떠한지를 주인공을 통해 드러났어야 했다. 감정유발자들을 수백발의 총알로 제압하는 폭력씬은 식상한 폭력의 난무에 지나지 않고 본질에 접근하지 못한다. 주가 되어야 할 주인공의 내면적 갈등, 사회적 고통은 비교적 쉽게 극복되고 반란군의 승리도 참 간단하다. 액션에서도 마찬가지다. <스타워즈>, <매트릭스>의 일대일 대결 장면처럼 주인공과 대적할 만한 상대의 존재는 액션의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효과를 낳는다. 그러나 프레스턴의 상대는 어떤 카리스마도 지니지 못한 다수의 졸개들이었다. 그들은 프레스턴의 총쏘기 원맨쇼에 저항 한번 제대로 못하고 픽픽 쓰러졌다. <매트릭스 2>에서 네온이 수백명의 복제로봇과 싸우는 장면이 가져다 준 어이없음을 다시 한번 느낀 순간이었다. 상대 악역이 유약하다보니 극적 반전 또한 약하다. 절대권력을 휘두른 신부가 조작된 허상이었다는 사실이 반전의 축에 낄 수나 있을까? 애초에 커다란 세계관의 변화와 같은 큰 스케일의 반전을 기대했던 것은 무리였는지도 모른다.


신에 대항하는 자를 이단시하고 엄격한 규율을 중시했던 중세 카톨릭 사회를 미래사회로 옮겨놓은 시대적 배경과 크리스찬을 탄압하다 하느님을 말씀을 들은 뒤 전도사의 길을 걷는 사울과 닮은 존 프레스턴이라는 캐릭터 설정. 이렇듯 지극히 종교적 요소를 바탕에 깔고 그 위에 테크니컬한 SF를 덧입힌 것은  신선했으나, <가타카>와 같은 묵시록적 분위기를 블록버스터적으로 풀어내려다 이도 저도 아닌 뒤틀린 영화로 치부될 위험이 있다. 인간의 감정을 말살한다는 설정은 매력적이나 동시에 위험하다. 이런 특이한 설정은 어떤 방식으로 풀어 가느냐 하는 것이 힘든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퀼리브리엄>의 경우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단순한 블록버스터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주먹에 힘만 잔뜩 주고, 정작 때리진 못한 꼴이다. 한편 세계관이 ‘제 3차 세계대전 이후로 인간의 감정을 말살하는 사회’라는 설정으로 모든 걸 채우고 있기 때문에, 미래사회를 다루는 영화가 꼭 갖추어야 할 기둥인 세계관 설정이 부실하다.

액션보다는 주인공의 심리변화와 이야기가 강한 영화라 평가할 수 있다. 인문학적으로 식견을 갖춘 지식층에게는 식상한 설정일 수 있지만, (멋진 신세계의 영화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의 SF판식으로), 일반 대중에게는 참신하게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스토리 라인을 좀 더 세심히 다듬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평단에서 박수를 받진 못하지만, 혹평도 받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주인공이 감정의 자유를 갈구하면서도 혼란은 원치 않는 인간의 이중적 잣대에 의해 혼란과 갈등을 겪는 과정을 심도 있게 그렸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균형설 [ 均衡說, Equilibrium ] - 의지(意志)의 자유를 주장하는 비결정론(非決定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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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1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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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03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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