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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gw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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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03 오후 9:51: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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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치성(정재영 분), 그에게는 내년이 없고, 酒邪가 없고, 첫 사랑이 없다. 왕년에 잘 나갔지만 지금은 별 볼일 없는 2군 야구 선수다. 악성 종양을 선고 받은 그에게 남은 시간은 고작 3개월이다. 한이연(이나영 분), 그녀는 사발면을 좋아하고, 방송국에 엽서를 보낼 때마다 사연이 방송에 나가고, 로또 3등에 3번이나 붙은 여자다. 또한, 초등학생 때 동치성에게 첫 눈에 반한 이후 무려 10년 동안 한결 같이 그만을 바라보는 여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동치성에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 적이 없다. 이제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은 동치성에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기회가 왔다. 장진 감독의 영화 <<아는 여자>>는 바로 이 둘이 사랑에 이르는 과정을 유쾌하면서도 명랑하게 풀어가는 작품이다. 그러면서도 뒤돌아 보면 흐믓한 감동이 묻어나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연속적인 인과 관계의 설정이다. 이는 마치 끝말잇기를 연상케 할 만큼 영화의 전후 관계가 매우 치밀하다. 일례로, 한이연이 일하는 카페에서 성격을 알 수 없는 온라인 동호회의 정모 장면이 아주 짧게 나온다. “분홍몸매”라는 계정을 사용하는 이른바 시삽이 소개 받는 장면은 관객들로 하여금 그 자체만으로도 유쾌함을 주지만, 이후 관객들은 극 전개 과정에서 그 동호회 회원들은 무장 은행 강도 집단들이었음을 깨닫는 식의 구조다. 또한, 동치성이 야구장에서 경기 중에 듣는 남녀간의 욕설도 이후의 극 전개에서 중요한 복선으로 작용한다. 영화 <<아는 여자>>는 이처럼 극의 구조가 매우 논리적이고 연속적이다. 이러한 탄탄한 구성이야말로 배우들에게 천박스럽고 억지스런 표정이나 동작 등을 요구하지 않더라도 관객들이 이 영화를 통해 자연스런 웃음을 일으키면서 잔잔한 감동을 느끼도록 했던 가장 큰 원동력이 아닐 수 없다. 명랑 영화와는 도무지 어울릴 수 없어 보이는 정재영의 기용도 언급할 부분이다. 정재영의 역할은 영화 내내 밋밋한 대사만을 내뱉는 일이 고작이었다. 그러나보니, 그의 등장 장면은 전후 상황을 거두절미하고 해당 장면만을 본다면 도무지 웃음과는 먼 내용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런 수면제와 같은 부분들이 하나의 이음새로 이어지면 유쾌한 분위기로 드러나는 신비한 매력이 있다. 물론 이 비밀은 위에서 언급한 탄탄한 영화의 구성력에서 나온다. 정재영은 바로 이런 전개 구조에 아주 적절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연기인지, 실제 성격인지 종잡을 수 없는 이나영의 연기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덕목이다. 그녀는 이 영화에서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와 영화 <<영어완전정복>> 사이의 중간 분위기를 연출했다. 동치성 앞에 서기만 하면 도무지 표정 관리가 되지 않는 그녀의 백치미와 같은 연기는 그녀의 청순미와 잘 어울어지면서 사실상 이 영화의 백미를 이룬다. 택시 안에서 동치성으로부터 며칠만 한이연 집에서 신세지고 싶다는 말을 듣곤 좋아서 어쩔 줄 모르던 장면, 동치성으로부터 김치 냉장고를 선물 받곤 도무지 입이 다물어지지 않던 장면, 술에 취한 동치성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 등은 이나영 특유의 분위기 아니면 연출하기 힘든 연기들이다. 영화 <<아는 여자>>에서는 실로 많은 웃음을 제공한다. 그러나 그 웃음은 결코 경박스럽지 않다. 웃음에는 나름대로 진지함이 스며있기 때문이다. 한국 순정 영화에서 의례 말미에 접어들면 최루성 분위기로 전락하곤 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런 함정에 빠지지도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이 영화는 보면 볼수록 감동이 커지는 매력적인 작품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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